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어깨빵 당한 이야기(나 어깨빵 왜 이리 많이 당해)
제목부터가 다소 부정적이지만 결론적으로 오사카 여행 매우 즐거웠습니다. 코딱지만 한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는 쾌적한 호텔부터 친구들에게 귀에 딱지가 않도록 많이 들었던 유니버셜 스튜디오 방문까지. 오사카는 한국인들이 정말 많이 가는 관광지이고, 여행에 대한 정보나 후기들은 정말 많을 테니 오늘은 오사카 여행 후 제가 생각해봤던 것들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오사카는 제가 방문한 일본 도시들 중 세 번째입니다. 첫째는 후쿠오카, 둘째는 도쿄, 그 다음이 오사카지요. 사실 후쿠오카 간 지는 너무 오래되서 세세한 기억이 나질 않네요. 가장 기억남았던 건 작다란 도시에 옹골지게도 들어선 유흥가와 너무나도 조용했던 마을 유후인에 가서 친구와 노천탕을 즐겼던 기억입니다. 도쿄는 세계 여느 도시들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점을 다시금 느꼈던 곳입니다. 물론 저는 대도시 관광 또한 매우 좋아합니다. 현대 기술이 집약된 도시 인프라, 개성이 다양하고 옷을 잘 입는 시민들, 풍부한 문화 공간들을 즐기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렇다면 오사카는 제게 어떤 인상으로 남았을까요? 안타깝게도 ‘혐한’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직접적으로 한국인 겨냥 ‘와사비 테러’를 겪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어깨빵을 당했을 뿐입니다. 그 때 상황은 이랬습니다.
오렌지 스트리트에서 같이 간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원래도 남들 있는 데서 사진 찍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일본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최대한 빨리 빨리 찍으며 지나가려고 했죠. 그 때 제가 사진을 찍고 있던 곳은 어떤 맨션? 주택가? 앞이었던 것 같습니다. 카메라를 친구한테 들이대고 있는데 전방 5m 쯤 앞에서부터 단발에 진한 화장을 한 여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이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속으로 ‘기분이 안 좋은가 보네’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제 어깨를 쌩하니 치고 지나가는게 아니겠습니까! 주변에 사람들이 드글드글해서 지나갈 곳이 제 어깨밖에 없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사건을 혐한이라고 할 수 없는 것 압니다. 그분의 집 앞이 관광 핫플레이스고, 사람들이 집 앞에 매일 득실거려 불만이던 와중에, 제 어깨가 희생양이 된 걸 수도 있습니다. 이해를 못 하는 바는 아닙니다. 기분이 나빴던건 아마 제 기분 탓일 겁니다 아마.(이게 무슨 말이야)
사실 오사카가 혐한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고, 여행을 준비하면서 구글맵을 보면 후기마다 ‘이 집 혐한이다’라는 글이 있어 선입견을 뒤집어 쓰고 여행에 나선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가게를 들어설 때마다 걱정이 앞섰고, 행동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무인양품 택스 리펀 코너에서 자기들끼리 장난치던 직원들을 보면서도 ‘우릴 무시하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친구의 추천으로 오므라이스 맛집을 찾아갔습니다. 역시 일본답게 테이블이 세 네개밖에 없는 작은 가게였고, 역시나 가게 주인이 들어오라고 하기 전까지는 가게 밖에서 줄을 서고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곳은 사장님 혼자서 응대, 요리, 청소, 계산을 다하는 가게였고, 음악소리도 나지 않는 아주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저희는 가게가 풍기는 뉘앙스를 캐치하고, 대화는 물론 식기 놓는 것 마저 조심스레 행동했습니다. 저희가 묵언의 식사를 하고 있던 도중 한국인 가족이 들어왔습니다. 대화의 억양을 들어보니 경상도 분들 같았습니다. 오사카와 경상도 지역이 가까워서 여행을 많이 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그 가족은 경상도분들답게 시원시원한 억양으로 가게 안에서도 큰 소리로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 마음이 쪼그라드는 건, 제가 아무래도 너무 쫄보여서 그랬던 걸까요?
항상 각자의 입장을 이해해보려 노력합니다만. 한국인들이 오사카인들의 터전을 너무 번잡스럽게 했던걸까요? 아니면 제 미국인 친구의 말을 빌려 그들은 ‘racist’에 불과했던 걸까요?(같은 동아시아인 사이에서도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말을 써볼 생각은 한 적이 없는데, 외국인 친구의 시선에서는 그것 또한 인종차별이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