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워커 두 분과 함께한 코워킹데이 : )
저번주 화요일에 프리워커 두 분과 하루종일 함께 일했다.
서울 커피챗에서 만났던 또 다른 인천 프리워커, 고졔님과의 대화가 시작이었다.
"오, 우리 하루 같이 함께 일해보는 거 어때요? 각자 목표하는 업무 두고 집중해서 일해보기!"
"좋죠! ㅎㅎ 같이 일해요! 인천에 또 제가 아는 한 분 계신데 그분이랑도 같이 보는 거 어때요?"
"너무 좋은데요! 셋이 함께 일합시다 : ) 사무실(포디움 126)에서 만나요!"
그렇게 지난 화요일 회사 밖 동료 셋이 모이게 되었다.
나이도 비슷, 사는 곳도 비슷, 성향도 비슷- 모든 게 비슷한 결의 세 사람.
고졔님은 이전에도 만난 적이 있었지만, 수련님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혹시라도 어색하면 어쩌나' 옅은 주저함이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고졔님보다 조금 더 일찍 포디움 문을 열고 만난 수련님의 환한 얼굴을 보자마자
모든 염려가 눈 녹듯 사라졌다.
신나게 통성명을 하며 서로의 일 얘기를 조금 나누고, 각자의 할 일을 선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의 스케줄⬇️
11~1시: 오전 업무
1~2시: 점심
2~6시: 오후 업무
6시: 하루 업무 브리핑 후 식사 및 LP 바 가기
두 분은 개인 계정에 올릴 작업물을 만들기로 했고,
나는 당일에 넘기기로 마음먹은 사업계획서 한 부와
인터뷰 녹취 두 개 풀기(무려 다섯 시간 분량) 및 개인 콘텐츠 한 개라는
야무진 계획을 내놓았다. (지금 보니 꿈도 야무지긴 하지만, 원래 계획은 원대한 것이다!_!)
고졔님은 생산성을 높이자고 하며 집에서 가져온 '구글타이머'를 꺼내왔다.
(이게 꽤 괜찮은 장치가 되는 것 같아서 나도 구매^^. 시각적인 효과도 효과지만
일하기 전에 시계를 돌려두는 행위 자체가 일의 좋은 시작점이 된다. )
(두 번째 사진에 대한 TMI: 내 거치대 겸 노트북 케이스가
너무 두터운 장벽이라며 한참 웃던 두 분이 찍어주신 사진. )
나는 오전업무 동안 사업계획서를 마치려 했지만 결국 견적서 통화만 연신 하다
오전 업무가 끝났다 ㅠㅠ... 비록 계획대로 되진 않았지만
함께 일하니 확실히 집중력이 높고,
선포해 둔 할 일을 끝내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효과를 느꼈다.
뭘 먹어야 좋을지 고민을 하다, 결국 명월집(인천의 노포 백반집)에 갔다. 고졔님과 수련님의 원픽은 청실홍실이었지만.. 점심시간 청실홍실은 도저히 갈 수가 없는 웨이팅이 있었다. 청실홍실은 저녁을 노리기로 하고,
백반집으로 결정 땅땅!
한 끼 9천 원 가격인 명월집은 반세기를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인천 신포동의 노포 백반집이다.
허영만 선생님의 백반기행에 나오는 등 간간히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던 곳. 나에게는 2018~9년쯤부터 종종 든든한 한 끼를 보낼 때 찾던 고마운 식당이기도 하다. 그즈음부터 내가 인천에서 로컬 콘텐츠를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했으니 어쩐지 일적인 '동기'같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나의 일일 회사 밖 동료가 되어준 고졔님과 수련님에게도 내 동기 같은 식당을 소개하고 싶었다.
뭉근하게 끓고 있는 돼지고기 김치찌개와 한토막의 조기조림, 맛깔스러운 반찬들과 누룽지까지-
트렌디하진 않지만 한국인이라면 거부할 수 없는 메뉴의 백반집. 직장인 백반의 국룰같은 조합. 고졔님과 수련님 모두 명월집에서의 식사를 만족해했기 때문에 너무 뿌듯했다. 마음 맞는 회사 동기들과 함께 즐거운 식사를 한 것 같았다.
회사 생활을 하는 친구들이 가끔 '선택의 여지없는' 동료들과의 점심시간이 버겁다는 말을 했었다. 그 말을 듣는 프리워커(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겠다!' 라며 동조를 해줬지만, 사실 가끔 부러웠다. 혼자 일하는 것은 외로움을 동반한다. 사람과 함께 일할 때 의사소통이 안되거나 책임감 없는 동료를 보며 답답할 일은 없지만, ( 물론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나도 함께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가끔은 힘들 때도 있다. 회사 생활 하는 분들에 비해서는 미비하겠지만,,)
일로 억울한 일이 생겨도- 내 힘으로 하기 힘든 어려운 일을 토로할 곳이 없어도- 혼자 일하는 사람은 홀로 삭여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은 누군가가 필요하다. 내 일의 어려움을 깊이 공감해 주고 서로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해 주는 '동료'. 일을 하다 마음 맞는 동료와 '무얼 먹을까?' 고민하는 소소한 행복도, 일이 안돼서 생기는 힘듦을 무람없이 이야기하며 어깨를 다독여줄 존재는 1인 프리워커에게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코워킹데이를 만들어서 함께 점심 식사를 같이 하니, 마치 나도 회사원들의 '꿀 같은 그 시간'을 맘껏 누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껏 신이 났다. 밥도 맛있게 먹고 유독 더운 날이라 팥빙수로 후식 타임을 가졌다.
