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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구름 Apr 27. 2022

모지랑이

: 오래 써서 끝이 닳아 떨어진 물건.

오래간만에 방 청소를 하다

모지랑이가 된 가방이 눈에 들어왔다


너무 낡고 해져

이젠 더 이상 들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버릴 순 없는 그런 모지랑이



괜히 가방을 어깨에 매보며

거울 속 모습을 찬찬히 바라본다


여러 모지랑이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가지만

어떤 연으로 만났는지 새삼 마음이 간지럽다



누군가는 모지랑이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버리라고 말하지만

그 오래됨이 버릴 수 없는 이유인 것을



모지랑이엔 나의 세월과 추억의 순간들이 담겨있다

모지랑이엔 수많은 감정들과 나의 정이 담겨있다


그 물건과 함께 견뎌온 날들이었기에

어쩌면 내 인생의 한 조각을 버리는 것은 아닐까,

오늘도 모지랑이에게 방 한자리를 내어준다



그럼에도 모지랑이가

너무나도 안쓰럽고 힘들어 보여

놓아줘야 할 때가 오면


그땐

꼬옥 안아주며

나지막이 마음을 속삭인다



‘그동안 고마웠고 고생 많았어

많이 고단했지? 이젠 푹 쉬어도 돼

잊지 않고 기억할게, 함께 한 모든 순간


아름답고 소중한 내 모지랑이야.’



하곤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작별을 맞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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