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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Jun 29. 2017

꿈 밖에 모르던 바보 황재균, 대형 사고를 치다.

동화 같은 하루를 보낸 황재균


2015년 12월 5일

KBO리그의 스타 플레이어가 메이저리그 포스팅에서 고배를 마셨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모두 그에게 배팅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그를 비웃었다. 꿈도 좋지만 현실을 직시하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네가 강정호 급이라도 되는 줄 아냐는 조롱섞인 말들도 많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FA를 1년 앞둔 그의 목표는 오로지 메이저리그였다.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파워를 기르기 위해 끊임없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고, 영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팀 동료인 아두치, 린드블럼, 레일리와 덕아웃에서 끊임없이 영어로 이야기도 하고 집으로 저녁 식사를 초대하기도 했다. 세 명의 외국인 선수들도 그의 진심을 알아보고 꼭 메이저리그를 향한 꿈을 잃지 않도록 격려했다.


2016 시즌이 끝나고 FA 자격을 획득한 그는 오프시즌 자비를 들여 플로리다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다.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했고, 훈련하는 영상을 본인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을 불러 쇼케이스를 열었다. 그즈음 kt 등 일부 구단들이 그를 영입하려는 의사를 언론을 통해 흘렸다.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그가 메이저리그 구단과의 협상에 진척이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 대한 많은 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FA 몸값을 올리기 위한 전략 아니냐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원 소속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 관계자와 만나 짧은 면담을 가졌다. 사실 면담이라기 보다는 본인의 다짐과 진심을 롯데 측에 전달한 시간이었다. 롯데 프런트 측도 그의 의견을 존중하여 그의 간절한 꿈인 메이저리그에 향하도록 응원해주었다.


그리고 얼마 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스플릿 계약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입단 소감을 밝히면서 메이저리그 입성이 목표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기존 내야진인 에두아르도 누네즈, 코너 길라스피, 켈비 톰린슨은 훌륭한 선수이지만 그 선수들을 넘지 못할 두려움이 있었다면 애초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KBO리그에 남기로 마음 먹었다면 수 십억 대 초대형 계약을 맺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꿈을 쫓기로 했다. 그리고 그를 의심했던 많은 팬들이 그를 진심으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스프링캠프 때 성실한 훈련 태도와 사교성으로 팀 메이트들과 좋은 관계도 맺고 시범경기에서 좋은 기록을 남겼으며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뽑는 스프링캠프 신인상인 ‘2017 바니 뉴전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바램과 달리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그리고 주전들의 부상과 부진을 기회로 삼아 메이저리그에 콜업될 기회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팀 내 최고 유망주인 크리스티안 아로요가 4월 말 콜업되었다. 누네즈가 부상자 명단에 포함되었지만 코너 길라스피가 콜업되었고, 그뒤 라이더 존스가 명단에 등록되기도 했다. 그 시점에서 샌프란시스코 지역 언론은 그의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혹평하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옵트아웃을 신청하려고 마음 먹었다. 야구를 할 수 있다면 다시 국내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을 인터뷰한 기사가 나오고 6월 27일(현지시간) 오후 12시30분쯤 그의 통역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부단장.


“오늘 오후 3시 30분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이제 황재균은 리버 캣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트리플 A팀) 선수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선수이다.”



그는 옵트아웃 선언을 3일 앞둔 시점에서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6월 28일 오후 12시 45분(현지시간) 콜로라도와의 홈경기에서 5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데뷔 첫 안타를 결승솔로 홈런으로 쏘아올리며 경기 수훈 선수로도 선정되었다.


경기가 끝나고 브루스 보치 감독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과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가 황재균이 한국에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미국에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엄청난 홈런을 때려냈다. 그리고 피츠버그 원정 비행기에 함께 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황재균 데뷔 홈런볼(출처: 황재균 instagram)


오늘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낸 황재균을 보며 사자성어 ‘우공이산’이 떠오른다. 메이저리그라는 꿈이 어리석어 보일지라도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전진해 목표를 달성해낸 그를 계속 응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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