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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Dec 06. 2019

보라카이의 하늘을 나는 법

보라카이 여행기 DAY4-1

오늘은 오전에 간단한 액티비티를 하고, 오후엔 드디어 샹그릴라 리조트를 가는 날이다.  오전 액티비티는 패러세일링을 하기로 했다. 참고로 어제와 그제 저녁에 모두 선셋세일링을 하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 실패했다. 그제는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 해가 다 져있었다. 어제는 꼭 해보자고 마음을 먹고 호객꾼을 오히려 찾아 나섰는데, 싫다고 할 때는 참 많더니, 우리에게 다가오는 호객꾼이 몇 없는 것이 아닌가. 알고 보니 해가 거의 질 무렵이었고, 몇몇 호객꾼과 실랑이를 벌이다 보니, 어느덧 프라이빗으로 탈 사람만 받고 단체는 받지 않는 시간이 된 것이다. 거 참, 타이밍 잡기 어려운 액티비티였다.


그리하여 결국 호핑투어 다음으로 하게 된 액티비티는 패러세일링이었다. 스쿠버다이빙, 프리다이빙 등 더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었지만 시간과 체력이 없었다. 호객꾼과 흥정을 한 후, 막상 패러세일링을 하기로 마음먹으니 조금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안전에 대한 걱정도 덜컥 들었다. 하지만 걱정할 여유는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역시나 호객 분업의 천국인 보라카이 답게, 호객꾼 -> 업체로 안내해주는 소년 -> 패러세일링 스폿까지 가는 보트를 태워주는 사람들 -> 패러세일링 스폿에서 안내해주는 사람들 -> 패러세일링을 태워주는 사람들 -> 다시 보라카이 섬으로 데려다주는 보트를 태워주는 사람들의 절차를 거친다. 이렇듯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 채 끌려다니니 어리둥절하다. 게다가 모든 절차마다 팁을 요구하니 '팁을 얼마 줘야 하지'라는 고민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위의 절차들을 거쳐 우리는 드디어 두둥실 떠오를 준비가 완료되었다. 어디 하나 기댈 데 없이 끈에만 몸이 묶인 채 올라가려니 겁도 났지만 막상 올라가 보니 별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높이 올라갈수록 현실 감각이 사라져 시시한 느낌이 들 지경이다. 뻥 뚫린 하늘과 작게만 보이는 보라카이 섬, 발아래에 있는 바다는 출렁이는 파도 무늬가 마치 고무로 만든 전시용 모형 같다. 어제는 바닷속을 떠다녔는데, 오늘은 하늘 위를 떠다니는 중인 것이다. 우주에서 이렇듯 아직 인간이 가보지 못한 면적이 훨씬 많을 터인데, 우리는 '땅'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발 붙이고 사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예상외로 시시한(?) 패러세일링을 마치고 다시 뜨겁디 뜨거운 보라카이 섬으로 돌아왔다. 가슴팍에 올라온 알레르기는 아직 없어지지 않았다. 우리는 이제 트라이시클을 타고 샹그릴라 리조트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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