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TAXI TALK
얼마 전 방콕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베트남 다낭에 이어 동남아시아 국가 여행은 두 번째입니다. 다낭에 비해 방콕은 훨씬 복잡하고 화려한 도시라 더욱 기대가 되던 차였습니다. 낯선 땅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현지인은 누굴까요? 저가항공을 이용하다보면 보통 밤비행기로 도착지에 떨어집니다. 그렇기에 공항에서 숙소까지의 이동 수단은 보통 택시가 되기 마련이죠. 출입국 심사원과는 말 한 마디 나누지 않는 냉정한 사이이니, 제일 먼저 대화를 나누는 현지인은 택시 기사님입니다.
동남아에서는 Grab(그랩)이라는 어플이 성행 중입니다. 차량 공유 서비스라 불리는 이 플랫폼은 요금도 합리적이고 기사님 정보도 정확히 알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희도 공항을 나서자마자 그랩 어플을 켰습니다. 아무래도 공항 쪽은 그랩을 이용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랩에 등록된 차량 보유자가 그렇게 많지는 않은 건지, 방콕의 교통 체증 때문인지, 그랩을 콜하면 보통 5분에서 15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결국 몇 번의 시도 끝에 그랩을 포기하고 공항 내에 상주하고 있는 택시 기사의 차를 탔습니다. 300바트에 추가로 50바트를 내야 했습니다. 그는 공항 '택시꾼'답게 칼 같이 짐을 실어주고, 칼 같이 요금 설명을 한 뒤 저희를 태웠습니다. 사전 조사를 했을 때 300에서 400바트 정도면 간다고 알고 있었기에 나쁜 금액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그랩에 비하면 비쌌고, 왠지 모르겠지만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습니다.
방콕 여행을 하면서 저희는 급할 때는 일반 택시를 이용하고, 기다릴 여유가 있을 때는 그랩을 이용했습니다. 일반 택시를 이용했을 때는 확실히 가격이 비쌌습니다. 그 중 두 번 정도인가를 거의 두 배가 되는 요금을 내고 택시를 탄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에누리 할 줄을 몰라서 그랬고, 한 번은 너무 급해서였어요. 그런데 유난히 그 두 택시 기사님들이 저희에게 굉장히 적극적으로 말을 걸었습니다.
"어디에서 왔어요?"
"방콕 처음이에요?"
"방콕 좋아요?"
"지금 지나가는 곳 어딘 줄 알아요?"
"한인타운 가봤어요?"
...
영어도 잘 통하지 않아 통역 앱을 사용하며, 쉴 틈 없이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 당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저와제 친구 둘 다 그렇게 붙임성이 좋지 못해 쑥쓰러워 하며 대화를 떠듬떠듬 이어갔죠.
갑자기 제 친구가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나 이제 알았어."
"뭘?"
"우리한테 바가지 씌워서 택시 요금 많이 받으니까 신나서 말이 많아진 거 같아."
"아 그럴 수도 있겠네... 그래도 우리 나라 돈으로 3000원 정도인데, 저 기사님은 가족들 맛있는 거 사주시고 그럼 됐지 뭐~"
여행자들에게 현지 택시 기사님과의 대화는 어쩌면 유일한 현지인과의 대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적극적인 기사님들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사실 이것 저것 물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택시 운전은 벌이가 어떠한지, 그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툭툭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방콕 사람들은 그 냄새를 참으면서도 두리안을 즐겨 먹는 건지, 방콕 여자들은 왜 이렇게 다 예쁜지... 관광지로서의 방콕보다 사람 사는 곳으로서의 방콕을 아는 것이 더 가치있고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 편으로는 우리의 대화가 택시 기사님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꽤 둥글둥글한 한국어의 음성, 대화의 톤, 목소리의 볼륨, 말 사이의 휴지 등이 어우러지는 '대화 소리'는 어떻게 들릴까요?
여러분들에게 인상 깊었던 택시 토크에는 어떤 게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