너무 신이 났는지 점심시간이 길어져서 두 시간을 가진 게 흠이라면 흠이었지만 정말 행복했다.
(이후, 한 번 더 코워킹 데이를 가졌는데 두 번째 식사 시간은 40분에 끝내기 성공했다 ㅎㅎ)
길어진 점심시간 때문에 부랴부랴 시작한 오후 업무. 셋은 다시 구글 타이머를 켜 놓고 오후 업무 시작을 외치고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옆 자리에 두 사람 앉아서 그날 할 일을 나눴을 뿐인데, 혼자 사무실에서 일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업무 집중도였다. 식곤증도 없이 집중했던 우리. 나는 오후에도 역시 견적 확인을 위한 전화 통화를 지속하고, 이메일을 보내다 시간을 모두 썼다. 이 날 하고자 했던 일들 (글쓰기, 녹취록 정리 등)은 완수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진 않았다. 이 날 열심히 해둔 삽질덕에 다음날까지 이야기가 잘 진행되어 견적서 및 사업계획서 작성을 완료할 수 있었다.
(필요한 삽질이었다는 변명이랄까..) 나를 제외하고 고졔님과 수련님은 그날 계획한 업무를 모두 완수했다고 하셨다. 대단한 분들,, 모두 코워킹에 만족한 날이었다.
고졔님과는 '탄트라'라는 LP 바에 가기고 약속을 한 상황이라 수련님과 이후 계획을 다시 이야기했다. 수련님은 집에 가서 해야 할 게 남았다고 해서 LP 바에 잠깐 들렀다 나간다고 하셨다.
LP 바에 가기 전에 뭘 먹을까 고민하다 점심때 포기한 '청실홍실'로 향했다. (저녁 시간대 가면 사람이 좀 덜하다)
청실홍실에서 나는 비빔메밀을 시키고 수련님 고졔님은 물메밀을 먹었다. 만두까지 야무지게 시켜 먹은 우리. 이 날 너무너무 더웠어서 유독 더 맛있게 느껴졌던 저녁이었다. 지금 봐도 다시 먹고 싶다. (오늘 저녁은 물국수다.)
청실홍실에서 맛있는 저녁을 끝내고 우리의 저녁 목표(?)였던 LP 바, 탄트라에 갔다.
탄트라는 내가 앞서 노포 취재차 찾아갔던 곳으로 분위기가 정말 좋은 곳이다. 문을 열면 빈티지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데,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분위기. 벽면 가득 꽂힌 LP들을 바라보다 보면 음악 이야기로만 두 시간은 떠들 수 있다. 이 날도 각자 칵테일, 하이볼을 주문하고는 이문세부터 카를라브루니까지 다양한 노래를 신청해서 들었다. 몇일만에 다시 본 사장님과도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우리가 신청하는 노래마다 다 틀어 주셔서 너무 재밌게 즐기고 왔다.
우리 셋은 계속 오늘 너무 일이 잘 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정기적인 코워킹을 하자고 ㅎㅎㅎ 이야기를 했다.
(실제로 그다음 주에도 또 코워킹을 했다)
오전에 만나서 점심과 저녁을 함께 한 진짜 회사 밖 동료들.
서로 다른 일을 하지만 '혼자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공통점인 우리는
자연스레 서로를 이해하게 되어, 더 빨리 가까워졌던 것 같다. 혼자 일하는 사람의 애환은 혼자 일하는 사람끼리 가장 잘 이해할 수 있기에 여러 고민을 편하게 이야기하며 '일일 회사, 코워킹'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오랜만에 '함께 일하기'의 기쁨에 잔뜩 취했던 날.
요즘 '따로 또 같이' 또는 네트워킹의 기쁨을 맛본 후, 이렇게 자유로운 조직 구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사람을 만나면서 장차 사람들을 모아서 이렇게 일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게 잘 맞는 사람, 함께 하면 서로의 일을 더 잘 성장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일하면 더 좋은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프리 에이전트'라는 체계도 있고, 찾아보면 규모의 장점도 누리면서 개인의 자유도 보장되는 시스템을 얼추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공부 중이다. 아직은 구체적이지도 않고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먼 일이지만..! 요즘 변화의 물결이 이는 것이서, 일하는 나의 삶이 어떻게 변화해 갈지 나도 기대된다.
아무튼 행복했던 회사 밖 동료와의 코워킹 데이 이야기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