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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Oct 06. 2017

워싱턴 베이커 감독은 변할까?

일리니메이션 게임 전패의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스트라스버그 vs 헨드릭스


10월 7일 오전 8시 31분(한국시간) 내셔널스 파크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와 시카고 컵스의 디비전 시리즈 1차전이 열린다. 1차전 선발로 워싱턴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15승4패 era 2.57), 시카고는 카일 헨드릭스 (7승 5패 era 3.03)를 내세운다.


이번 시리즈에서 주목할 점이 많겠지만, 그 중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워싱턴의 더스티 베이커 감독의 전술이다. 그 이유는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가을만 되면 유독 약해지기 때문이다. 베이커 감독은 정규시즌 통산 3500경기에서 1863승을 거둔 명장이지만 (승률 .532), 그 기세가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21승 29패 .420)


헤드폰을 쓴 사람이 바트만


그 유명한 시카고 컵스의 바트만 사건이 그랬다.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와의 챔피언십 6차전에서 시카고 컵스는 8회초까지 3:0으로 경기를 리드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8회초 플로리다의 루이스 카스티요의 파울 플라이를 관중석에 앉아있던 스티브 바트만이 잡으려다 좌익수 모이제스 알루가 놓쳐버린 것이다. 공을 놓친 모이제스 알루는 굉장히 흥분했고, 마운드에 있던 빅리그 2년차 선발 프라이스까지 동요하게 된다. 그리고 제구 난조를 보이며 동점을 허용하고 강판되었다. 플로리다는이 기세를 몰아 8회초에 대거 8점을 뽑으며 8-3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결국 컵스는 7차전에서도 6-9로 역전패를 당하며 월드시리즈 진출 문턱에서 좌절을 겪게 된다.


당시 시카고 언론과 팬들은 모든 책임을 스티브 바트만에게 뒤집어 씌웠지만, 사실 6차전 패배의 책임은 베이커 감독에 있었다. 파울볼을 놓친 이후 투수가 흔들린 것을 감지해서 불펜을 바로 준비시켜야 했다. 하지만 베이커 감독은 멘탈이 나간 프라이스를 동점을 허용할 때까지 마운드에 세웠다. 게다가 이날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스티브 바트만이 아니라 미겔 카브레라의 평범한 땅볼을 놓친 시카고 유격수의 실책이었다. 그 실책 플레이로 아웃카운트를 늘리지 못한 것이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되었다.


러셀 마틴에게 홈런을 허용한 쟈니 쿠에토

https://www.youtube.com/watch?v=9s1tnjrzIK4

공을 떨어뜨린 쿠에토, 그리고....


2013 시즌 피츠버그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베이커 감독에겐 뼈아픈 기억이다. 홈팀 피츠버그의 관중들은 검은 옷을 입고 해적 깃발을 흔들며 신시내티의 선발 쿠에토가 투구하는 내내 쿠에토의 이름을 연호했다. 피츠버그의 광적인 응원에 혼이 나가버린 쿠에토는 2회말 투구 도중 손에서 공을 떨어뜨리게 된다. 머쓱해진 쿠에토는 곧바로 투구를 이어갔지만 그 때 던진 공이 실투가 되어 타자였던 포수 러셀 마틴에게 투런홈런을 헌납한다. 야구 격언 중에 상대 포수를 기분좋게 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쿠에토는 3 1/3이닝 만에 7피안타(2피홈런) 1볼넷 4실점(2자책점)으로 강판되고 마틴은 7회말 홈런을 하나 더 친다. 신시내티는 8회초 추신수가 솔로홈런을 치며 추격하지만 역부족이었고 이 승부에서 패배했다. 당시에도 베이커 감독은 시종일관 피츠버그 홈 그라운드의 기세에 눌려 상대편을 흔드는 기지를 발휘하지 못했다.


동점홈런을 치고 환호하는 작 피더슨


지난 시즌 LA 다저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5차전도 베이커 감독에겐 쓰라린 기억일 것이다. 결과론이지만 이날은투수 교체 타이밍 미스로 다저스에게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https://www.youtube.com/watch?v=rtAbFXEBiac

피더슨의 홈런, 직전에 주루사를 당한 워스의 모습도 비춰준다.


6회까지 워싱턴은 슈어저가 호투를 이어가며 다저스에게 1-0으로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6회말 절호의 득점찬스에서 워스의 어이없는 주루사로 찬물을 끼얹으며 이닝이 종료된다. 그 때부터 정말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그리고 직전 이닝까지 너무나 잘 던지던 슈어저가 바로 다음 이닝인 7회초에 선두 타자 작 피더슨에게 초구에 동점홈런을 허용했다. 슈어저는 그 공 하나로 강판당하고, 다저스는 기세를 몰아 7회초에 추가로 3점을 얻는다. 6회까지잘 던진 슈어저에게 7회를 맡기는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지 모르지만 결과론적으로 봤을 땐 돌이킬 수 없는 뼈아픈 선택이었다.


하지만 워싱턴은 곧바로 힘을 낸다. 7회말 크리스 하이지가 다저스의 좌완 데이튼이 2점 홈런을 쏘아올린 것이었다. 데이튼은 아웃 카운트를 하나도 못 잡고 흔들렸다. 그런데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이 변칙 작전을 구사한다. 7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마무리 켄리 잰슨을 조기 투입한 것이다. 잰슨은 급한 불을 끈 후 9회말 1사까지무실점으로 막는다. 그리고 로버츠 감독은 모든 이들의 예상을 뒤엎고 이틀 전 선발 등판한 커쇼를 마무리 투수로 기용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결국 9회말 1사 12루 끝내기 주자를 허용한 상태에서 다니엘 머피를 2루수 팝플라이 아웃으로 처리하고 마지막 타자 윌머 디포를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처리하며 시카고행 비행기를 탔다.


https://www.youtube.com/watch?v=DjNiSZBfS9c

마무리 투수 클레이튼 커쇼


하지만 베이커 감독은 지면 끝나는 일리미네이션 게임에서 정규 시즌과 똑같은 경기 운영을 했다. 불펜 투수가 나오는 족족 실점을 허용했다. 특히 6회말 짐머맨이 좌익수 라인 방면에 장타를 날렸을 때 3루 주루 코치의 판단 미스로 제이슨 워스가 어이없이 주루사를 당한 것은 워싱턴에겐 너무나 뼈아픈 순간이었다.


구단 역사상 아직 디비전 시리즈도 통과하지 못한 워싱턴이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려면 더스티 베이커 감독이 변해야 한다. 월드시리즈를 3번이나 제패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정규 시즌에는 선수단을 무리하지 않게 관리한다. 하지만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상대방이 약오를 정도로 투수 교체 타이밍을 절묘하게 가져갔다. 그리고 한 방보다는 한 점씩 따라붙는 끈끈한 야구를 선보이며 상대팀을 질리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가을 바퀴벌레라는 말이 나왔을까?


2014 시즌에는 범가너를 앞세워 피츠버그와의 와일드카드 원정경기를 이겼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월드시리즈 7차전에 1점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3일전 5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범가너를 5회말에 조기 투입시킨 것이다. 범가너는 3일 전과 같은 무시무시한 괴력투를 선보이며 5이닝 무실점(2피안타 4삼진) 세이브를 거두며 짝수해 신화를 완성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Pw-Om2Xf5I

범가너의 5이닝 세이브는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다.


이렇듯 포스트시즌에선 원칙과 변칙 사이를 오가며 상대방을 교란시키는 팀이 이긴다. 베이커 감독이 이번엔 변할 것인가? 그래서 이번 시리즈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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