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힐링 공간 부산 힐튼
오랜만에 브런치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번엔 부산 기장에 있는 힐튼 호텔을 다녀왔습니다. 재작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입니다. 인피니티풀 사진 하나 보고 너무 반해버려서 친구에게 부산 여행을 제안했습니다. 그때 처음 만났던 힐튼 호텔 혹은 아난티 코브는 제게 천국과 같은 곳이었습니다. 이곳엔 꼭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죠.
부산 힐튼의 입구로 들어서니 깨끗한 느낌을 주는 새하얀 건물이 여전히 저를 기분 좋게 압도합니다. 호텔 입구도 어딘지 모르게 숨겨져 있어 신비롭기도 하고요. 물론 외부 데스크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로비로 가는 길 마저 유선형의 건축물들이 아름답게 천장과 벽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곳곳에 엔틱한 소품들이 무심한 듯 놓여 있고요. 곧장 10층의 로비로 올라갑니다. 로비로 올라가면 카페와 바가 마련되어 있는데요, 이곳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공간입니다. 바로 뷰 때문인데요, 10층 건물에서 보는 부산 바다의 뷰가 정말 몽환적인 파스텔 색상입니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흐릿하고 지형지물 하나 거슬리는 것 없이 모두 바다와 하늘뿐입니다. 이 곳에선 몇 시간이고 커피를 마시며 머무를 수 있습니다.
객실 내부는 유행을 타지 않는 고동색 목재를 주로 이용했으면서도 나름의 트렌디함을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입니다. 화장실도 벤치가 있을 정도로 널찍해요. 제가 인테리어에 식견이 짧아 더 자세한 묘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저희 방은 마운틴 뷰였는데, 그마저도 정말 좋았어요. 방 앞에 작은 동산이 있는데 숲처럼 나무가 울창하고 이를 해치는 다른 경관이 없어서 오션뷰가 아니었어도 만족스러웠습니다.
힐튼 호텔은 아난티라는 리조트와 함께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두 곳이 편의 시설도 함께 공유한다고 보면 됩니다. 아난티에서 조성한 식당가는 제가 이 부산 힐튼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식당가 건축물이 화이트 톤으로 정말 세련되게 되어있고, 또 맛있는 곳들만 잔뜩 입점해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목란! 이연복 셰프의 목란 2호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산에 있다는 것만 알았는데 바로 아난티에 있는 줄은 저희도 몰랐습니다. 서울에선 예약을 몇 달 전에 해야 한다는 소문도 있었는데 저희는 들어가자마자 식사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습니다! 만세! 정말 시키고 싶은 메뉴가 많았지만 두 사람만 갔기에 크림 새우, 소고기 가지 덮밥, 탄탄멘만 주문했습니다. 아 칭다오 생맥도요. 크림 새우는 맥주와 정말 잘 어울렸고, 가지 덮밥은 제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같이 간 친구는 잘 먹었습니다. 전 전분이 많은 스타일의 중국 요리는 안 좋아해서요. 탄탄멘은 제가 그동안 먹어봤던 탄탄멘과 달리 국물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너무 짜지 않고 맛있게 먹었어요!
석양이 지는 인피니티풀의 뷰 또한 감상했는데요, 물속에서 석양을 바라보니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다만 바람이 많이 불어 날이 조금 쌀쌀했는데, 물이 조금만 더 따뜻했으면 했어요. 힐튼과 아난티에는 즐길 수 있는 수영장과 사우나가 정말 여러 개에요. 1박이라면 인피니티 풀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여러 박을 한다면 여러 군데에서 노는 재미도 있을 거 같았습니다. 10층 실내 수영장을 다음엔 가보고 싶어요.
호텔 시설을 모조리 즐기자는 욕심에 수영 후에 객실 내 욕조에서 배쓰밤 풀어서 몸도 담그고, 또 피트니스 클럽도 이용했습니다. 호텔에 오면 맨날 이번에는 피트니스 이용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결국 침대에 뻗어버리기 일쑤였는데, 이번엔 두 번이나 이용했습니다. 호텔 피트니스는 사람이 없고 시설이 정말 좋아서 굉장히 효율적이고 뿌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거 같아요. '와 나는 이런 곳에서 운동하는 사람이다!' 이런 느낌? 밤에 한 번 아침에 한 번 운동했는데, 밤에는 전망이 밤바다라 어두운 상태에서 운동하는 대로 느낌이 새로웠고, 아침에는 바닷가 보면서 운동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아난티 코브에는 편의점도 있어서 밤에 방에서 와인 한 잔 하기에 정말 좋습니다. 이런 편의 시설은 부산 힐튼을 자주 찾게 하는 매력입니다.
정말 여러 장점이 있지만 제가 너무너무 사랑하는 곳은 바로 '이터널 저니'라는 서점입니다. 책은 물론 가방, 액세서리도 판매하는 데요, 정말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들만 잔뜩 있어 눈이 돌아갈 지경입니다. 나중에 서점을 차리게 된다면 이런 서점을 만들고 싶어요. 문학가들의 글귀가 수놓아져 있고, 작가 추천, 테마별 추천이 서점의 구성을 더욱 빛나게 합니다. 전 이번엔 매거진 비 샤넬 편,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 우울할 땐 니체라는 책을 샀어요. 이곳에 오면 꼭 책을 사게 됩니다. 마치 기념품처럼요.
저녁 그리고 아침으로 두 번의 산책을 했습니다. 저녁 산책은 우주 유영 같았습니다. 호텔을 등지고 바다를 바라보면 마치 우주 속에 떠 있는 그래비티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건 온통 까만 배경에 별 몇 개였으니까요. 아침 산책은 에메랄드 빛 바다에 반사되는 햇살이 마치 바다에 흩뿌려진 다이아몬드 같았습니다. 아쉬운 아침 산책을 마무리로 힐튼을 떠났습니다. 저는 아마 내년에도 또 방문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