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생신을 맞아,
우리 부부는 캐시를 준비했고
아이들은 편지를 준비했다.
우리는 봉투 두께를 고민했고,
아이들은 편지에 담을 말을 고민했다.
둘째 아이의 편지를 몰래 훔쳐봤다.
봉인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적당히 형식적이고, 적당히 따스한 글이었다.
흐뭇했다.
그러다 마지막 문장에서 시선이 멈췄다.
사랑하는 할아버지~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나으니 만수무강하세요.
사랑과 개똥밭과 만수무강이 한 문장에 담겼다.
틀린 듯 맞고, 무례한 듯 사랑스러운 묘한 한 줄이었다.
아내와 저 한 문장을 놓고 회의했다.
수정할까? 말까?
훔쳐본 걸 고백해야 하니 간단치 않았다.
결국
아버님 남은 인생을 개똥밭으로 만들 수 없다는
아내의 말대로
아이에게 사과하고
수정을 요청했다.
아이는 쿨하게 더 아이다운 문장으로 고쳤다.
그러곤 한마디 덧붙였다.
"엄마, 아빠! 근데요. 얼마 전 할아버지 동네에 산불 났었잖아요.
전 할아버지가 살아 계셔서 다행이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