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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 Jun 02. 2017

이커머스의 미래는 어디에 있는가?

소셜커머스 쿠팡은 2016년 1조 9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5,600억 원이라는 영업손실의 쓴맛을 봤다. 매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비단 쿠팡만의 문제는 아니다. 위메프와 티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픈마켓 옥션과 G 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 코리아 역시 매출은 8%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 감소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유통업체의 상품은 고객 관점의 매력도, 즉 집객력과 유통업체 관점의 수익성에 따라 크게 4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 집객력도 높고 수익성도 높은 BEST, 집객력은 높지만 수익성이 낮은 TRAFFIC, 집객력은 낮지만 수익성이 높은 MARGIN, 집객력도 낮고 수익성도 낮은 GAP의 4가지 카테고리이다. BEST, TRAFFIC, MARGIN, GAP으로 구성된 카테고리 믹스 전략이 적절히 운영될 때,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온라인 유통의 카테고리 전략 프레임워크 (출처 : 리테일 매거진)

기존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경우, TRAFFIC 카테고리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BEST나 MARGIN 카테고리를 함께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잘 운영해왔다. 가령, 일부 신선식품을 저가로 판매해 고객을 유인하고(TRAFFIC), PB나 해외 소싱 상품을 얹어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확보하는 것이다(BEST).


그러나 이러한 카테고리 운영전략이 온라인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TRAFFIC 카테고리로 고객을 유인하지만, 결국 TRAFFIC의 구매에서 끝날뿐, BEST와 MARGIN 카테고리까지의 구매로 이어지지 못한다. 이는 카테고리 운영 전략의 부재 그리고 소싱 역량의 부재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온라인은 어떻게 이를 타개해 나아가야 하는가?


MD(Merchandising) 力

기존 오프라인 기반 대형마트는 PB(Private Brand)나 해외 소싱 상품과 같이 집객력도 높이면서 수익성 또한 확보할 수 있는 BEST 카테고리를 끊임없이 개발해 수익 균형을 맞춘다. 반면, 온라인 태생 업체들은 이러한 상품개발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집객을 높이기 위한 TRAFFIC 카테고리 개발에만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온라인 대표 주자들이 성장한 배경을 보면, 차별화된 상품을 소싱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이 아니라 어디에서나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을 단지 싸게 파는 '최저가' 전략을 취해 왔다. 쿠팡의 기저귀나 분유가 대표적 사례이다.

BEST 카테고리의 대표적 사례_이마트 피코크

이러한 전략을 통해 단기적으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덩치는 키웠지만, 수익성을 겸비한 상품을 내놓지 못하다 보니 결국 속 빈 강정 꼴이 되고 말았다. 물론, 온라인 쇼핑몰이 초기에 광고와 가격경쟁을 통해 고객을 끌어모으고, 물류 시설 및 데이터 분석과 같은 인프라에 대한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MD 역량을 키우는데 소홀했던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각 카테고리에 대한 전략을 바로 세우고, 독자적인 BEST 카테고리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아야만 할 것이다.


다만,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태생적으로 상품에 초점을 두는 DNA를 장착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업체들이 단기간 내에 상품 차별화 및 소싱 역량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온라인 업체들은 기존의 카테고리와 상품의 구색에 한해서, 고객들이 BEST와 MARGIN 카테고리의 상품을 더 구매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검색에서 탐색으로_미디어

기존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TRAFFIC으로 유인하여 BEST와 MARGIN까지 판매하고, 온라인 업체들이 실패한 이유는 상품력만은 아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근본적인 쇼핑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매장 기반의 오프라인 업체는 고객이 TRAFFIC 카테고리의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BEST와 MARGIN 상품을 지나가도록 매장 레이아웃을 구성한다. 또한 매장 내  ISP(In Store Promotion), VMD(Visual Merchandising), 샘플링의 기술로 고객이  BEST와 MARGIN 상품을 구매하도록 부추긴다. 고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휴지 하나를 사러 왔어도 전 매장을 돌아다니게끔 만들며, 중간중간 미끼를 던지는 것이다. 매장 전체를 돌아다니는 오프라인 쇼핑 형태는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읽어내는 소설책'에 비유할 수 있다. 즉, '탐색'의 개념이다.


온라인은 그 반대다. 키워드 검색 기반의 온라인 쇼핑 형태는 '필요한 부분만 찾아보는 사전'에 비유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검색'의 개념이다. 그러나 이러한 키워드 검색 기능의 쇼핑 형태는 온라인 업체의 수익성에 독이 되어왔다. 고객은 자신이 필요한 물품만 쏙 골라 구매했고, 다른 상품은 더 저렴한 곳을 찾아 나섰다. 물론, 각종 쿠폰이나 무료 배송 최저기준 등으로 구매를 부추기기는 했지만, 이로써는 BEST와 MARGIN의 매출을 이끌어 내기 어려웠다.


그렇다면 앞으로 온라인 업체는 TRAFFIC 카테고리로 끌어들인 후, 어떻게 BEST와 MARGIN의 상품까지 사게 만들 것인가?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 쇼핑의 형태를 '검색'에서 '탐색'의 개념으로 전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자는 이를 '미디어'라고 부르고자 한다.


