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희석 Feb 27. 2022

그냥 딴짓이 하고 싶어서

Exit We Made, Make A Quality Of Life


주말, 한적한 카페에 앉아 노트북의 전원을 켠다. 주문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며 작성 중인 기획서 파일이 열리는 동안 메일함을 체크한다. 다양한 뉴스레터 덕분에 홍보성 메일이나 업무관련 메일 이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모이고 있다. 눈길을 끄는 단어가 보인다. 커서를 움직여 메일을 클릭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블로그, 유튜브 등 여러 개의 탭이 띄워진 화면이 보인다. 유리컵에 얼음만 남은지 오래다. 흥미로운 주제 앞에서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렇게 오늘도 또 다른 곳을 보고 말았다.

-2018년 7월 15일 메모 중       


*

2022년 2월, 이곳 브런치에 ‘딴데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첫 글을 발행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기능을 활용하여 팔로우하고 지내던 지인들에게도 저의 브런치 페이지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영화와 책등 다양한 주제로 관심사에 관련된 여러 편의 글을 써서 업로드했던게 기억납니다. 그러나 학업과 외부활동, 졸업 전시 등의 압박으로 꾸준하게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브런치 페이지는 한동안 방치되었지만 제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계속 글을 쓰고 싶다는 미련과 딴데보고서에 대한 애정이 있었습니다.


"딴짓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지금 하고 있는 딴짓들에 조금 더 합리적이고 납득 가능한 근거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 정희석, (인스타그램 스토리, 2022.2)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제가 딴데보고서를 소개했던 문장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하루의 정해진 업무를 제외하고는 딴짓에 상당히 많은 시간을 소비합니다. 기획서를 쓰다가, 책과 뉴스레터를 읽다가, TV를 보다가,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이동하는 등과 같은 여러 상황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접하거나 궁금증이 생기면 강한 호기심에 이끌려 쉽게 한눈을 파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호기심에 이끌리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다소 감정적이거나 즉흥적인 것으로 들리기 쉽지만 사실 호기심이 발동하는 범위란 대게 개인의 평소 관심사에 기반하고 있을 확률이 큽니다. 평소 관심사에서 비롯되는 호기심이 찰나의 순간에 반짝이는 셈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딴짓에는 무의식적으로 누적되어온 스스로의 자아가 투영된다고도 생각합니다.


저는 딴짓 덕분에 여러 매체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딴짓의 순기능 중 하나라고 부르기로 했습니다. 딴짓에는 각 개인별로 고유한 딴짓의 경로도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이것을 '딴짓의 경향성'이라고 부릅니다. 저의 경우 우선 위키피디아와 나무위키에서 주제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게 순서입니다. 블로그와 유튜브로는 주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접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습니다. 마지막은 늘 독서입니다. 책은 주제에 대해 보다 전문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정제된 관점으로 주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딴짓이 흥미로운 주제와 호기로운 호기심을 관심사와 의미 있는 정보로 전환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제 자신에게 긍정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딴데보고서는 다소 중의적인 제목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중의적인 표현을 활용해보고 싶었습니다. 중의적인 표현이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른 표현보다 위트 있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딴데보고서는 그 이름처럼 다른 곳을 바라보았던 저의 어떤 하루에 대한 텍스트 다큐멘터리입니다. 동시에 한 개인의 관심사와 그 관심사에서 비롯되는 사소한 정보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유의미하게 기록해보는 보고서의 일종입니다.


이런 글을 쓰려는 이유는 제 자신의 행동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무언가가 의미 있어지는 순간은 그게 스스로에게 필요한 어떤 것으로 전환되었을 때라고 생각합니다. 딴짓이 사사롭게 시간을 때우는 무의미한 행동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이 글을 읽어주시는 누군가에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많은 표현의 방식 중에 굳이 글로 쓰는 방식을 선택한 것은 글을 쓰는 행위가 생각과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가장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관심사나 관점이 담긴 사소한 글은 기록이 됩니다. 그러한 기록이 스스로에 대한 소박하지만 진솔한 데이터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게 저의 앞으로 직업적, 경제적 성취에는 큰 영향을 끼칠까요. 장담 할 수 없습니다. 안 하느니만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의 인생에서 중요한 밑천이 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믿고 있습니다.


+)


이런저런 사소한 관심사에서 비롯되는 글이다 보니 끝으로 스스로에 대한 간단한 소개도 필요할 듯 싶어 몇 자 짧게 적어봅니다.


저는 오래 달리기 위해 매일 아침마다 뛰는 사람입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꼭 박물관에 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쳐지나가는 기획전시를 관람하기 위해서갑니다. 공휴일을 포함해 매주 주말 오후 9시부터 11시까지는 아무도 안 볼 것 같은 고전영화들을 시청합니다. 케이블 TV에는 그런 무료영화 채널이 많아서 좋습니다. 음악도 좋아합니다. 다양한 음악을 폭넓게 들으려고 노력하지만 대체로 60년대부터 00년대의 알앤비와 소울, 펑크 장르의 곡이 재생되면 흥이 나는 사람입니다. 아침과 저녁 2끼는 어떻게든 밥을 지어먹는 사람입니다.


그 덕분에 이 사이트와 저 사이트의 장바구니가 늘 포화상태입니다. 휴대폰의 사진앨범도 곧 용량 초과를 달성할 예정입니다만 언젠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그만큼 늘어나 있을 거라고 긍적으로 믿고 사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이런 제가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살면서 아직까지 스스로에게 특별히 확신할 수 있는 것이 많지는 않습니다만 삶을 채우는 작고 사사로운 조각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지금의 자신에 대해서는 누가 뭐라고 해도 만족스럽습니다. 저 스스로는 딴데보고서가 제가 겪고 보고 느낀 일들을 글로서 정돈해 표현하는 나름의 연습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온전하게 대변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채널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브런치 페이지를 다시 시작해 봅니다. We Made, Make A Quality Of Lif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