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야 준비하는 자의 고군분투 모임 준비 1
뭐 하고 싶어요?
때는 올해 3월 초, 함께 하고 있는 로컬 사업체에서 모임을 만들어보자는 말이 나왔다. 당시 태국 2주 워케이션(이라 말하고 재즈 휴가로 다녀옴)과 제주 40일 살기를 막 끝내고 온 시점이었다. 몸은 지쳤지만 새로움에 대한 열기가 분분한 상태. 새로움과 도전의 길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있지만, 꾸준히 할 수 있는 온기로 이어지진 않아 무력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어떤 모임을 하면 좋겠어요?"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창작자나 1인기업 브랜딩 챌린지요. 제가 너무 필요해요."
나 같은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실 양귀자님의 소설 <모순>의 첫 문단 중 일부다. 올해 상반기 내 마음을 집약한 문장이기도 하다.
요즘 마음이 불구덩이다. 더 잘하고 싶고, 더 잘하지 못해 괴롭고, 언제 잘- 할 수 있나(혹은 잘 될 수 있나) 궁리한다. 물론 이 들끓는 열정은 뛰어난 실행과 아웃풋과는 별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들끓고 있다. 혼자 일하는 삶에 벌써 세 번의 봄을 보냈다. 혼자 하든, 여럿이 하든 일은 계절과 닮았다. 희망과 열정이 자라다 무기력해지고 짜게 식어 얼어붙기도 한다. 나 역시 들끓는 마음과 희망이 싹을 틔워 한 계절을 채우듯 일렁이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여러 일 때문에 싸해진 마음을 언 땅에 묻듯 하기도 했다.
혼자 하는 일은 스스로 생각하고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 때문에 부스팅이 되지 않을 때도 많다. 팀원이 많으면 어쨌든 노를 저으려는 사람이 여럿이라 어떻게든 나아간다.(아닌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넘어가자) 나 홀로 배 위에 있으면 물속을 살필 사람도, 노를 쥐어야 하는 사람도 항로를 결정할 사람, 배 위에 필요한 살림을 해야 하는 사람도 모두 나. 그뿐인가. 때때로 무기력해지거나 힘이 들어도 등을 밀어주거나 교대해 줄 사람도 없다.
이런 고민 속에 허덕이다 나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돕고 싶었다.
이런 나도, 나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누군가도.
모임 준비 시작! 일단 책부터 뒤져보자.
자잘한 모임을 가 본 적은 있고, 독서모임 장을 해본 적도 있지만 돈을 주고 들어오는 모임을 이끄는 건 처음이다. 유료 브랜딩 모임을 찾는 사람들은 무료 모임에 오는 분들보다 상대적으로 강력한 필요를 느끼시는 분들일 거라 생각했다. 나 같은 사람이 올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마음이 분분한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것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서점에 갔다. '브랜드 마케팅'과 '브랜딩'에 관한 책들을 거의 빠짐없이 찾아봤다. 기획과 브랜딩이 섞여 있는 책도 있었고, 카테고리 별로 뾰족한 브랜딩을 말하는 책들도 있었다. 일단 너무 뾰족하거나 집단생활 속 브랜드 실무자만을 겨냥한 것 같은 책을 다 제했다. 전제적인 내용을 빠르게 살펴보고, 다른 분들의 리뷰도 읽어본 후 모임에 도움이 될 4권의 책을 골라왔다.
(일을 잘한다는 것, 스마트 브래비티는 일하는 사람의 마인드 세팅에 좋은 책인데 사진에 들어갔다)
브랜딩에 도움을 주는 책들
1) 프로세스 이코노미/ 오바라 가즈히로
: 아웃풋 이코노미(물건과 서비스를 다 만들고 그 후 아웃풋을 만드는 과거의 시스템)와 반대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활동 전반을 설명하는 책. 개인적으로 완벽한 제품(서비스)이 없어도 괜찮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용기를 얻었다. 과정을 강조하는 책이라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한 좋은 인사이트가 많다. 모임 동료들과 실행해 볼 수 있는 좋은 케이스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내 생각과 관점을 수익화하는 퍼스널 브랜딩/ 촉촉한 마케터(조한솔)
: 꼭 다른 브랜드나 1인 기업을 하시는 분들뿐 아니라 스스로를 브랜딩 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책에는 퍼스널 브랜딩의 여러 사례를 볼 수 있고, 역시 적용점이 많아 보였다. 특히 나에겐 저자이신 촉촉한 마케터님의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철학이 좋았다. (자판기가 아닌 사람이 보여야 한다는 점, 수치를 높이는 전문성이 아닌 관점적인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런류)
3) 브랜드 디렉터/ 더 퍼슨즈
: 9개의 감도 높은 브랜드를 이끄는 수장, 브랜드 디렉터들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브랜드와 브랜딩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다 보니 자연스레 각각의 철학이 담긴다. 브랜딩에 대한 고유한 인사이트를 보며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에서는 브랜드 디렉터를 'Identity Explorer'라고 부른다. 브랜드의 정체성을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니, '정체성 탐험(탐구)이'가 찰떡이다. 이 외에도 주옥같은 브랜딩 인사이트가 넘쳐나는 책. 사실 제일 처음으로 고른 책이기도 하다. 모임에 오는 사람 역시 모두 브랜드 디렉터이니, 초반에 인사이트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전우성
: 위에 적힌 <브랜드 디렉터/ 더 퍼슨즈>에 한 인터뷰이인 전우성 님의 책이다. 브랜드 디렉터 속 전우성 님의 인사이트가 너무 맘에 와닿아, 이 분이 쓴 책을 보고 싶었다. 삼성전자, 네이버, 29cm 등에서 마케터로 활약한 분.
