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행동에 집중할 것

초단편소설 2화.

by 정현재Jeonghyunjea

40대 초반의 숙자는 변기 뚜껑에 걸터 앉아 스마트폰으로 주식 앱을 확인하며 소변을 보고 있다.


“오! 또 올랐다. 미친, 나 알고 보니 주식 천재 아니야?”


띠롱-!


스마트폰에 알림이 울린다. 상생페이 환급금 9만 원이 들어왔다는 알림 메시지다.


“대박, 환급금 들어왔다! 통과 됐…으면 좋은 건가…?”


작년 이 시기보다 지출이 많았다는 거니까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한다.

숙자는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변기 물을 내리는데…, 순간 손에 힘이 빠진 나머지 스마트폰을 놓쳐 변기 속에 떨어뜨리고 만다.


“아아아아아!”


다행히 소변은 모두 내려간 후라 깨끗한 물만 남아 있다. 숙자는 입꼬리를 잔뜩 내린 채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수건 한 장을 버릴 각오를 하고 변기에 빠진 스마트폰에 묻은 물기를 깨끗하게 닦는다.


“절대 드라이기로 말리지 마시고 자연 건조하세요”


스마트폰을 물에 빠뜨렸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PC를 통해 검색한 숙자는 동영상 속 안내에 따라 베란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집에 들인 뒤 스마트폰을 그 한 가운데 눕힌다.


‘아…, 그동안 뭐하지?’


스마트폰이 자연바람에 마르는 동안, 숙자는 서랍에 잠들어 있던 비상용 스마트폰을 꺼내서 상생페이백 환급금을 쓸 수 있는 디지털 온누리 앱을 다운로드 받는다.

젖은 스마트폰에서 유심만 꺼내 옮긴 후 본인인증 등을 통해 환급금을 쓸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 그리고 젖은 스마트폰이 마르는 동안 근처 캠핑용품점에서 쇼핑을 하고 올 생각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긴다.

숙자는 집 근처 캠핑용품점에서 라디오 기능이 있는 스피커를 구매한다. 들뜬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전원을 켜자, 지지직 거리는 노이즈 속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아, 또 오줌 싸고 물 안 내렸어. 진짜 이러다 치매 걸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하…, 나 왜 이러지?”


숙자는 순간 심장이 철렁한다. 이 목소리는 자신의 목소리이자 탄식이다.


‘내 목소리…? 아니…, 좀 그러기엔 늙었는데…? 근데 내 목소리인데…? 아니…, 근데…, 아니…, 뭐야?”


숙자는 라디오에 조심스레 다가가 스피커의 옆구리를 찰싹 때린다. 고장난 가전제품은 힘으로 고치는 게 제일이라는 사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숙자가 여러번 탕!탕!탕! 때리자 라디오의 노이즈가 사라지고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린다.


“역시, 기계는 때려야 말을 듣지.”


선명해진 목소리가 깊은 한숨과 함께 중얼거린다.


“하다 못해 개나 고양이도 볼일 보고 흙으로 덮길 마련인데…. 자꾸 물을 안 내리고 다니네. 어쩌면 좋지..? 박숙자, 정신 좀 차려라. 치매는 진짜 안 돼!”


선명해진 목소리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박숙자…? 내 이름이잖아. 라디오에서 나랑 목소리와 이름이 똑같은 노인의 대화가 들린다…? 설마 이거 드라마에서만 봤던 미래랑 연결되는 뭐 그런 신기한 라디오 아니야? 사건을 파헤쳐야 하나?’


“그래도 다행이야. 오줌이어서. 아휴, 똥이었어봐.”


라디오에서 들리는 근심이 섞인 안도의 깊은 한숨에 숙자는 문득 자신이 볼일을 보고 변기 물을 내렸는지 긴가민가 하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게 내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숙자는 당장 화장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변기 커버 끄트머리를 집게 손가락으로 집어 천천히 들어올린다. 그 짧은 순간이 슬로우모션이 걸린 영상처럼 천천히 그리고 길게 느껴진다.


‘와, 다행이다. 내렸다!’


숙자가 확인한 변기는 깨끗하게 내려간 맑은 물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박숙자, 정신 차려. 나는 볼일 보고 물을 안 내리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그런데 저 라디오 속 사람은 정말 미래의 나일까…? 말이라도 걸어볼까?’


숙자는 라디오 스피커에 입술을 바싹 대고 속삭인다.


“아아, 미래의 숙자씨…?”


대답이 없다. 그저 노인 여성이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만 들릴 뿐이다.


