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로 잘 웃는 사람이었다.
상대가 던진 말보다 반 박자 늦게 웃어도, 분위기에는 정확히 맞는 웃음이었다.
대화가 비어 보이면 말을 보탰고, 말이 넘치면 조용히 접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어긋나는 법은 거의 없었다.
다만 늘, 한 가지는 남겨두었다.
말하지 않은 채로.
나는 말을 못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말을 고르는 데 익숙한 사람이었다.
지금 이 말이 필요한지,
아니면 잠시 묻어두는 편이 더 나은지,
그 판단을 너무 일찍 배워버린 쪽이었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들은
끝내 말이 되지 못한 채 내 안에서만 형태를 바꾸었다.
농담으로 덮이거나,
침묵으로 눌리거나,
아니면 혼잣말처럼 흘러갔다.
사람들은 나를 편한 사람이라고 했다.
잘 들어주고, 잘 맞장구치고,
굳이 불편한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그 말은 대체로 맞았다.
나는 불편함을 만들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조금씩 비켜 세우는 데 능숙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조차
기억나지 않게 되었다.
말을 삼킨 횟수가 너무 많아
침묵이 습관처럼 굳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
말이 되지 못한 것들이
어디론가 가야 할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글을 썼다.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만은 남기기 위해서.
나는 말을 아낀 게 아니라
아무도 듣지 않는 순간을 너무 일찍 배워버렸다.
나는 말보다 먼저, 침묵을 완성하는 사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