큰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여러 조직을 거쳤던 분인데, 조직의 크기와 큰 상관없이 브랜딩에 대한 철학이 꾸준한 점이 인상적이다. 단단한 관점을 가지면 어디에 머물러 있으나 꾸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이 분의 관점, 브랜딩 정의에 대해 모임분들과 빨리 나눠보고 싶다.
강연 '좋아하는 일만 합니다' / 김인숙
집에서 혼자 책을 보다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강연을 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임이나 강연을 꾸준히 해 온 선배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문제 1. 나는 강연가 선배가 없다. 어떻게 하지? 요즘엔 찾으면 다 나오더라. 선배는 인스타그램에도, 네이버에도, 다양한 비즈니스 모임 애플리케이션에도 존재한다. 약간의 발품, 손품과 조금의 참가비를 준비하면 된다. 인터넷 세상 속 다양한 선배 중 예전에 유튜브에서 만난 김인숙 님이 생각났다. 마침 소규모 강연과 모임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접했고, 합정동 사무실로 찾아갔다.
인숙님의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여러 사례와 이야기를 듣게 됐고, 선배의 관점에서 여러 질의응답도 해주셨다. 내가 모임에 대한 고민이나 설정단계에 대한 질문도 여럿 했는데 너무 세세한 답변을 해주셨다.
긴 답변을 간추리면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 하지 말고, 오신 분들의 니즈를 많이 듣고 맞춰서 나아가라'는 메시지였다. 한 번에 완벽히 세팅을 다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그렇게는 안돼!'라는 확신의 (ㅋㅋㅋ) 답변을 듣고 마음을 내려놨다. 모임 이야기를 차치하고도, 프리랜서로서 관점에서도 좋은 말씀을 너무 많이 해주셨다. 이를 통해 '내가 내놓을 수 있는 서비스를 좀 더 구체화해야겠다'라는 인사이트도 얻게 됐다.
비용을 지불하고 선배를 찾는 모임을 나간 건 처음이었는데 정말 좋았다. 인숙님의 강의와 답변도 물론이거니와 함께 그 자리를 메운 비슷한 사람들의 기운도 좋았던 것 같다. 리더가 주는 만족감도 물론 있지만 참여자들 연대감에 대한 만족도도 컸다. 이 경험 때문에 내 모임에 대한 불안함이 깨끗이 해소됐다.
강연을 듣고 만족도가 높았다. 매번 서울에 갈 수 없으니, 온라인 강의를 찾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 같은 '클래스 101'에 들어가 '브랜딩'이라고 검색하니 수많은 강의가 쏟아져 나왔다.
특히 sns브랜딩에 대한 강의, 브랜딩 글쓰기가 많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들었다. 메울 구멍이 어찌나 많은지 가는 하루가 아까울 지경이었다. 잠을 줄이면서 저녁~밤시간을 활용했다.
sns브랜딩 강의에서 배운 내용을 나에게 적용해 봤다. 450명이었던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이 두 달 반 만에 1000명을 넘겼다. (천 명이 넘긴 다음엔 열심히 관리하지 않아 큰 변화는 없다^^...) 무언가를 공부하고, 적용하니 된다는 작은 성공 경험을 얻게 됐다. 모임준비를 하려고 시작한 공부인데, 나부터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모임에 오실 분들도 이런 경험을 함께 한다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벅찼다. (원래 영화 보고도 잘 운다) 호수에 파동이 일듯 설렘이 마음속 구석구석 퍼졌다.
태니지먼트 강점검사, 커리어 탐구
브랜드 마케터에 대한 책을 보니 모든 저자가 일관되게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브랜드 정체성을 고민하는 자세에서 인문학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외부에 존재하는 세상을 탐구하고, 내면에 자리 잡은 자아를 탐구하며, 외부 세상과 내면의 자아 사이에 존재하는 연관성을 탐구하는 총 세 가지의 고찰이라고 했다.
여러 책 속의 선배들, 김인숙(선배)님, 클래스 101 속 선배들 모두 많은 경험을 토대로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래서 막연히 알고 있던 '나'를 적극적으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1) 태니지먼트 검사(강점)
태니지먼트 프리미엄 검사를 받았다. 김인숙 님도 강점 코치를 하고 계시다 했고, 예전에 동료 중 한 분이 스치듯 강점검사에 대해 말해주신 게 생각나 무작정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나는 '동기부여', '창조' 강점이 큰 사람으로 나왔다. 또한 내 욕구는 깊이 사귀고, 특징을 비교하며, 유연하게 대응하고, 문제를 개선, 빠르게 실행,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재능은 친밀, 비교, 유연, 행동, 문제발견, 표현이었다.
