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수 있었으면서.... 1차전부터 잘했더라면....
손흥민이 쐐기골을 넣는 순간, 대한민국의 늦은 밤이 들썩였다.
월드컵 조 편성 당시 세계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과 한 조가 되면서 우리나라 팬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독일을 상대로 승리는 커녕 무승부조차 힘들다고 생각했다. 조별 예선 2패 뒤 예상치 못한 독일전 승리는 16강 진출만큼의 기쁨을 주었고, 이 경기력을 더 이상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줄 수 없다는 사실이 많이 아쉬웠다. 그래서 경기가 끝나고도 한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에서 안정환이 골든골을 넣었을 때 그 기분이 생각났다.
하지만 독일전도 경기 결과와는 별개로 내용적인 면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풀백을 비롯한 수비진들의 볼 배급 능력이 아쉬웠다. 레프트백 김민우의 크로스 능력은 낙제 수준에 가까웠다. 풀백이 미드필더들에게 볼 배급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고, 상대 미드필더, 풀백들에게 공을 차단당하면서 바로 역습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장현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독일전에서도 여전히 수준 이하의 볼 핸들링과 패싱 능력 때문에 상대에게 수차례 역습을 허용했다. 월드컵 수준의 국제 경기에서 탈압박을 할만한 드리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우리 수비 진영에서 공을 잡으면 다른 선수가 패스를 받을 위치로 와서 도와주는 것이 이상적이다. 가능하면 골키퍼에게 백패스 하고 골키퍼부터 빌드업을 시작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조현우도 볼 트래핑과 킥 능력이 안정적이지 않아서 우리나라는 최후방 수비에서 빌드업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공격수들의 슈팅 타이밍도 아쉬웠다. 상대 골문 앞에서 공격 찬스가 오면 지체없이 슛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완벽한 기회를 만들고, 슛할 공간을 만들고자 접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손흥민 정도를 제외하면 우리 선수들이 상대 수비수를 제칠 개인 기량이 부족하다. 공을 끌수록 상대 협력 수비에 당할 뿐만 아니라 골키퍼가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상대 진영에서 공을 잡았을 때 지체하지 않고 슛을 하면 골키퍼나 상대 수비수의 몸에 맞고 세컨 찬스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슈팅을 했으면 좋겠다. 슈팅에 대한 자신감 부족 때문인지 더 완벽한 찬스를 만들기 위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 선수가 접고 또 접다가 공을 빼앗기면 고구마를 먹는 기분이다. 이번 독일전에서 문선민이 슈팅 타이밍을 빠르게 가져갔더라면, 멕시코 전에서 황희찬이 손흥민에게 패스하지 않고 직접 슛을 했더라면 한국의 16강 진출의 가능성이 더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예선 경기를 보면서 공격수는 황희찬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을 했다. 차두리처럼 풀백으로 변신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황희찬은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준 것이 별로 없다. 오히려 특유의 투박한 볼터치와 세밀하지 못한 모습만 부각된 것 같았다. 피지컬이 좋고 단지 해외 무대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고평가를 받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멕시코 전에서 보여준 경기력도 기대 이하였고 실망스러웠다.
현재 황희찬의 경기 스타일을 보면 과거 차두리의 공격수 시절 모습이 떠올랐다. 차두리는 세계 탑 클래스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피지컬과 체력, 스피드를 갖추었지만 경기 스타일은 굉장히 투박했다. 2002년 월드컵 16강전 당시 후반 교체 투입된 차두리는 특유의 피지컬과 스피드로 이탈리아 수비진을 압도했지만 전반적으로 공격수로서의 평균 경기력과 세밀함은 아쉬웠다. 오히려 차두리의 체력, 활동량은 풀백으로 전환하면서 극대화되었다. 스피드와 체력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오버래핑은 상대 수비 진영에 큰 부담감을 주었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희열을 안겨주었다. 황희찬도 차두리와 닮아있는 부분이 많다. 공격 진영에서 상대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 볼 트래핑과 패스 그리고 슛에 대한 발전이 없다면 유럽 하부 리그에 전전하는 그저 그런 선수가 될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슈퍼스타는 조현우가 아닐까?
조현우는 부정확한 킥만 보완한다면 빅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골키퍼에게도 정확한 패싱력과 빌드업 능력을 요구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조현우 본인과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을 위해서라도 볼 컨트롤과 후방 빌드업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독일전에서 조현우만큼 인상적이었던 선수는 문선민이었다. 비록 공격 진영에서는 아쉬운 모습이 있었지만 수비 시 문선민의 헌신과 활동량이 없었더라면 독일의 라이트백 키미히에게 우리 왼쪽 측면을 계속해서 공략당할 뻔 했다. 독일 공격의 효율성을 떨어뜨린 것은 우리나라 왼쪽 윙백 홍철과 사실상 윙백에 가까웠던 문선민이 왕성한 활동량으로 독일의 라이트백 키미히와 고레츠카를 집중 견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승리와는 별개로 이승우의 결장은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이승우의 기량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때문에 세계 최강팀을 상대로 부딪혀보는 것이 이승우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이고,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이 교체 투입된 황희찬을 다시 벤치로 불러들인 것은 굉장한 모험수였다. 황희찬이 다시 벤치로 들어간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황희찬이 투입 후 활발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해 교체 출전한지 23분 만에 다시 벤치에 불러들인 것으로 보인다. 감독으로서는 과감한 결단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허무하게 교체 카드 하나를 날린 셈이었다. 만일 이 경기를 이기지 못했다면 신태용 감독도 독일전 경기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월드컵은 대한민국 대표팀에게 아쉬움과 희망이 공존하는 대회였다. 독일을 상대로 클린시트를 거두며 이긴 점은 이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대단한 자신감과 경험으로 작용할 것이다. 상대 선수들의 이름값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있게 자기 플레이를 하면 최상의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이번 독일전은 승리 이상으로 대표팀에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아쉬웠던 경기는 모두들 스웨덴 전으로 생각할 것이다. 우리나라 팬들이 멕시코전, 독일전을 보면서 스웨덴전에서도 공격을 할 수 있었는데 왜 하지 못했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희망을 보여주고 또 8년 만에 본선에서 팬들에게 승리의 기쁨을 선물한 대표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정말이지 독일전은 2002년 월드컵의 감동이 떠올라서 그날 밤 잠을 못 이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