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별이 빛나는 밤에
누군가의 말이 누군가에게 온전히 가닿는다는 사실이 존재할 수 있을까.
건축학도였던 시절 한창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고흐라는 화가가 내내 걸렸다.
현대에 그리 칭송받는 그이지만 당시 그림이 너무 안 팔려 생애 단 하나의 그림만을 팔았다는 점에서. 그래서 그림 그리는 동안 평생을 동생의 원조를 받아야만 했을 만큼 가난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의 귀 한쪽이 짓이겨져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참 찬란한 이름 같았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실로 눈물이 날 정도로 아팠다는 점에서였다.
빛이란 가장 빠른 경로로 이동한다는 물리적 사실을 가진 물질이 건데.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내리쬐는 미색 별 하나 없이 세상의 모든 빛이 다 돌아 화면밖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두터운 붓터치.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준 화풍이 누군가에게는 비하의 요소이기도 했다.
그렇게 물감을 많이 쓰니 가난하지 않을 리가 있냐며.
그가 살아생전 단 한 작품을 팔았다던 그 시절에도.
프랑스 한 지방에서 그려낸 그의 작품이 팔리고 팔려 경제의 중심 뉴욕 현대미술관 한복판에 걸려있는 이 시대에도 말이다.
나는 그런 그의 붓터치가 내내 슬펐다.
그가 그렇게 물감을 쓸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주 훌륭한 화풍을 창조해 내기 위함이 아니었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렇게 그려내야만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어딘가에라도 담을 수 있었을 것이기에.
거친 붓질 하나하나가 거듭된 대화의 실패와 외쳐도 외쳐도 닿지 못한 그만의 언어들이었고 사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걸 이해해서였다.
아마 그의 활동 후기로 갈수록 그는 점점 말을 줄였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두터운 물감만이 남았을 것이고.
때때로 침묵하던 그가 다시금 어디선가 미미한 힘을 얻어 그 나름의 대화를 하려고 하면 이야기는 길어졌겠고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려 하면 말이 어두워졌을 테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긴 했겠지만 예술가인 그가 그들의 진짜 반응을 모를 리 없었다.
점점 침묵했을 테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어쩌면 끊기듯 끊기지 않는 빛의 물결들이 사실은 그가 세상과 연결되고자 했던 마지막 손짓으로 보였다.
세상과는 단절했지만 그의 편지를 끝까지 읽어주던 동생에게 가장 많은 편지를 썼으니.
한쪽 귀는 잘랐지만 양쪽 귀를 모두 자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현대미술관 가장 비싼 벽면을 보란 듯이 차지하고 있는 힘찬 기세 앞에서 당시 가장 비싼 파란색을 사용했다던 그의 색채가 아주 찬란하다가도,
그 퍼석한 질감으로 말미암은 돌과 같은 무게감이 심장 위에 얹혔었다.
자신의 내면을 설명할 언어를 허락받지 못했다는 감각이 스스로를 공격했을 테고 결국 말로 말하지 못한 모든 것을 그렇게라도 그려낼 수밖에 없었겠다며. 참 가엾다며.
그림 앞에서 슬펐던 내내 나의 심장도 시간이 지나자 말라 퍼석해진 유화처럼 딱딱해져 갔다.
그저 그의 삶이 마음에 얹혔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의 붓질에 괜히 찔려서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