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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Dec 04. 2019

유흥업소와 구걸하는 아이들

보라카이 여행기 DAY3-3

한때는 더 화려했다던 보라카이의 밤. 이제 해변에서의 음주는 금지되었다. 하지만 바다를 코 앞에 두고 스테이션 1,2,3에 걸쳐 늘어져 있는 가게들로 보라카이 섬은 불야성이었다. 해변가 앞에 서있는 경찰들을 경계로 바닷가는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그 안쪽은 화려한 조명과 음악 소리로 활기를 띄었다. 보라카이의 나이트 라이프가 금지되어 이제 매력이 떨어졌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리 큰 차이가 있나 싶었다.


우리는 한번 쭈욱 걸어보기로 했다. 가도 가도 술집의 향연이 끝이 나질 않았다. 내가 받은 인상은 '보라카이는 참 작다'라는 것이다. 우선 섬 크기가 작고, 건물의 규모도 다 작다. 그래서 뭔가 훑어보기엔 편하기도 하고, 안락한 느낌도 드는데, 한편으론 조금 답답하다. 가게가 매우 다닥다닥 붙어있고, 가게의 천장도 낮은 편이다.


조명도 범상치 않은 곳이 많았다. 분홍빛, 파란빛... 커다란 미러볼이 달린 클럽 분위기로 된 곳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가게 앞에 필리핀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부모인지 모를 사람과 머리를 땋고 있기도 하고, 바닥에 앉아서 구걸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저 아이들은 이곳이 생활 반경이며, 놀이터이자, 집인 것이다. 구걸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꽤나 크기가 큰 바였다. 느낌 있게 빈백에 앉아보자 했지만, 습기로 인해 눅눅하고 모래가 가득했다. 역시 "인스타그램"과 "현실"은 일치하지 않는다. 발끝이 땅에 닿지 않는 높은 의자가 있는 테이블로 옮겼다. 야외 자리라 날씨가 푹푹 쪘고, 필리핀에 와서 생전 처음 알레르기가 올라온 내 가슴팍은 더 붉게 올라왔다. 칵테일은 1+1인 줄 모르고 시켜 사람은 두 명인데 칵테일은 네 잔. 치킨과 감자칩이 함께 나온 안주도 꽤나 괜찮았고, 서빙이 늦어 "You're late"이라고 하니 "There was traffic"이라고 답하는 종업원도 유쾌했다.


네 잔이 되어버린 우리의 칵테일


하지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내 지척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구걸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몸은 빼싹 말랐고, 움푹 파인 눈 주변은 큰 눈이 더 크게 보이게 했다. 아늑한 집 부모님 품에서 놀거나 자고 있을 한국 혹은 다른 어느 나라의 어린아이들의 모습이 상반되어 떠올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무엇이 이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의 미래를 정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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