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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민 Feb 17. 2016

장원삼, 채태인, 맷 켐프 그리고 트레이드설

트레이드를 바라보는 한국과 미국의 시각 차이


(사진 출처 : OSEN)


어제 오전(2월 16일) 삼성 라이온즈가 주축 투수를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았다는 보도가 각종 포털과 커뮤니티를 뜨겁게 만들었다. 류중일 감독은 단지 트레이드설이라면서 일축했지만 몇 시간 뒤 오전에 언급된 투수와 베테랑 내야수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 출처 : 스포츠서울)


최근 부진한 뜬공 투수와 클러치 능력이 있고 내야 수비가 가능한 타자. 이 두 선수는 필자가 이전 포스팅에서 언급한 채태인과 장원삼으로 예상된다.


기사 아래 댓글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페이롤을 줄이기 위한 제일기획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말부터 선수의 사기를 꺾는 멍청한 짓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두 의견 모두 터무니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진 출처 : gettyimages)


필자는 오전에 이 기사를 접하면서 지난 해 이맘때쯤 트레이드설에 휘말리다가 샌디에고로 이적한 맷 켐프(Matt Kemp)가 떠올랐다. 맷 켐프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는 2003년 LA다저스로 지명된 후 2006년에 빅리그에 데뷔한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2009년과 2011년엔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를 동시에 수상했고 2011년엔 40-40클럽에 홈런 하나 모자란 기록을 세우며 내셔널리그 MVP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2011년 NL MVP는 밀워키 브루어스를 디비전 시리즈로 이끈 약 먹은 라이언 브론)


하지만 2011년 이후 켐프는 부상에 시달리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고 류현진이 빅리그에 데뷔한 2013 시즌엔 부상으로 시즌 절반을 날리기도 했다. 2014 시즌에도 전반기 (.269 .330 .430 8홈런)에 최악의 부진에 시달리다가 후반기 (.309 .365 .606 17홈런)에 대반전을 이뤄내며 다저스의 디비전시리즈 진출 1등 공신이 되었다.



(사진 출처 : 베이스볼젠)


그 후 전혀 예상치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켐프가 트레이드 된 것이다. 그는 2014 시즌이 끝난 후 다저스의 새로운 보드진으로 영입된 앤드류 프리드먼의 주도하에 샌디에고의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과 트레이드 된다. 그 당시 켐프의 트레이드는 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다저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이제 막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저스의 외야진은 고액 연봉자(안드레 이디어, 칼 크로포드, 맷 켐프)로 가득했고 정리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중 가치가 급상승한 맷 켐프를 정리한 것이다. 다저스 보드진은 트레이드 전 켐프의 트레이드설을 언론에 흘려보냈고 켐프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부득이하게 다저스 개혁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켐프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프로답게 펫코 파크에서 새 시즌을 시작했다.


최근 삼성 라이온즈의 언론 대처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메이저리그처럼 실명을 거론하진 않지만 트레이드설을 흘려보낸다는 점은 작년 켐프가 트레이드 되던 과정과 비슷해보인다. 굳이 좋게 말하자면 삼성의 언론 플레이는 메이저리그를 벤치마킹했다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조선일보)



그런데 언론플레이를 하는 무대가 MLB가 아닌 KBO라는 점을 삼성 라이온즈는 간과했다. 단적으로 MLB 구단은 나머지 29개 구단과 협상을 시도할 수 있다. 삼각 트레이드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하지만 KBO 구단은 고작 9개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삼각 트레이드는 리그 역사상 손에 꼽을 정도이다. 또 한 가지, 메이저리그에서는 트레이드 실행이 일상적이다. 매년 시즌이 끝나면 12월쯤에 윈터미팅이 열리고 각 구단의 단장들 간에 활발한 트레이드 논의가 펼쳐진다. 그래서 2014년 당시 신시내티 레즈 같은 스몰 마켓이 FA를 앞둔 쟈니 쿠에토를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을 거란 예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언론에서 실명을 거론한 트레이드설을 보도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빅 네임과 유망주 여러 명을 트레이드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트레이드의 경우의 수도 다양하다. 물론 맷 켐프 트레이드는 예상치 못한 경우이긴 했다. (심지어 같은 지구)


메이저리그에선 다른 리그에 속한다면 서로 마주치기 힘들다. 2013 시즌 LA다저스와 뉴욕 양키스가 약 6년 만에 맞붙기도 했다. 그리고 같은 리그에 속해있다고 해도 다른 지구에 속한다면 시즌 중에 홈 3~4연전, 원정 3~4연전 정도 밖에 경기를 갖지 못한다. 설사 트레이드를 한다고 해도 대부분 다른 지구 팀과 협상을 하기 때문에 KBO리그에 비하면 부메랑에 맞을 확률은 낮은 편이다.


반대로 KBO는 단일리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팀을 자주 만날 수 밖에 없다. 트레이드된 선수가 친정팀에게 비수를 꽂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장성우처럼 트레이드 된 선수가 소속팀에 비수를 꽂기도 하지만) 그러니 구단은 트레이드를 망설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KBO 각 구단에게 트레이드는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렸다. 오늘 트레이드설 보도를 두고 삼성이 패를 들켰기 때문에 트레이드 추진이 쉽지 않을 거란 말들이 오고가는 이유는 이런 맥락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각 구단 간의 트레이드 논의가 조심스럽게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믿을 건 이승엽 뿐... 사진 출처 : 뉴스웨이)


반란이 성공하면 개혁이 되고 혁명이 되지만 실패하게 되면 쿠데타가 된다. 그래서 올 시즌 삼성 라이온즈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가 KBO리그에 트레이드에 대한 새로운 트렌트를 제시할 것인지 아니면 팀 케미스트리와 해당 선수의 사기만 떨어뜨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래서 삼성 라이온즈에게 2016년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이다.


필자는 삼성 라이온즈의 이런 의사결정이 머릿 속으로 이해는 되지만 아직까진 마음 속으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적응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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