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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쥐 Aug 18. 2023

100년 전통 맛집 사장님과 함께한 3시간

맛집 사장님께 배운 일의 본질


유명 맛집 3세 사장님과 보낸 세 시간


얼마 전, 유명 맛집 사장님과 이야기하게 됐다. 그 식당은 그 지역에서 아주 오래된 역사를 가진 데다, 유명 인사 여럿의 맛집으로 소개된 곳이었다. 안 거쳐 간 정치인이 없을 정도라고 알려진 곳. 식당으로 이보다 더 성공하긴 어렵겠다 하던 곳이었는데 사장님에게서 아주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오래되고 유명한 식당이라 해서 전통과 명예에 대해 말하는데… 그게 본질이 아니잖아요. 식당은 식당이죠. 사람들이 잘 먹으러 와야 하는 거예요. 여기가 박물관은 아니니까.”


•100년에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 지금도 점심 시간대에는 빈자리를 찾기 어려운 곳이었다. 적지 않은 건물과 땅까지 가지셨지만.. 그분의 정체성은 ‘식당 주인’, 그 후로도 자기 업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오랜 전통을 유지하기 위해 예로부터 내려오는 까다로운 조리법을 얼마나 힘들게 유지하는지에 대하여


->선대에서 가장 영화로웠던 시절을 재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에 대하여


->후임이 될 아들에게 힘든 전통과 쉬운 경영 사이에서 어떤 걸 물려줘야 하는지에 대한 갈등에 대하여(오래된 식당 주인과 아버지라는 정체성 사이의 갈등)


->개업 백 년을 앞둔 시점에서 또 다른 발전이 있을지에 대한 불안과 회의감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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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밖에서 보면 선대로부터 모든 게 갖춰진 성공적인 식당을 물려받아, 순탄하게 경영하고 있는 건실한 식당 경영인 같았다.(그런 줄 알았다) 하지만 실상은 이런저런 고민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매일 새롭게 올라오는 손님들의 한 줄 후기에 전전긍긍하는 - 한 식당의 자영업자.


여느 평범한 식당 사장님과 크게 다르지(불안과 염려, 고민 등이) 않았다. 윤택한 것을 자연스레 물려받은 경영 3세 정도를 예상했던 나로서는 꽤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세 시간여 지속됐던 그날의 대화에서

그가 계속 강조한 것은 < 업의 본질 >


전통도, 명예도, 규모도 결국 일의 본질과 기초가 제대로 섰을 때 따라오는 키워드인 것이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나 또한 스스로 업의 본질에 대해 돌아볼 수 있었다. 내 ‘방향’, ‘기초‘가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한 것.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은 그분의 경영 철학과 내가 중요하게 여기고 싶은 직업적 태도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분의 경영철학은 너무 정석적이라 지금의 나와는 아주 다르다. 닮고 싶은 마인드)


1️⃣성실함 

 ->남들보다 1시간이라도 더 운영하는 것, 식당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면 ’ 브레이크 타임‘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다른 곳이 브레이크타임을 가질 때, 한 분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고 강조.


이 부분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애초에 워라밸을 포기하고 ‘워리믹스’ 삶을 살고 있는 요즘의 내게  감정적 위안이 된 게 사실이다. 꼭 이게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삶을 살다 보면 열심히 ‘노를 젓는 시기’가 있지 않겠나! 누구나 한 번은 오는 그때, 진심을 다해 젓자는 생각이다.

 

2️⃣끈기

-> 3년은 버티자고 했다. 하기로 했으니, 손님이 없어도 일단은 영업시간 내내 공부하는 한이 있어도 문을 열어두고 버티라고 하셨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고, 끈기 있게 버티면 언젠가 된다.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이셨는데, 내가 요즘 나와 친구 그리고 동료들에게 미는 생각.

“우리는 될 수밖에 없다! “


3️⃣좋은 재료(조리법)

-> 재료와 조리법에 장난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 좋은 ‘ 재료와 ’ 시간을 들여 손이 많이 가는 ‘조리법이 이 가게 최고의 비결. 조리법에 관해 물으면 ’어 차피 따라 하지 못할 테니 다 말해줄 수 있다 ‘는 사장님의 말씀이 생생하다.


일을 하면 할수록 ’ 급행‘이 없다는 걸 느낀다. 구력을 갖출 때까지 수 없는 부침과 공부가 필요하다. 그리고 매번 진심으로 일을 대하여 끝까지 완수하는 것. 특히나 커리어 컨트롤을 스스로 해야 하는 나로서는 이 과정이 절대 해이해질 수 없다. (는 걸 다시 배운다)


대형 맛집 3세 사장님과 일에 대해 나눴던 세 시간. 예상치 못한 인사이트를 잔뜩 얻었던 만남이었다. 나도 언젠가 먼 훗날 그분처럼 나만의 철학을 더 공고히 정리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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