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향한 해묵은 러브레터
아주 가끔 당신의 손을 잡고 경동시장을
거닐던 꿈을 꿔요
꿈에서 우리가 함께 갔던 약재상에 들러
당귀나 가시오가피 같은 것들을 사 왔습니다
황토색 다라이에 담긴 자라를 바라보다
다시 당신의 손에 이끌려 많은 사람들
사이를 스치다 보면 어느새 어둑해지고
집에 가기 직전 국수 한 그릇을 먹고
야채 고로케가 담긴 기름진 전단지 봉투를
달랑거리며 우린 그렇게 걸었습니다
가끔은 당신과 한남대교 아래에서 예전
단국대까지 길고 긴 산책을 하기도 했고
옥정초등학교 앞 문방구에서 3만 원짜리
다마고치를 사 오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집에 갈 적엔 늘 전기통닭 냄새가
가득했고, 야채를 잘게 썰던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안아보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가끔 당신의 꿈을 꿉니다
오늘은 우리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연속극도 보고 이야기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