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카이 여행기 DAY5-1
오늘은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이다. 정확히는 내일 01시 비행기지만. 내가 아는 분은 귀국하는 날은 뭔가 여행할 기분이 잘 안 난다고 하더라.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다. 한국에서의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각성되기 때문인 거 같다. 그래도 보라카이에서의 오늘 하루는 길다.
우리는 부푼 기대감을 안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이게 웬일, 역시나 여태까지 갔던 조식 뷔페 중에 최고였다. 무슨 빵 종류만 베이커리 수준으로 다양하고 디스플레이도 너무 사랑스럽고 예쁘게 되어있다. 나는 조식에서 크로와상과 커피를 같이 먹는 걸 정말 정말 좋아하는데, 다른 먹을 것도 많았지만 이 조합만큼은 놓칠 수 없어서 플레인 크로와상과 쇼콜라 크로와상까지 욱여넣었다.
게다가 건강식(?)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적합한 베지테리언 메뉴들도 다양했고 맛도 아주 훌륭했다. 매일 이런 식으로 먹으면 매일매일 식단이 행복할 것 같았다. 직원들 서비스도 아주 친절했고, 동남아 여행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망고도 화수분처럼 계속 채워졌다. 그렇지만 항상 뷔페를 오면 느끼는 점은, 결과적으로 A도 놓칠 수 없고, B도 놓칠 수 없고, C도 놓칠 수 없고 D, E, F등에는 더 미련이 남아 평소보다 더 많이 먹고 더 해괴한 조합으로 하나의 입에 욱여넣다 보니 만족감은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으니 뷔페란 것은 영원히 성행하겠지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방까지 가는 길을 산책한다. 아침에 리조트는 더 예쁘다. 풀잎 위에 이슬이 경쾌하게 맺혀있다. 우리는 체크아웃 전까지는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나가기로 한다. 체크아웃 시간은 왜 이리 항상 빠른 것 같은지. 체크아웃을 하면서 정산을 하는데 컴퓨터 모니터 크기 만한 패드로 정산 내역을 보여준다. 아주 하이테크놀로지다(?).
샹그릴라의 좋은 점 중 또 하나는 체크아웃 후에도 당당하게 호텔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헬스장에서 씻으면 된다고 체크아웃 시 알려주기까지 한다. 뭔가 다른 곳에선 하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눈치가 보였는데, 여기는 직원들이 알려주니 마음이 편하다. 어제와 같이 수영장에서의 느긋한 식사, 또 한 번의 바다 스노클링을 즐겼다. 다만 '작열하는 태양빛' 때문에 내 살이 정말 익는다. 더 느긋하게 해변가에서 누워 있고 싶은데, 10분을 넘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