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막글 발행

인간의 기록이 만든 세상

기억에서 권리로

by 정하다


인간의 기록 : 저작물



인간은 삶의 순간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기록합니다. 마음속 깊이 새기기도 하고, 종이 위에 문장으로 남기기도 합니다. 캔버스에는 그림으로, 악기 속에는 멜로디로 흔적을 남깁니다. 이처럼 인간은 저마다의 기쁨, 슬픔, 소망, 후회 등 다양한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창조하고 기록합니다. 이러한 기록 중 세상에 공개되어 공유되는 것을 우리는 표현이라 부르고, 표현된 결과물에 저작물이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법적으로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되지만, 이는 단순한 법적 개념을 넘어 인간의 깊은 감정과 생각을 담아낸 아름다운 흔적이자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소중한 요소입니다.





창작에서 국가경쟁력까지 이어지는 시스템 : 저작권




- 작품이 모이면 '문화'


작가는 숨결로 문장을 씁니다. 음악가는 심장으로 비트를 만듭니다. 화가는 도화지 위에 꿈을 그리고, 사진작가는 셔터로 찰나를 담아냅니다. 유튜버는 영상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이 모든 것이 감정의 결실인 저작물입니다. 이들은 책, 스트리밍 플랫폼, SNS, 유튜브, 전시회 등 자신만의 통로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좋아하는 통로로 이 작품들을 감상합니다. 자주 공감하고, 가끔 비평도 합니다. 누군가는 접한 작품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 자기만의 창작물을 만들기도 합니다. 창작이 또 다른 창작을 낳는 것이죠. 이런 연쇄 작용이 축적되다 보면, 어느새 문화라고 부를 수 있을 무언가가 생겨버립니다.



- 문화의 확장, '사업'의 탄생


문화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한 곳에 시선을 두고 함께 즐기는 것, 그것이 문화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화는 그 자체로 소중한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나 문화가 더욱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가 필요합니다. 책, 노래, 드라마 같은 각각의 창작물들이 출판, 음반, OTT 서비스라는 사업의 형태로 시장에 나타난 후에야 사람들은 비로소 그 작품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즉, 독자는 책을 구매하고, 팬들은 음반을 소장하는 행위를 통해 창작물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한강 작가의 도서가 수많은 독자를 사로잡고, BTS의 음반이 경이로운 판매고를 기록하는 것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매력적인 문화 콘텐츠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뛰어난 작품의 등장은 단순히 개별 사업의 성공을 넘어, 침체했던 출판 시장이나 음반 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



- 사업에서 '산업', 그리고 '국가 경쟁력'으로


더 나아가 성공한 사업 모델은 단순히 개별적인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영역으로 영향력을 넓혀 산업 전체의 성장을 끌어 냅니다. BTS는 음반 판매를 넘어 공연, 굿즈,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파생 사업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러한 성공을 목격한 기획사들은 BTS의 전략을 벤치마킹하여 새로운 그룹들을 적극적으로 데뷔시켰고, 이는 K-POP 산업 전체의 성장을 견인했습니다.


강력한 산업으로 성장한 K-POP은 이제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한국 상품의 이미지를 높이는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 사람의 창작에서 시작된 작은 움직임은 문화를 이루고, 사업을 키우고, 마침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핵심 동력으로 성장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생태계의 출발점은 하나의 작품이며, 이것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이 바로 저작권입니다.


저작권은 단순히 표절과 도용을 막는 방어 수단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창작자와 이용자가 어우러져 문화적 풍요를 만들고 경제적 가치를 키워나가는 역동적인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따라서 저작권은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를 포용하며, 그 모두를 위한 가능성의 문을 열어주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 생태계의 조율자 : 저작권법



그렇다고 저작권 생태계가 존재만으로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아이가 바르게 성장하려면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듯, 저작권 또한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이끌어 줄 조력자가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저작권법입니다.


이 법은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칼이 되기도 하고, 이용자의 자유로운 접근을 보장하는 방패가 되기도 합니다. 창작자에게 복제권, 방송권, 공중송신권, 공연권 등 다양한 권리를 부여하여 작품을 보호하고, 이용자에게는 '공정이용'을 보장하여 교육, 비평, 뉴스 보도, 연구 등 정당한 목적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미묘한 균형을 조율하는 것이 저작권법의 핵심 역할입니다.



- 창작자의 노력


그러나 제아무리 잘 다듬어진 법이라도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고 지키려는 노력이 없다면 의미를 잃습니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법언처럼, 창작자는 자신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저작권 등록을 하고, 무단 사용 사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필요할 때는 법적 조치를 취하기도 해야 합니다. 마치 부모가 자녀를 보호하듯, 창작자 스스로도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 이용자의 노력


이용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 멋진 배경 음악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나중에 몰랐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이용하기 전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허락을 구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배경 음악 창작자는 자신의 음악을 보호하기 위해 그 영상을 내리게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저작권 생태계에서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할 때 비로소 자신의 권리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 창작자와 이용자의 상호 노력


저작권은 창작자와 이용자 모두 책임감 있게 노력할 때 건강하고 건전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창작자는 작품을 만들고, 이용자는 이를 향유하면서 법에만 의존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단순히 규제를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기본적인 원칙과 맞닿아 있습니다. 현관문에 자물쇠를 걸고, 다른 사람의 물건을 사용할 때 허락을 구하는 것처럼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저작권의 의미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들이 창조한 저작물 또한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도 있겠지만,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최고의 예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저작물은 소중히 다루어져야 합니다. 저작권은 바로 이 다양성을 지켜주는 토대입니다.


자신의 음악이 정당하게 보호받을 때, 음악가는 새로운 멜로디를 창조할 힘이 생기고, 자신의 소설이 존중받을 때, 작가는 새로운 이야기 첫 문장을 써 낼 용기를 얻습니다. 보호받는 창작 행위는 또 다른 창작의 거름이 됩니다. 그리고 이용자는 폭넓은 작품을 감상하며 얻은 영감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기록할 동기를 부여받습니다.


그러니, 저작권은 창작자만을 위한 제도가 아닙니다. 창작자의 작품이 감동을 만들고, 그 감동이 이용자의 새로운 영감이 됨으로써 그들은 하나로 연결됩니다. 저작권은 그 연결을 친절하게 돕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작권은 딱딱한 법 조항의 나열이 아니라 인간의 생각과 감정이 자유롭게 흐르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입니다. 창작자가 마음껏 꿈꾸고, 이용자가 자유롭게 공감할 수 있는 세상. 저작권이란, 바로 이런 세상을 가능케 하는 보이지 않는 손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저작권을 단순한 법적 장치가 아닌, 창작의 가치를 지키는 가장 인간적인 제도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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