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 세대를 거치며 우리는 늘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려 했다. 돌아보니,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었다. 이야기는 매체만 바꿔 입으며 우리 곁을 맴돌았다.
1. 종이책의 시대
책은 우리의 첫사랑이었다. 두꺼운 소설책을 펼치며 긴 산문에 빠져들던 시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작가의 세계에 몰입했다. 어떤 때는 짧은 시 한 줄에 뭉클했다. 활자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감정의 전달자였다.
2. 페이스북의 등장
그러다 인터넷이 세상을 열었다. 페이스북은 사진과 글이 어우러진 새로운 놀이터였다. 각종 사진 아래 달린 500자는 사람들의 일상을 채웠다. “오늘 좀 힘들었어”라는 한 줄에 친구들이 달려와 하트를 누르고, 댓글로 위로를 건넸다. 글과 이미지로 삶을 공유하며 서로의 존재를 확인했다. 페이스북은 이야기를 담은 그림 일기장 같았다.
3. 인스타그램의 전성기
시간이 흘러 이미지가 주인공이 됐다. 인스타그램은 사진 한 장으로 정체성을 말하는 시대를 열었다. 필터로 빛바랜 듯한 사진, 완벽하게 연출된 브런치 접시, 노을 아래 서 있는 뒷모습. 사람들은 말 대신 이미지로 “자신”을 보여줬다. 해시태그 몇 개면 충분했다. #일상 #소소한행복 #여행. 하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사진은 순간을 담았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어디로 갔을까?
4. 유튜브의 이야기들
그러다 영상이 세상의 중심에 섰다. 유튜브는 긴 호흡의 스토리로 우리를 끌어들였다. 아침 루틴을 담은 브이로그, 누군가의 여행기를 따라가는 20분짜리 영상, 신기한 음식에 도전하는 먹방. 우리는 화면 속 사람들의 삶을 보며 공감하고, 때로는 감동했다. 영상은 우리에게 새로운 창을 열어줬지만, 동시에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깊은 생각을 나누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5. 쇼츠와 릴스의 순간들
속도는 더 빨라졌다. 15초, 길어야 1분. 쇼츠와 릴스는 순간을 압축한 영상으로 세대를 사로잡았다. 춤, 웃음, 감동, 심지어 요리법까지.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걸 보여줘야 했다. 스크롤을 내리며 우리는 빠르게 웃고, 빠르게 잊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짧은 영상은 우리의 주의를 끌었지만, 마음 깊은 곳까지 닿지는 못했다.
6. 그리고 브런치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활자로 돌아왔다. 브런치는 글 속에 생각과 감정을 담는다. 한 두페이지 글에 아이디어가 반짝이고, 메시지가 울린다. 누군가는 사회를 비판하고, 누군가는 소소한 일상을 나눈다. 한 줄 한 줄, 우리는 서로의 생각에 귀 기울이고, 반응하고, 연결된다. 브런치를 읽으며 깨달았다. 우리는 여전히 이야기를 갈망한다. 활자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다.
결국, 유행은 돌고 돈다.
종이책에서 시작된 활자의 시대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페이스북의 긴 글, 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유튜브의 영상, 쇼츠의 순간들. 그리고 브런치. 활자는 형태만 바꿀 뿐, 우리의 본질적인 욕망—연결되고, 이해받고, 표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낸다.
이 활자의 부활은 우리를 또 어디로 데려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