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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Sep 05. 2020

양양 서피비치 방문을 고려하신다면

서피비치 3년째 연속 다녀온 사람의 솔직 후기

올해로 세 해째 양양에 위치한 서피비치를 방문했다. 첫 해에는 국내 여행지를 찾다가 서피비치를 알게 되었는데 처음 도착하고 완전한 신세계를 발견한 것 같았다. 군사 지역이었던 곳을 개방해서 그런지 주변 경관을 해치는 것 하나 없이 온통 파란 하늘과 바다뿐이고, 해변가에는 미국 영화에서나 본 것 같았던 펍과 해먹,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우리는 그때 7월인가 8월에 방문하여 극성수기였는데,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서핑할 생각은 없다던 친구를 꼬셔서 같이 현장에서 7만 원을 결제한 뒤 바로 서핑 강습을 받았고, 바람도 파도도 없어서 초보자들이 서핑 보드를 타고 두둥실 떠다니기 좋은 그런 바다였다. 나는 파도 타는 데에 아마 1초 정도 성공했다. 그때의 성취감이 꽤나 짜릿했던 것 같다. 1초 성공한 사람으로서 말할 자격은 없겠지만, 이 맛에 사람들이 서핑하는구나 싶었다. 그 날의 햇살은 지독하도록 따갑고 얼굴은 Sun-kissed 메이크업을 한 것 같이 달아올랐다. 그러한 내 얼굴빛이 퍽 마음에 들어 셀카를 몇 장 찍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서피비치는 구역 안에 카라반이 있어서 거기서 숙식을 할 수 있었다. 서핑을 하고 나서 먼 곳으로 이동하거나 북적거리며 씻을 필요 없이 편하게 씻고 재정비를 할 수 있었다. 카라반에서 숙식해보는 경험 또한 새로웠다. 씻고 난 뒤 나와 피자와 맥주를 시키며 여유로운 해변을 감상했다. 그때 당시 카라반에 머물던 다른 몇몇 사람들과도 서핑과 여름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운 여름휴가를 보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땐 날씨가 조금 흐렸고 파도가 셌다. 우리는 그때 서핑 강습은 받지 않고 보드만 빌렸다. 3만 원 정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날씨 탓에 파도가 거세 서핑하기가 무서웠다. 보드를 가지고 바다로 나서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지난번엔 차가운 바닷물도 뜨거운 날씨가 중화시켜주었는데, 이 날은 바닷물도 차갑고 날씨도 꽤나 선선해 몸이 오들 거릴 정도였다.


그 이전해보다 사람이 늘어있었다. 첫 방문 때는 웬만하면 사람이 내 카메라 앵글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은 SURFYY BEACH라는 글자판 앞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고 있었고, 여러 기업들에게도 스폰을 받은 듯 프로모션 현판들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는 근처 피자집에 가서 시카고 피자를 먹었고, 나는 어김없이 취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카라반이 없어진 상태였다. 나는 이점이 매우 아쉬웠다. 하지만 이전 해에 눈 여겨뒀던 펜션을 예약해 그곳에서 머물렀다. 양양 바다가 한눈에 액자처럼 들어오는 펜션이었다. 가격은 좀 나갔고, 뷰는 정말 좋았는데 가격 대비 시설이나 서비스는 보통 수준이라고 느껴졌다.


그래도 양양 하나로마트까지 터벅터벅 걸어가며 나의 물기를 말려 주는 여름의 공기를 느끼는 것이 행복했다. 해가 진 뒤의 양양의 공기는 더욱 달큼했다. 일대에는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는 작은 술집들이 들어선 모양이었고 소담 소담 대화를 나누는 모습들이 양양의 밤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펜션에서 서피비치는 걸어서 15분 정도에 위치했는데 서피비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왔다.




올해, 양양 그리고 서피비치는 이제 거의 국내 휴가지 중 이태원급으로 뜨거운 곳이 된 듯했다. 숙소를 잡는 것은 제주도만큼 어려웠고, 서피비치 서핑 강습 등도 미리 예약을 해야 했다. 일대에 방송에도 나온 유명한 술집과 맛집들이 많아졌다. 서피 비치뿐 아니라 양양 전체가 그랬다. 이번엔 숙박을 안 하고 당일치기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패들보드를 타기로 했다.


이 날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내가 원하던 날씨다. 물에 뛰어들려면 따가운 자외선이 있어주는 게 여름 분위기 느끼기에 딱이다. 덕분에 나는 옷 테두리대로 고대로 탔지만. 맛집이라던 칼국수 집에 갔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내 입맛엔 별로였다.


내 체감에 서피비치 방문인원이 곱절로 늘어나는 것 같았다. 무슨 페스티벌에 온 것 같았다. 시설은 이전에 비해 더 보강된 느낌이었다. 큰 샤워실이 하나 생긴 듯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서핑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많아 보였는데 이번에는 먹고 찍고 마시러 온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오죽했으면 택시 기사가 바로 옆 해변으로 들어가면 입장료가 공짜라고 알려주더라.(그렇게 들어가면 안 된다.)


패들보드는 재미있었다. 다만 파도가 조금 있어서 서서 오랫동안 균형 잡기는 어려웠다. 보드를 타고 해변으로부터 꽤나 멀어진 사람들도 보였는데 나는 발이 바닥에 닿지 않으면 무서워하는 쫄보라 거기까진 가지 못했다. 서피비치 리뷰에서 패들보드 타다가 조난당했는데 안전요원이 케어를 안 해서 해경에게(?) 구조됐다는 글을 봤다. 그 글 때문인진 몰라도 안전요원들이 멀리 가지 못하게 사람들에게 계속 호루라기를 불었고, 보드를 타기 전에 주의 사항도 잘 숙지를 시켜줬다.


6시에는 터미널로 돌아가야 되는 일정이라 우리는 두 시간 정도를 바다 위에서 즐기고 라운지에서 음료를 마셨다. 주변에 맛집도 더 많이 생겼기에 다른 곳에서 피자를 먹었다. 양양은 피자의 도시가 되어가는 듯하다. 어쨌든, 라운지는 사람이 그득그득했다. 몸 좋은 언니 오빠들이 많았고, 가족 단위, 할머니 할아버지도 계셨다. 댕댕이들도 많이 봤다. 또 서피비치 입구 쪽에서 비키니만 입고 엎드린 채 태닝한 피부를 뽐내던 핫한 언니가 내게 인상적이었다.


내년에 다시 양양을 방문한다고 하면 방문한다면 이제 인구해변 쪽으로 가볼 것 같다. 그곳도 서퍼비치라고 한다. 양양이 점점 매력적인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아, 정정. 원래 매력적인 도시고, 힙스터들이 몰려오는 도시로 변모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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