보고서에 의하면 각각의 욕구와 재능이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추진하고 실행하고 싶은 욕구가 내 안에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하니, 점차 모임이 운명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소름)
강점검사를 하면 내 욕구와 재능, 강점도 알 수 있지만 단점도 알 수 있다. 나는 압박이 있는 상황에서 핸들링을 어려워하고 완성도가 부족해도 비교를 하며 만족해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소름 2. 부정적 상황에서 합리화 잘함) 장/ 단점을 객관적으로 살피니 '나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한 번쯤 추천한다.
2) 커리어 탐구 (툴박스, 해온 일들)
나는 주로 글과 사진을 통해 로컬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문화예술콘텐츠를 내 시각으로 풀어낸 콘텐츠를 만들어왔다. 지금은 아이패드드로잉을 통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어도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콘텐츠 다양성을 넓혀가고 있다.
<*나의 툴박스 펼쳐보기(경력이나 자신 있을수록 상단)>
- 글/기획 ⭐️⭐️⭐️반 : 가장 오래 됨. 제일 익숙하지만 동시에 늘 부족하다 느낌
- 사진촬영 ⭐️⭐️반 : 글쓰기를 하다 보니 사진도 찍게 됨. 기사에 내 사진을 넣어도 욕먹진 않는 정도. 사진과 관련한 수업도 꾸준히 듣고 있지만 전문 포토그래퍼분과 비교는 당연 어렵다 생각함.
- 어도비 프로그램(프리미어 프로, 라이트룸, 일러스트레이터, 포토샵, 인디자인) ⭐️⭐️
<프로그램 별로 상이>
: 여러 회의 유튜브 채널 시도와 동영상 편집을 해야 하는 일로 인해 프리미어 프로는 어쩌다 보니 익숙해짐, 라이트룸 또한 기사 사진을 보정하기 위해 배움, 일러스트레이터+포토샵+인디자인은 이제 익숙해지고 있는 단계. 카드뉴스 제작 및 다양한 웹디자인물 만들고 있음
- 캘리그래피 ⭐️⭐️
: 과거 손글씨 스타트업에서 캘리그라퍼로 일한 경험 있음(대학생 때) 손글씨 봉사활동 6년 이상함. 콘텐츠에 필요할 때 언제든 녹여낼 수 있음
- 아이패드 드로잉/동영상 촬영 ⭐️
: 현재 인스타툰 그리는 계정 시작하고 운영하는 중, 그림 그리는 일을 워낙 좋아하지만 아이패드 드로잉으로 아직은 일해본 적 없음. 앞으로 기회를 만드려고 함. 동영상 촬영은 고프로, 미러리스, 아이폰으로 촬영, 전문적인 촬영은 어려워도 개인 유튜브 촬영 같은 약식 촬영 가능. 전문 촬영은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단한 콘텐츠 제작 시 활용할 때만 사용할 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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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 있는 툴과 상대적으로 보완되어야 하는 툴, 잘하고 싶은 툴을 생각하다 보니
나라는 직업인을 구조적으로 살펴보게 됐다.
(내가 앞으로 해나가고 싶은 콘텐츠나 더 큰 포부(?) 및 계획은 추후 다른 글에 풀어내려 한다.)
지금까지 손과 발로 이리저리 긁어모은 자료들을 내면화할 시간이 필요했다. 브랜딩 챌린지 공고를 낸 후, 축적된 내용을 내 안에 정리 정돈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콘텐츠 창작에 대한 실용적인 내용을 더 알고 싶어서 책 몇 권을 더 읽었고, 나에 대해 하루 꼬박 고민했다. 분산되어 있던 생각들과 경험들을 예쁘게 정리해두려 했다. 공부차 찾아본 많은 책들과 강의 내용에서 인사이트를 발라내고자 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많은 콘텐츠 창작자들, 브랜드 리더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단단한 세계관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내 세계관을 더 짜임새 있게, 구체적으로 만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때로 일을 하며 마음이 불안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세계관 구축 로드맵이 튼튼하지 않아서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삼각 로드맵(그림)에서 연두색칸 속 어딘가에 있다. 작고 큰 과업들을 수행하고 있고, 구체적인 경험들을 쌓는 중이다. 동료들을 포함한 다양한 업계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나고 있다. 이번에 준비하는 모임도 이 교류를 쌓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방향성과 고민을 지닌 사람들끼리 만나 한 달간 자신의 꿈과 브랜딩을 위해 몰입해 보는 시간. 준비하다 보니 내가 너~~~ 무 필요했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기다려진다. 모임을 진행하면서 내 안에, 모인 우리 안에 어떤 들끓는 마음이 생길까?
얼레벌레, 어쩌다 시작한 브랜딩 모임의 리더.
창작자들, 1인 기업가 브랜딩 모임 과정을 담으려 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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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러 오세요 : )
- 서울쥐 인스타그램: @manypeople__j (공간, 브랜딩, 일상 계정)
- 서울쥐의 문화탐구생활 툰: @seoulmouse_ (문화생활에 관한 인스타툰 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