‘헉!’


숙자는 깜짝 놀란다. 라디오에서 들리는 콧노래는 숙자가 작곡한 오직 자신만 알고 있는 멜로디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있을 때 부르는 노래인데! 역시 이 라디오는 미래의 나를 연결해주고 있는 거야! 그런데 왜…? 이 라디오는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거지? 기존의 라디오와 다른가? 어쩌면 이 원리를 밝혀내면 나 부자가 될지도?’


숙자는 들뜬 마음으로 수납함에 있던 드라이버를 꺼내온다. 라디오를 뜯어보기 위해 드라이버로 나사를 푸는 중, 라디오 밑면에 상생페이백 마크가 조금 다른 디자인으로 인쇄된 것을 발견한다.


‘어…? 왜 여기에 상생페이백 마크가…? 근데 이게 원래 이렇게 생겼나?’


숙자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서 상생페이백 마크와 함께 있는 QR카드를 찍어본다. 그러자 스마트폰에는 미라처럼 보이는 뼈가죽만 남은 노인의 얼굴이 보인다.


“아아, 이걸 네가 보고 있다면 현대과학은 결국 시간여행에 대한 답을 찾았나 보군. 숙자야…, 나는 미래의 너란다. 네가 듣고 있는 라디오 속 미래의 너보다 훨씬 더 미래의 너야. 나는 지금 시간여행 실험 참가자로서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단다. 어쩌다 이 나이에 실험체가 되었는지는 구구절절 말하면 너무 길고…, 모든 건 너의 덤벙대는 성격에서 시작했다는 걸 알아두거라. 네가 똥을 싸면서 스마트폰을 하고, 요리를 하면서 스마트폰을 하고…, 하나를 하면 하나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는 결국 나중에 딴짓을 하며 주식을 구매하다 패가망신을 한단다. 그리하여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 실험에 참가해서 돈을 벌고 있다. 그러니 숙자야…, 제발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하는 습관부터 고쳐라. 나는 그걸로… 전 재산을 잃었다.”


죽지도 않고 미라 같은 모습을 유지한 채 생계를 꾸리기 위해 실험체가 된 미래의 자신이 보낸 편지를 본 숙자는 그것이 경고장이라고 이해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숙자는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 유심을 꺼낸 후 기기를 변기통에 빠뜨린다.’


숙자는 스마트폰이 빠진 변기를 빤히 바라본다. 숙자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오직 하나다. 한 가지 행동에 집중을 할 것. 그리고는 잊고 있던 자연건조시키는 중이었던 스마트폰마저 변기에 빠뜨린다. 그러자 변기에 빠진 두 스마트폰이 물에 녹는다. 숙자가 변기 래버를 누르자 변기물과 함께 녹은 스마트폰이 사라진다.


“이제, 나는 가난한 노년을 맞이하지 않을 거야. 내 인생에 스마트폰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거니까.”


그렇게 숙자는 소리내어 웃는다.


“하하하하하하.”


“박숙자 실험자가 웃기 시작합니다. 교수님 기록할까요?”


직사각형 안경과 하얀 가운을 입은 젊은 연구원이 교수에게 묻는다.


“뇌파를 연결해서 박숙자 실험자의 뇌 속 이미지를 상영해봐.”


젊은 연구원들은 늙은 숙자의 머리에 긴 선이 달린 패치를 붙이자 기계를 통해 숙자의 머릿속이 영화처럼 상영된다.

상영된 늙은 숙자의 머릿속 내용은 젊은 자신이 스마트폰을 변기에 빠뜨리고 자신의 노년은 가난하지 않을 거라고 좋아하며 웃는 장면이다.


얼마 후 늙은 숙자의 모습과 숙자의 머릿 속 장면은 녹화되어 프레젠테이션 장에서 틀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 한 대머리인 중년 여성이 레이저 빔을 들고 발표를 하는 중이다.


“앞으로 저희 드림컴트루는 이 기술을 활용하여 꿈 속 내용을 녹화하는 드림레코딩을 다음 달에 출시할 것입니다. 또한 합병한 바이오 회사의 기술을 바탕으로 식물인간의 머릿속을 영상화하고, 반대로 혼수상태의 환자에게 영상메시지를 꿈으로 주입해 깨우는 등의 치료법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 기술은 내년 하반기에 시범 출시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대머리 중년 여성이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청중은 기립 박수를 치고 동시에 대머리 중년 여성이 대표로 있는 회사 드림컴트루의 주가가 폭등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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