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고양이는 외계인일수도

초단편소설 1화

by 정현재Jeonghyunjea

우리집 고양이는 외계인 일수도 있다.

-라고 말자는 생각한다. 말자는 자신의 고양이 ‘금(金)이’가 단지 얌전한 고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의심이 확신으로 바뀐 건, 금이가 능숙하게 핑크색 발바닥 젤리로 키보드를 칠 때였다.


‘어쩌면 0과 1로 외계 수신을 보내는 것일 수도 있어.’

하지만 화면에 찍힌 문장은 불규칙한 자음과 모음의 나열뿐이다. 그런데도 말자가 확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쩌면 저것은 그들만의 암호일 거야. 내가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분명해.’

발바닥으로 서너개씩 키보드를 치던 금이는 그것이 귀찮았는지 엉덩이로 키보드를 치기 시작한다.


수십개씩 연달아 외계어를 치는 금이의 영리함과 섬세한 감각을 본 말자는 ‘헉!’하는 소리를 내며 자신도 모르게 감탄한다. 그 소리에 금이가 엉덩이를 살짝 들어 키보드 치는 것을 멈춘다. 너무 놀라 뒷걸음질을 하는 말자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러더니 코로 크게 숨을 크게 내쉬는 데 말자는 그것이 한심한 자식을 쳐다보는 부모의 것과 너무나 똑같은 ‘인간적인’ 한숨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금이는 나를 자식 보듯 보고 있는 외계인이었어! 그래서 날 살려둔 거야!’

말자는 계속 뒤로 물러서다가 책상에 부딪힌다. 충격으로 아슬하게 올려져 있던 머그컵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지만, 금이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저 귀를 살짝 움직인다.


‘수신! 수신을 했어! 방금 안테나처럼 귀를 움직였어! 감지하는 거야! 주파수? 방금 컵이 깨졌잖아. 그 소리가 수신을 방해했던 거야! 다시 주파수를 잡은 거야! 외계인! 금이는 외계인이 맞아! 대단하다. 신체에 수신기가 달려있는 거잖아? 고도로 발달된 진화 생명체다! 멀티 바이오 최첨단 칩이 내장된 외계생물체다!’


말자의 눈에 비친 금이는 더 이상 귀여운 고양이가 아니다. 고도의 지능을 가진 지적 생명체의 존엄함이 느껴진다. 말자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다.


“송구합니다. 제가 감히 존엄한 자의 임무 수행을 방해했습니다! 귀한 외계인이신 지 모르고!”

외계인의 품격을 알아본 말자는 반려동물 보호자 겸 집사의 역할을 넘어 충성스러운 지구 외교관으로서의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함을 깨닫는다.


‘이제서야 깨닫다니. 나는 바보멍텅구리 구리부리 부리부리…. 부리? 새 부리는 왜 뾰족하지? 뾰족? 뾰족은 왜 뾰족이지?’


금이는 그저 계속 반만 뜬 눈으로 말자를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는 느릿하게 하품하며, 햇볕 아래로 들어가 배를 드러내며 눕는다. 금이가 잠들자 마자 말자는 정신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깨진 컵 조각들부터 치운다. 외계 통신을 방해한 불경스러운 행위를 서둘러 수습한다. 키보드 화면에 남은 외계수신들은 혹시나 기록에 남을까 전부 백스페이스를 눌러 지웠다.


‘하지만… 누군가는 알아주길 원할 수도…? 혹시 모르니까…!’

말자는 서재로 달려가 두꺼운 하드커버 노트를 펼친다. 대리석이 연상된 패턴을 가진 만연필 뚜껑을 열고 말자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인연생기. 어떤 과정도 이유없는 것은 없다. 모든 생성은 그 원인을 가지며 그렇기 때문에 필연이다. 동양 철학과 서양철학이 같은 말을 할 때는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그렇다. 모든 진실은 논리적으로 연결된다. 인간은 단지 그 연결을 보지 못할 뿐.”


노트의 첫 페이지에 서스럼없이 굵게 써내려가는 자신의 글을 살핀 말자는, 그가 발견한 고양이의 하품 하나에도, 새의 부리가 뾰족한 데에도 우주적 의미가 담겨있는 진실을 확신하며, 깨달음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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