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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Dec 10. 2019

샹그릴라가 내게 준 선물

보라카이 여행기 DAY4-3

체크인 후 버기를 타고 방으로 이동하는데, 버기를 타는 건 처음이었어서 그 마저도 무지하게 설렌다. 세상 친절한 직원의 안내를 받은 후 우리 방으로 들어간다. 룸 컨디션이 조금 낡았다는 후기가 있어 조금 걱정했는데, 전혀 노후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언제나 날 행복하게 하는 두 개의 세면대, 널찍한 침대 그리고 테라스. 우리 방은 오션뷰는 아니다. 나는 리조트에 묵으면 방에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 뷰에 그다지 집착하진 않는다. (물론 돈이 많으면 오션뷰가 좋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가격 이상의 호텔이나 리조트는 오션뷰가 아니더라도 뷰가 콱 막히지 않아 좋다. 테라스에 누울 수 있는 크기의 소파가 있어서 좋았다.(그런데 우리 방 앞에서 계속 뭔가 작업을 하고 있어서 직원들 때문에 약간 불편했다.)


다른 브런치 글에서 읽은 것 같다. 숙소에 '가성비'는 없다고. 가격이 낮을수록 포기할 것이 많아지고, 비쌀수록 만족은 높아진다. 물론 사람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만족도는 천차만별일 것이다. 나는 그 공간이 탁 트이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 비위도 좋지 못하다. 타인의 체모나 어디서 오는지 모를 역한 냄새를 맡으면 속이 울렁거린다. 숙소가 좋지 못하면 여행 내내 찝찝하다. 그러니 어쩌겠나, 숙소는 여행에 있어 내게 큰 요소이고, 큰 투자를 할 수밖에 없어졌다.


샹그릴라 방 내부


샹그릴라 보라카이는 모든 건물의 디자인과 조경, 조명등 전체적으로 너무나 아름답게 꾸며진 공간이다. 그 절정은 역시 수영장. 수영장에 들어선 순간 우리는 대략 삼십 분 동안은 입에서 감탄사를 떼지 못했다. "와, 여긴 천국임에 틀림없어", "미쳤다 진짜. 평생 여기서 살래." 이런 종류의. 보라카이가 부리는 단 한 가지의 마법이 있다면 그건 '태양이 만드는 채도'. 모든 사물들이 극강의 채도를 선보인다. 그러니 현실은 그림보다 더 그림 같다.


수영장과 이어지는 해변도 인생 최고의 해변이었다. 그 해변에는 우리밖에 없다. 주변의 절벽이 해안가를 감싸고 있어 안정감이 든다. 모래사장에 늘어진 노란색 파라솔은 에메랄드 빛 바다와 보색을 이루며 완벽한 조화를 뽐낸다. 무엇보다 가장 환상적이었던 점은, 이곳 해변에서도 스노클링을 통해 물고기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어디 멀리 나가서 스노클링 할 필요 없이 바닷물에 몇 발자국만 들여도 물고기 친구들이 유유자적하고 있다. 참고로 해변을 지키는 직원이 따로 있고, 샹그릴라는 두 개의 해변을 소유하고 있는데, 다른 쪽 해변에서는 패들 보드 등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던 수영장


깊은 수심의 수영장을 좋아하는 나로선, 예쁜 건 물론이거니와 3m 수심을 보유한 수영장은 당연 백점 만점에 백점이다. 역시 수영장의 백미는 음식 시켜 먹기! 직원들도 굉장히 친절하고 음식도 아주 맛있다. 피자를 시켰는데 흡입했다. 샐러드류도 시켜보았는데 아주 괜찮았던 걸로 기억한다. 맛있는 음식과 늘어질 수 있는 선베드, 내 앞에 펼쳐진 천국 같은 파란 수영장. 이보다 완벽한 휴가가 있을까.


샹그릴라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때는 일몰 시간이었다. 보라카이의 일몰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주황빛에서 점점 보랏빛으로 넘어오는 그 빛깔이 샹그릴라 해변으로 잦아든다. 그 그러데이션은 해변에서 수영장으로 이어져, 주변 야자수의 배경 색깔이 되어 준다.


해변과 노을


역시 행복한 순간의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간다. 어느덧 저녁 공기가 무르익어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러 갔다. 샹그릴라에서 뷰로 유명한 '시레나 레스토랑'이다. 낮에 갔으면 더 예뻤을 것 같긴 한데, 저녁에도 무드가 있었다. 의자가 거의 누울 수 있는 수준의 크기다. 음식도 맛있었고, 무엇보다 직원분이 너무 친절했다. 사진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시면서 20장은 찍어주신 것 같다. 시간이 너무 짧아 충분히 여유롭게 즐기지 못한 점이 아쉽다.


시레나 레스토랑


하루의 마무리는 헬스로 했다. 나는 호텔을 가면 헬스장을 꼭 이용한다. 그럼 뭔가 굉장히 알차게 호텔을 이용한 기분이 들고, 운동을 했다는 뿌듯함과 칼로리 소모의 세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헬스장은 하이 엔드 느낌은 아니었지만 넓고 나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요가 티칭을 부탁하면 해주는 것 같기도 했다. 뷰는 별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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