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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Aug 15. 2020

내 금수저 친구 부모님의 사윗감 조건

금수저와 친구 하기 나만 어렵나

친구들 중에 금수저 한 두 명씩은 꼭 있는 것 같다. 아, 금수저에 대한 정의는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먼저 말하고 싶다. 사실상 경제 통계에 포함되는 "중산층"에 대한 정의도 분분한 마당에 금수저에 관한 객관적 정의가 있으랴. 예전에 인터넷에 떠도는 금수저, 은수저, 흙수저 등에 관한 기준을 본 것 같긴 한데, 사실 그냥 내 마음속 금수저, 즉 "심리적" 금수저가 내 기준 금수저라고 말해도 무방한 것 같다. 그러니 사람마다 그 기준이 모두 다르겠지.


며칠 전 만난 친구들 중 한 명이 내 기준 금수저에 포함된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시고 강남에 좋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친구와 학창 시절에 꽤나 친하게 지냈는데, 금수저라던지 심리적으로 거리감이 느껴진다던지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나눈 이야기가 꽤나 내겐 괴리감이 들었다. 그 친구의 남자 친구는 장래가 유망한 연봉 1억의 전문직이다. 그런데 반전은 부모님께 남자 친구와의 결혼 이야기를 슬쩍 꺼냈더니 절대 안 된다며 무조건 선을 보라고 하셨다는 것이다. 부모님의 사위 조건은 남자의 직업이나 외모 등은 상관없이, 그 집안이 부유해 강남에 아파트를 해올 수 있는 그런 남자라고 했다.


사실 남자 친구 연봉이 1억이라든지, 강남구에 아파트 라든지는 '그들의 세상은 숫자의 자릿 수가 다르겠거니' 하고 이해해보려 했다. 하지만 사랑은 짧으니 "현실적" 조건을 봐야 한다는 친구 부모님의 말씀. 이 부분에서 벽이 느껴졌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 다르겠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금수저들의 가치관인가?', '그렇다면 나는 계속 이 친구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예전에 또 다른 금수저 내 친구가 집 앞 슈퍼에 갈 때마저 외모에 신경이 쓰인다고 했던 적이 떠오른다. 나는 그런 게 왜 신경 쓰이나 했는데, 동네 사람들의 평판 때문이란다. 그들의 세상에선 당연한 건지, 내게는 와 닿지 않는 이야기 중에 하나였다.


그들끼리 만난다면 공감이 된다며 박수를 칠까? 나는 그 친구들과 공감을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친구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걸까? 아니면 다 떠나서 내가 질투심으로 인해 옹졸해진 걸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어떻게 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금수저로 보일 수도 있을까?(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 같다) 모르겠다. 생각이 너무 많아도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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