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가 일주일째 "아침반 단체 줄넘기 특별 활동"을 거부하고 있다.
"줄넘기 특별부" 합격에 잔뜩 들떠 새벽같이 등교하던 지난 몇 주간의 활기찬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꽤나 심각한 변화였다.
아이는 아침마다 이불을 덮어쓰고, 그 속에서 갖가지 핑계를 늘어놓았다. 하루는 다리가 뻐근하다 했고, 다음 날은 손목이 시큰거린다고, 또 다른 날은 허리가 쑤신다고 했다. 마치 매일 새로운 병이라도 얻는 듯 잔뜩 찡그린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연기했지만, 어딘가 어설펐다.
특별활동 불참은 분명 약속 위반이었기에 엄하게 훈계하고 싶었지만, 아침부터 나와 아이 모두 감정적으로 지치고 싶지 않아 "그래. 오늘까지만 쉬어." 하고 흐지부지 넘어가곤 했다.
어제저녁, 모처럼 아이와 단둘이 조용히 이야기할 기회가 생겨 요즘 줄넘기하러 가지 않는 진짜 이유를 물었다. 평소보다 단호한 나의 물음에 아이도 마주 앉아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줄넘기 반에는 A팀과 B팀이 있는데, A팀은 곧 있을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팀이고 B팀은 후보 선수들의 모임이라고 했다. 처음 오디션에 합격했을 때 아이는 당당히 A팀에 이름을 올렸었지만, 어느 순간 B팀으로 소속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고, 그냥 어느 날 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대회에 나가고 싶어 도전했던 줄넘기 반이었는데, B팀이 되고 나니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당연하게도 B팀에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A팀으로 올라갈 수 있을 거라는 뻔한 조언을 건넸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줄을 능숙하게 돌려주는 전문 줄잡이 친구들이 있는데, A팀에서 그 아이들을 싹 다 데려가 버린다는 것이었다.
B팀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줄잡이 역할을 하지만, 전문적으로 해오던 아이들이 아니다 보니 박자가 매번 어긋나 제대로 된 연습을 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또 다른 문제는, A팀 친구들은 대부분 5학년 때부터 꾸준히 줄넘기부 활동을 해온 반면, 자신은 6학년이 되어서야 뒤늦게 합류했기 때문에, A팀 친구들이 자신을 은근히 따돌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저 '느낌'이라고 했지만, 아이의 말투와 표정에는 거의 확신에 찬 감정이 묻어났다. 자신이 A팀에 있었을 때 정말이지 열심히 노력했고, 실수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강력하게 어필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여기까지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이는 원래부터 승부욕이 강하고, 뚜렷한 목표를 설정하면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성향이 짙다. 감정적인 면보다는 논리적인 사고를 선호하는 극 T 성향인 데다, 예민한 기질까지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늦게 합류했다는 사실이 B팀으로 밀려난 이유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아이가 A팀에서 지나치게 몰입한 것은 아닐까 하는.
그래서, 아이에게 줄넘기를 하다가 다른 친구들이 실수하는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물었다. 아이는 순간 화가 치밀지만 겉으로 많이 드러내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아, 그랬구나. 화가 났었구나. 친구들에게 그 화가 다 보였겠구나.' 어쩌면 그것이 아이가 B팀으로 내려오게 된 주요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승부욕.
승부욕 자체는 나쁜 감정이 아니다. 건강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강하거나, 또 그것이 노골적으로 드러날 때, 함께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이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처럼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의 경계를 이 어린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조차도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했으니, 선뜻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그토록 바라던 A팀에서 B팀으로 내려왔을 때 아이가 느꼈을 좌절감과 실망감을 어떻게 다독이고 극복하도록 도와줘야 할지, 이 또한 명확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알지 못했다.
한참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실은 아빠도 그래. 너처럼 무언가 함께하는 일이 아빠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해. 그리고 너처럼 열심히 노력했지만 A팀에서 B팀으로 떨어진 것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그 감정을 단번에 깨끗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아직 찾지 못했어. 그러니까 네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충분히 이해가 돼. 아빠가 어른이긴 한데 너랑 크게 다르지가 않아.
하지만 말이야. 아빠는 지금도 연습하고 있어.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고 애쓰고, 혹시 조금 뒤처지거나, 노력한 만큼 사람들이 인정해주지 않을 때 '괜찮아. 괜찮아.' 하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듯 되뇌면서 연습하는 거야. 오늘 회사에서도 그랬어.
아빠가 지금 당장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는 없지만, 아빠처럼 너도 한번 연습해 볼래? 힘들 때마다 속으로 '괜찮아. 괜찮아.' 하고."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와 아이 모두가 왠지 안쓰럽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