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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 Insight
By 정일 . May 13. 2017

앞서가는 매장엔 무엇이 있을까?

서점은 아니지만 책을 파는 공간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며 누군가는 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래로 출판 업계는 불황이 아닌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손 끝으로 종이의 감촉을 느끼고, 귀를 통해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고, 그 책만이 품은 냄새를 맡으며 책을 읽는다.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는 전자책 판매가 감소하고, 오히려 종이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네 어귀에 자신만의 편집력을 갖춘 독립서점이 들어서고 있다. 그곳에선 그들만의 취향과 철학이 담긴 종이책이 팔려 나간다. 이처럼 종이책과 서점은 여전히 살아있다.


그런데 본래 서점이 아닌데도 책을 판매하는 곳들이 있다. 바로 패션 및 리빙의 편집숍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트렌드의 정점에 서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10 Corso Como Milano

편집숍의 원조격인 이탈리아 밀라노의 10 Corso Como는 건물 2층 내부에 Design Book Shop이라는 이름으로 책을 판매하고 있다. 밀라노뿐만 아니라 베를린의 Voo Store, 파리의 Colette 등 앞서가는 매장에는 늘 책이 있다. 그리고 편집된 책을 보면 그 매장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다. 그들이 판매하는 기존의 물리적 상품뿐만 아니라, 책을 통해 그 매장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때로는 매장에 어떤 책이 놓였는가만으로 그 매장이 취급하는 상품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해외의 유명 편집숍들만 책을 비치하고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자신만의 관점으로 책을 편집하여 보여주는 매장들이 존재한다. 한남동의 MMMG(MILLIMETER MILLIGRAM)와 MTL(More Than Less)은 그 훌륭한 예다.

MMMG(MILLIMETER MILLIGRAM)
MTL(More Than Less)

그들의 서가에는 매거진 B, Bear 등 국내 잡지와 Monocle, Kinfolk 같은 해외 잡지를 비롯해 각종 디자인 서적이 비치되어있다. 그리고 각 책들이 내포하고 있는 사상의 교집합은 그들이 취급하는 상품으로 드러난다.


이처럼 앞서가는 매장들은 그들이 취급하는 책을 통해 고유의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런 매장을 방문하는 것은 늘 반갑다. 이런 곳에서의 쇼핑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행위를 넘어, 그들이 전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철학을 공유하는 느낌까지 전해준다. 이제 이러한 흐름은 트렌드의 정점인 소수 편집샵을 넘어, 여러 브랜드로 확산되고 있다.


무인양품(無人良品)_MUJI BOOKS


1980년 일본의 대형 슈퍼마켓 세이유(西友)의 PB(Private Brand)로 시작한 무인양품은 끊임없는 성장과 진화를 거듭하며 2005년 MUJI BOOKS까지 탄생시켰다.


무지 북스는 자신만의 독특한 큐레이션과 분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MUJI BOOKS는 매장의 책을 さ(冊), し(食), す(素), せ(生活), そ(裝)의 다섯 가지의 주제로 나누어 구성하고 있다. 각 음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주제로 삼아 책을 분류한 것이다. さ는 책(Book), し는 음식(Food), す는 근본(Root), せ는 생활(Home), そ는 보임(Look)을 의미한다.

MUJI BOOKS Yurakucho 店

그리고 분류된 도서를 통해 무인양품이 추구하고자 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단순히 패션, 리빙, 식품의 물리적 상품이 아닌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철학까지 판매하는 것이다. 책이라는 상품을 통해 브랜드의 사상을 전달하고, 그 사상은 다양한 형태의 상품으로 발현되어 고객에게 출시된다. 이렇듯 무인양품의 사상적 기틀이 바로 다른 리빙숍이 쉽사리 무인양품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유다.


무인양품은 식품에서 시작해 리빙으로, 그리고 책으로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표현의 확장을 이루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확장이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브랜드에는 무엇이 있을까?


ZARA 그리고 H&M_Fashion에서 Home으로... 그다음은?


스페인과 스웨덴을 대표하는 SPA 브랜드 ZARA와 H&M은 패스트 패션으로 시작해, 리빙까지 상품의 영역을 다각화하며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표현을 확장해왔다. 옷에서 집이라는 공간으로, 공간에서 삶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ZARA HOME Stockholm

앞으로 각 브랜드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태도는 어떤 식으로 발현될 수 있을까? Fashion에서 Home으로, 그다음 Book이라는 영역까지 비로소 사업이 확장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ZARA BOOKS와 H&M BOOKS는 각기 다른 세상을 어떻게 책 속에 녹여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브랜드는 책을 만들고 책은 브랜드를 만든다.


도서라는 상품을 취급하는 것이 캐시카우의 역할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느 매장에 서가가 있다면, 그 매장 혹은 그 브랜드에는 그곳만의 확고한 정체성이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교보문고의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문구를 차용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브랜드는 책을 만들고 책은 브랜드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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