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쉰소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리플케라톱스 Jul 31. 2024

키보드 산 기념으로 여름에,

으악 너무 더워, 그냥 떠 내려갈래.

 키보드를 샀다. 한 자 한 자 치는데 너무 좋은 거야. 소리가, 촉감이.. 아무튼 갑자기 글을 쓰고 싶어졌다. 

뭐라도 써야겠다. 이 감각을 간직하고 싶어. 나중에 이 글을 본다면 '와 얼마나 좋았길래 글까지 썼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야. 근데 뭘 쓰지? 


 24년 7월의 마지막 날이다. 너무 더워서 뇌가 마비된다. 의욕은 사라지고 할 일은 많다. 왜 8월은 축축 쳐지는데 일은 많을까? 소강기를 겪고 싶다. 여름 장마처럼. 

    

 3년 전 염원하던 내가 되어있었지만, 어느새 질려버렸다. 그 시절엔 지금의 내가 너무나도 되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렇지만 벌려 놓은 수많은 일들과 인간관계, 그리고 책임감에 강 하류로 떠밀려 가고 있다. 이젠 내 의지인지도 모르겠다. 하류로 떠 내려가면서 간혹 커다랗게 수면 위로 올라와 있는 바위의 머리를 잡아 주변을 살펴보지만, 어쨌든 떠내려가는 것 말고는 할 게 없다. 나는 그냥 떠내려갈래. 


 3년 전의 나는 맞지 않는 직장을 퇴사한 뒤 아등바등 프리랜서 디자이너랍시고 어깨에 살짝 힘주며 남들보다 30% 정도 높은 열정으로 살았다. 포트폴리오가 많지 않은지라, 하나하나 겨우 잡은 외주에 모든 힘을 갈아 넣었다. 그 덕인지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일은 너무 잘 풀렸다. '가속한다!' 말 그대로 가속했다. 시간 가는지도 모르게 남들보다 30% 정도 더 패기 넘치던 나는 30줄을 기다리고 있는 20대의 아홉수에 접어들었다. 혼자였던 나는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사업체라는 것을 꾸렸고, 팀도 생겼고, 이젠 직원도 생각할 정도로 생활이 괜찮아졌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내가 원하던 게 사업의 번창인가? 순간의 행복인가? 둘 중 하나였던 것은 같은데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냥 둥둥 떠내려가는 기분이다. 뭐 둥둥 떠내려가다 보면 어딘가에 도착하겠지 그곳이 하수처리장만큼은 아니길 바랄 뿐이다. 이왕이면 바다로 내보내줘. 


 가볍게 살고 싶다. 그냥 좋은 키보드 사서 기분이 좋아 쓸데없이 아무 글이나 쓰는 오늘처럼. 그렇지만 정신은 차려야겠지. 으악 어른이 되기 싫다. 옛날엔 빈지노가 좋았는데, 요즘엔 침착맨이 좋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