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막글 발행

써브웨이 샌드위치

by 정하다



어쩌다 SUBWAY 샌드위치를 먹게 되는 날이 있다. 일부러 찾아가 사 먹는 일은 드물고, 주로 누가 사줄 때나 회사 간식으로 제공될 때 맛본다.


나는 샌드위치 맛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샌드위치 맛이야 다 거기서 거기"라고 여겨왔다. 그런데 가끔 먹는 SUBWAY 샌드위치는 다른 샌드위치보다 조금 더 맛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저 평범하게 먹던 샌드위치가 오늘따라 특별하게 느껴진 건, 아내의 한마디가 마음에 남아서였다.



샌드위치는 참 단순한 음식이다. 빵 위에 이것저것 재료를 올리고 그 위를 또 다른 빵으로 덮는다. 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지긴 하지만, 그 변화가 드라마틱하게 느껴진 적은 없다. 허기를 채우기 위해 급히 먹는 성격의 음식이기 때문인지 나는 샌드위치의 미묘한 차이를 음미할 여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UBWAY 샌드위치를 먹을 때면 늘 다른 샌드위치보다 조금 더 맛있다고 느낀다.



오늘 아내와 카톡을 하다가 샌드위치라는 단어가 나왔다. 아내는 회사 일에 대해 짧게 푸념했다.

A와 B가 직접 해결해야 할 일을 자신이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며 처리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마치 샌드위치 같아"라고 표현했다.



나는 아내가 참 일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시작과 끝이 분명하고, 과정에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기분까지 살뜰히 살피며 조율한다. 회사 일이든 집안일이든 늘 그런 태도다. 예전에 같은 회사에서 일해봤기에 그녀의 일하는 모습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아내가 스스로를 샌드위치 속재료에 비유하니, 문득 SUBWAY 샌드위치가 떠올랐다. 그저 그런 음식이라고 생각했던 샌드위치가, 아내의 비유를 듣는 순간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내가 가장 맛있게 먹었던 샌드위치.


지금 아내는 중간에 끼어 답답한 상황에 있지만, 그녀는 분명히 맛있는 속재료일 것이다. 서로 잘 섞이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는 퍼석한 A빵과 B빵은 서로 기대지 못한 채, 오히려 그녀에게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녀 같은 속재료가 없으면 제대로 된 맛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그 샌드위치가 결코 특별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내는 평범한 샌드위치가 아니라,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SUBWAY 샌드위치다.


"넌 내가 가장 좋아하는 SUBWAY 샌드위치 같아."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머뭇거리다 보니 대화 주제가 바뀌고 말았다.



그 말을 전하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 한켠에 남아, 이렇게 글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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