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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강 Jun 13. 2020

누구에게나 마흔은 온다

그 전에 꼭 생각해야 할 것들

마흔이 되던 해 초반의 어느 날을 기억한다. 친구가 말했다.

“야, 이제 어떡하니? 우리 마흔이야. ”

그 말에 나는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친구는 말이나 꺼낼 수 있었지, 나는 말도 꺼낼 수없을 정도로 낙담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란했다. 너무 엄청난 일을 맞닥뜨린 느낌이었고 이제 그전과는 다르게 살아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것일지 알지 못했다. 학교에서라면 학년이라는 게 있어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정확히 알게 된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그런 게 없다. 마흔이 되었다는데, 40대에 접어들었다는데 그 전과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 외양도 취향도 주변 환경도 그대로였다. 그렇게 어정쩡하게, 보너스처럼 남아 있던 젊음을 아낌없이 쓰며 나는 40대를 보냈다. 그때 나는 계속 뒤를 돌아보았던 것 같다. 

30대가 좋았어. 

30대처럼 살자. 

숫자는 40이지만 나는 받아들이지 않겠어. 

그렇게 40이라는 나이를 거부하고 인정하지 못했다. 철없음, 감정 과잉, 유치함을 젊음으로 착각했다. 이제야 나는 40대가 얼마나 중요했는지, 그리고 내가 노력했다면 조금은 다르게 살 수도 있었다는 것을 안다. 40대는 중년 그리고 노년을 더욱 아름답게 살기 위한 자기 수련의 시기가 되어야 했다. 자기가 사는 시대. 겪고 있는 나이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제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흔히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얼핏 들으면 기운이 나는 좋은 말이지만 과연 그럴까. 물론 그대로인 것이 있다. 하지만 나이는 여러 면으로 영향을 준다. 거기에서 파생되는 것이 엄청나게 많다. 몸이 달라지고 사회적 위치가 달라지고 관계가 달라진다. 무엇보다 내 마음속의 기준과 지향이 달라진다. 그 과정에서 혼란도 있고, 시행착오도 생긴다. 어리다고 용서해주던 사회적 시선은 사라지고, 어느덧 모든 것을 오롯이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닥친다.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는 시점이 마흔이 아닌가 한다. 


마흔이 다가올 때 어떤 사람은 과거의 나처럼 불안해하고 두려워한다.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피할 수 없는 것임을 인정하고 마흔부터는 지금까지와 다르게 살 것, 끊어야 할 것을 다짐해보는 것은 어떨까?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 읽은 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레이크를 제때 밟는 일이라는 조언을 접한 적이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제때 멈출 수만 있다면 많은 갈등과 번민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글을 시작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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