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막글 발행

토끼와 거북이

by 정하다


땅! 하는 출발 소리와 함께 토끼는 뛰었고, 거북이는 걸었다. 앞서 뛰던 토끼는 한참 뒤처진 거북이를 보고 안심하며 낮잠을 잤다. 쉬지 않고 걸었던 거북이는 결국 그 경주에서 승리했다.




과연?

토끼의 교만 때문에 거북이가 이겼다고?



삶터를 누벼 보면 멈춰 있는 다양한 토끼를 만날 수 있다.


출발선부터 페이스 조절을 못하고 냅다 뛰다가 퍼져버린 놈.

돌부리에 발이 차여 다리가 삐어 버린 놈.

사냥꾼이 놓은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는 놈.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번아웃을 맞고 서 버린 놈.


별의별 놈의 토끼가 다 있다.


이 치열한 시대에 한가로이 낮잠을 처 자는 토끼 따윈 없다.

토끼가 멈춰 섰을 땐 다 그만한 사정이 있는 것이다.


문제가 해결되면 토끼는 다시 달린다.

쉬었던 만큼 더 빨리 달릴 것이다.


그러니 거북아.

아직 축배를 들지 말거라.


경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단다.

이 경주는 울트라마라톤처럼 아주 길거든.





주말 오후, 첫째 놈이 다짜고짜 토끼가 키우고 싶다고 토끼를 사달란다.

덩달아 둘째 놈도 엉겨 붙더니 자기는 거북이가 좋다고 거북이를 키우잰다.


둘이 합의하고 의견 정리해서 오라고 했다.(어차피 둘 다 안 사줄 생각이지만ㅎ)


둘째는 토끼와 거북이 우화를 읊어대며 형이 사랑하는 토끼를 능멸하고,


첫째는 그저 토끼가 귀엽다는 말만 무한반복.....


안쓰러운 우리 첫째 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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