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말을 걸지 않던 시절

by 유정

그 시절의 나는

타인에게는

늘 대답을 잘했지만,

나에게는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다.


“괜찮아?”라는 말이 들리면

생각할 틈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요즘 어때?”라는 인사에는

자동으로 대답이 나갔다.


그 말들이

진짜 내 상태를 묻는 질문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대했다.

깊이 묻지 않고,

빠르게 넘기고,

일단 괜찮다고 처리했다.


몸이 먼저 신호를 보냈다.

잠이 흐트러졌고,

집중은 짧아졌고,

작은 일에도 쉽게 지쳤다.


하지만 나는

그 신호들을

생활의 일부로 분류했다.

지금은 다들 이 정도는 그렇다고,

이 나이면 다들 이렇게 산다고.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면

설명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았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언제부터였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질문들은

지금의 나로서는

감당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질문도 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

묻지 않으면

답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 선택은

당장은 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를 점점

내 바깥으로 밀어냈다.


그때의 나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나를 비켜 세워둔 상태였다.


그리고 그 자리는

버티고 있는 동안

나를 조금씩 없앴다.


작가의 이전글설명되지 않은 감정은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