MR PORTER

미디어를 가장 잘 구현하는 업체가 있다. 바로 영국의 남성 전문 이커머스 MR PORTER이다. 미스터 포터는 의류를 중심으로 남성을 위한 상품을 취급하며, 고유한 톤 앤 매너로 Mr. Porter라는 남성상의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제안은 이들이 발행하는 콘텐츠 속에 녹아들어 있다.


미스터 포터의 콘텐츠는 크게 온라인의 EDITORIAL과 오프라인의 THE MR PORTER POST, 양방향 채널로 구성된다. 온라인 채널 EDITORIAL은 다시 THE JOURNAL과 THE DAILY로 나뉜다. THE JOURNAL은 7개 기사가 한 세트를 이루어 매주 목요일에 발행되며, THE DAILY는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맞춰 하루 세 번 공개된다. THE JOURNAL이 충성 고객과의 긴밀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묵직한 글이라면, THE DAILY는 그보다 가벼운 느낌의 콘텐츠이다.

MR PORTER 홈페이지 EDITORIAL


종이신문 형태의 THE MR PORTER POST는 좋은 반응을 얻었던 THE JOURNAL의 기사를 재가공하는 방식으로 1년에 5회 발행한다. 참고로, 미스터 포터는 2013년 THE MR PORTER POST를 발행하는 것도 모자라, 미스터 포터의 철학을 녹여낸 MR PORTER PAPER-BACK까지 출간했다.

THE MR PORTER POST & THE MR PORTER PAPAER-BACK (출처 : Magazine B)


그렇다면 MR PORTER는 어떻게 이러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고객의 구매를 이끌어내고 있을까?


미스터 포터는 콘텐츠를 통해 상품 자체를 드러내기보다 상품의 실질적 가치가 돋보이도록 스토리를 구성한다. 가령 판매하고자 하는 옷이 톰포드 데님 셔츠라면 '블루 셔츠를 입는 일곱 가지 방법'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상품에 대한 몰입도를 자연스럽게 높이는 식이다. 또한 '세계 최고의 비밀 해수욕장 여덟 곳'을 소개하며 그것을 방문할 때 챙겨 가야 할 셔츠, 수영복, 선글라스 등을 제안한다. 이러한 유기적 흐름을 통해 상품이 기사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해 자연스레 구매로 연결시킨다. 더불어 구매할 수 있는 상품에 대한 언급조차 없는 기사도 발행한다.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만한 읽을거리를 순수하게 제공함으로써 신뢰감과 유대감을 높이는 것이다.


이처럼 실용성 있는 콘텐츠 속에 상품을 은밀하게 그러나 신뢰감 있게 노출하여, 고객들에게는 양질의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업체는 정확히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구매를 유도해 수익성을 확보한다.


이커머스의 미래는 미디어에 있다.

우리나라 이커머스 또한 이제 미디어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하이엔드 위주의 남성 전문 상품을 취급하는 MR PORTER와는 구체적인 콘텐츠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기존 BEST와 MARGIN 카테고리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우선 업체는 온라인 태생이지만 온 · 오프라인 채널 상관없이 모든 접점에서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미디어의 형태를 구성해야 한다. 미스터 포터가 온라인의 EDITORIAL, 오프라인의 THE MR PORTER POST를 운영하는 방식처럼 말이다. 더불어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가에 관해서는 기존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의 방식과는 다른 분명한 차별점을 지녀야 한다. 기존 대형마트의 콘텐츠처럼 단순히 행사 상품과 가격 경쟁력으로만 소구 한다면 무의미하고, MR PORTER와 같이 상품의 실질적 가치가 돋보이도록 스토리를 담아내야 한다.

이마트 금주의 전단광고

위의 전단광고 같이 단순한 상품과 가격 나열식의 콘텐츠로는 오프라인 태생 유통업체를 상대할 수 없다. 지면에 너무 많은 정보를 채우지 않아도 좋으니, 테마를 정하고 그 테마에 적합한 BEST와 MARGIN 상품들이 포함되도록 콘텐츠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맞추어 프로모션을 엮어야 한다.


가령 '도심 속에서의 완벽한 휴가'라는 테마라면, 휴가 기간 동안 홈파티를 여는 스토리를 보여주자. 홈파티에는 당연히 맛있는 요리가 필요하다. 이에 맞추어 각종 식재료, 음료, 조리도구까지 하나의 스토리로 엮어낼 수 있을 것이다. TRAFFIC 카테고리의 식재료로 집객을 유도하여 BEST 카테고리의 음료까지 판매하고, 평소에 자주 구매하지 않는 MARGIN 카테고리의 조리도구는 식재료 및 음료와 함께 구매하면 할인해주는 '완벽한 휴가 키트' 프로모션을 통해 크로스 셀링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 이런 스토리 기반의 콘텐츠를 제대로 제공하는 이커머스 업체를 본 적이 없다. 단기간 내에 상품력으로 승부를 볼 수 없다면, 이제는 양질의 콘텐츠로 차별화를 이뤄야 한다. 태생이 온라인인 만큼 대형 오프라인 업체보다 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를 장악하는 자가 이커머스의 헤게모니를 쥐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나라 이커머스에서 믿고 보는 매거진이 나오기를 바라본다.


※ 이 포스트는 리테일 매거진(2017년 5월 호)과 매거진 B(No 51. MR PORTER)를 상당 부분 참조하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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