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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Dec 08. 2019

올림푸스 신전 같았던 샹그릴라

보라카이 여행기 DAY4-2

트라이시클을 타고 샹그릴라 리조트가 있는 스테이션1으로 가는 길은 상상을 초월했다. 비포장 도로가 많아 엉덩이가 들썩들썩거림은 기본이다. 충격적이었던 건 길도 좁은 와중에 공사를 해, 양방향 통행이 불가능해 한 방향 차들이 몇 대 지나가고 나면 그제야 이쪽 방향이 지나가는 식의 도로 사정인 것이다. 덕분에 먼지를 잔뜩 먹고, 내 옷가지들도 먼지 샤워를 했다.


하지만 가는 길에 더 안타까웠던 건, 먼지가 풀풀 날리는 공사판 바로 옆에서 나무판자로 엉성하게 지어진 집에서 사는 필리핀 사람들이었다. 집은 작고 엉성했으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공사판 먼지와 차량 매연에 노출됐다. 거기서 사람들은 장사도하고, 뛰놀기도 하며 삶을 꾸리고 있었다. 그게 이들에게 최선이었겠지. 이게 보라카이 땅이 그들에게 허락한 최선이었겠지. 생각하며 또다시 씁쓸한 마음이 올라왔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뱃길로 가면 5-10분이면 갈 것 같은데, 트라이시클로 가니 20-30분은 걸린 것 같다. 물리적 시간도 시간이지만, 가는 길이 힘들어 더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고난(?)의 길을 지나오니 어느덧 한적하고 깔끔한 도로가 나온다. 샹그릴라 리조트의 출입차량을 관리하는 데스크였다. 마약탐지견이 우리 짐을 킁킁 맡아보고, 우리는 샹그릴라 리조트의 벤으로 옮겨졌다. 먼지를 마시며 트라이시클에서 엉덩이 바운스를 하며 왔던 우리는, 그 과정이 마치 다른 세상으로 가는 셔틀 같았다.


너무 여유로웠던 샹그릴라 로비


셔틀을 타고 3분가량을 가니, 군인 같기도 하고 경호원 같기도 한 짤따란 머리에 흰 셔츠와 베이지색 반바지를 입은 청년들이 우리를 처음 맞았다. 이내 우리는 체크인 로비로 옮겨졌다. 그때부터 천국이 펼쳐졌다. 내가 샹그릴라 로비에 당도한 순간 든 생각은 '이곳은 올림푸스 신전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열악한 환경의 필리핀 시골길을 달려 올라온 곳에 언제 그랬냐는 듯 멋들어진 건물과 조경, 풍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도 고지대에 있어 보라카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길가에 나와 우리를 쳐다보던 필리핀 사람들의 눈빛과 달리, 이곳은 아주 여유롭고 평화로우며 부유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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