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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Feb 10. 2018

만약 박병호의 에이전트가 스캇 보라스였다면

이젠 다 부질없지만.... 계약 조건이 너무 아쉽다. 

넥센 히어로즈로 복귀한 박병호

이제 다시 한국에 복귀한 박병호에겐 부질없는 가정이지만, 박병호가 미네소타와의 계약 조건이 공개된 날부터 나는 에이전트만 잘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당시 미네소타가 박병호 영입을 위해 넥센에게 지급한 포스팅 금액은 1285만 달러였고,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총액 4년 12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2016년과 2017년 275만 달러, 2018년과 2019년 연봉은 3백만 달러이고 미네소타는 2020년에 박병호에게 650만 달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계약조건에서 마음이 걸리는 것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다는 것이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다는 것은 선수 입장에서는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으로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게 멀티 홈런을 기록하고, 타겟 필드에서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며 앞으로의 전망이 밝은 듯 싶었지만, 이내 상대팀에게 약점을 간파당하면서 부진에 빠졌다. 결국 박병호는 시즌 도중 트리플 A로 강등되는 아픔을 겪게 되었다. 그 와중에 미네소타 트윈스의 테리 라이언 단장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2주 남긴 7월 19일 경질되었다. 박병호는 트리플 A에서도 부상과 부진이 겹치면서 메이저리그로 콜업될 기회를 놓쳤고, 그대로 2016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2016 시즌 타율 .191, 12홈런, 41안타, 24타점 WAR 0.1)


클리블랜드 전 박병호의 홈런


그리고 박병호는 2017 시즌에도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박병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시즌에는 콜업될 기회가 있었지만 부상이 겹치면서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 
 
그래서 만약 박병호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 박병호의 야구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가정해봤다. 

이제는 LG 트윈스 김현수

 

우선 박병호와 같은 시기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는 2015년 12월 FA 자격으로 볼티모어와 2년간 총액 700만 달러에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포함된 계약을 맺었다. 2016시즌 시작 전 시범경기에서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볼티모어의 댄 듀켓 단장과 벅 쇼월터 감독에게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라고 압박했지만 김현수는 끝까지 버텼고, 이 사태에 메이저리그 선수 노조가 개입하면서 결국 개막전 엔트리에 포함될 수 있었다. 김현수는 홈 개막전에서 입장할 때 홈 팬들의 야유를 받았고, 시즌 초 제한된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출전할 때마다 인상깊은 활약을 펼치며 점점 출전 기회를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김현수는 2016년 9월 29일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마무리 투수 로베르토 오수나에게 9회 대타 역전 홈런을 쏘아 올리며 볼티모어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김현수는 토론토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선발 출전했다. 


토론토 전 김현수의 역전 홈런 (솔직히 이건 소름)


만약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없는 계약을 맺었다면 2016 시즌에 이런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을까? 시즌 시작 전 시범경기에서 존재감 없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고 빅리그에 콜업될 기회를 얻기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병호가 미네소타와 계약을 맺을 당시 에이전트는 앨런 네로(Alan Nero)였다. 앨런 네로는 강정호가 피츠버그로 이적할 때의 에이전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추신수의 에이전트이기도 했다. 

텍사스 레인저스 추신수


추신수는 이영미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앨런 네로는 그가 미국에서 만난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가족 같은 사람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추신수가 앨런 네로와 결별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추신수가 원하는 커리어를 이끌어줄 수 있는 에이전트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추신수가 클리블랜드에 있을 당시 앨런 네로에게 제시받은 조건은 5년간 2500만 달러였다. 그리고 네로는 구단과 협상을 벌이면서 추신수에게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추신수는 앨런 네로를 해고하고 스캇 보라스와 계약을 맺었다. 보라스는 추신수에게 2시간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벌이며 받아낼 수 있는 최고액을 구단에게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그리고 추신수는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게 되었다. 현재 추신수의 연봉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고 그래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을 하고 부상을 당하더라도 구단은 추신수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둘 수 밖에 없다. 
 
스캇 보라스는 류현진의 에이전트로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LA 다저스와 협상 당시 보라스는 류현진이 FA자격을 얻는 2년 뒤를 노릴 수도 있다며 언론플레이를 시전했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까지 협상에서 주도권을 놓치 않았다. 처음에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마이너리그 옵션이 포함된 계약서를 내밀었을 때 류현진은 계약을 할 수 없다며 완강하게 버텼고 결국 다저스가 백기를 들며 협상 시한 마감 1분 전 마이너 조항을 삭제한 계약서를 받을 수 있었고 마감 20초 전에 계약을 확정지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건 류현진의 배짱이기도 했지만 류현진을 서포트한 스캇 보라스의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박병호의 에이전트가 앨런 네로가 아닌 스캇 보라스였다면 박병호는 미네소타와 어떤 수준의 계약을 맺을 수 있었을까? 최소한 마이너리그 거부권 정도는 보장받지 않았을까? 앨런 네로는 미네소타와의 협상 당시 협상의 주도권을 가진 상황에서 협상 기한을 1주일이나 남겨둔채 섣불리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박병호가 마이너리그 거부권만 갖고 있더라면 제한된 기회라도 보장받으며 반등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을 것이다. 한 시즌 정도 부진하다고 방출하기엔 미네소타가 박병호 영일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 많았기 때문이다. 
 
프로 세계에서 연봉은 곧 신분을 나타낸다. 충분히 좋은 조건에 계약할 수 있었는데 무능한 에이전트 때문에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한국에 돌아온 박병호를 보면 항상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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