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여행기 DAY1
동남아 여행은 역시나 밤 비행기. 공항은 항상 여유 있게 나온다고 나오는데, 막상 보면 항상 시간이 빠듯하다. 기내로 들고 타는 짐인데 깜빡하고 화장품을 잔뜩 넣어 피 같은 화장품을 몇 개 버려야 했다. 게다가 저가 항공은 터미널이 아닌 탑승동에 위치해서 셔틀로 한번 더 이동해야 하니 번거롭다. 어찌 됐든 우리는 필리핀 시간으로 새벽 1시에 칼리보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고, 공항 근처 숙소에서 하룻밤을 자기로 한다.
보라카이섬으로 들어가는 길은 다소 복잡하다. 보통 항공편으로 칼리보 공항에 도착하고 칼리보에서 카티클란 항구까지 차로 1시간 반 정도를 달린 다음, 카티클란 항구에서 보라카이섬인 카그반 항구까지 10분 정도 간다. 그 이후 각자의 숙소나 목적지로 트라이시클이나 차를 타고 들어간다. 이렇게 긴 문장으로 설명한 것만큼이나 가기도 힘들고, 게다가 필리핀 도로들이 좁아서 주행이 아슬아슬하고, 타고 가는 배도 안정적이지 않아서 맘 편히 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은 이 복잡한 여정을 견디지 못하고 "픽업 샌딩"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간단히 말하면 칼리보 공항에서부터 업체를 졸졸 따라다니기만 하면 된다는 거다. 그런데 이 픽업 샌딩 가격이 1인당 15,000원~35,000원 선에서 형성되어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비싸고 불필요할 것 같아서 우리는 알아서 가기로 택했다.
우리는 칼리보에 당도한 날 "디스커버"라는 호텔에서 묵었는데, 칼리보 공항에서 도보 3분 거리로, "하룻밤 자고 가기용"으로 알려진 숙소다. 가격은 3만 원 대였다. 후기가 호불호가 있어서 조금 고민했지만, 공항과 너무 가까워서 그냥 묵기로 했다. 하지만 결과는 대실패. 공항과 너무 가까운 게 화근이었다. 나는 밤새 비행기 이착륙 소음과 진동에 시달려야 했다. 살다 살다 비행기가 내 귀 옆으로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잠을 청해야 할 줄이야. 게다가 찾는 사람이 없어 관리가 잘 안 된 박물관에서 날 법한 쿰쿰한 냄새가 방을 진동했고, 드라이기도 없어 제대로 씻지도 않고 다음날 아침 숙소를 나와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