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비전시리즈 1차전 7이닝 무실점, 무르익는 FA 대박의 꿈
올 시즌 종료 후 FA가 되는 류현진에게 앞으로 남은 포스트시즌 경기는 30개 구단을 상대로 펼치는 쇼케이스나 다름없다. 오늘은 그 첫번째 쇼케이스, 애틀랜타와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이었다.
오늘 경기는 FA를 앞둔 류현진에게나 LA 다저스 구단 그리고 로버츠 감독에게도 굉장히 중요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의 중요성 때문이기도 했고, 구단 입장에서는 에이스 커쇼 대신 류현진을 1차전에 내세우는 파격적인 전략을 내세웠기 때문에 경기 결과에 대해 부담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약간의 우려와 달리 류현진은 7이닝 무실점으로 자신을 믿어준 코칭스태프와 팬들에게 보답했고 내일 선발로 나서게 되는 클레이튼 커쇼의 부담도 줄이게 되었다. 반면 커리어 첫 포스트시즌 경기에 출전한 마이크 폴티네비치는 2이닝 동안 홈런을 2개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오늘 경기에서 가장 주목하면서 봤던 것은 류현진의 1회, 폴티네비치의 1회였다. 류현진의 1회 투구에서 유심히 살펴본 건 패스트볼 구속이었고, 폴티네비치의 1회 투구에서 관심있게 본 것은 제구였다. 류현진의 당일 컨디션은 그날 1회 패스트볼 구속을 보면 추측이 가능한데 패스트볼 구속이 92마일 이상이면 그날 경기는 팬들 입장에서는 기대해볼 만한 것이고 90마일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다행히 오늘 류현진의 1회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3마일까지 기록하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이날 경기에 임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비록 3번 타자 프리먼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그 다음 타자 닉 마케이키스를 2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가볍게 이닝을 끝마쳤다.
반면 애틀랜타 선발 폴티네비치는 다저스의 리드오프 작 피더슨을 상대로 2스트라이크 노볼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98마일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다가 홈런을 허용했다. 작 피더슨의 이 홈런은 폴티네비치가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계기가 되었다. 그 다음 타자 저스틴 터너에게 초구 2루타를 허용하면서 1회를 마치기 전에 그로기 상태에 빠질 뻔도 했다. (본인에게는) 다행히 그랜달, 마차도, 푸이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제구력보다는 본인의 힘과 구심의 도움으로 1회를 넘겼다고 할 수 있다.
오늘 경기 류현진의 경기 운영에 있어서 2회에 터진 맥스 먼시의 3점 홈런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접전을 예상하고 4~5회까지 전력으로 막아내겠다고 생각하고 올라온 투수가 의외의 득점 지원을 받으면 공격적인 투구를 하면서 투구 수를 줄일 수 있게 되는데 맥스 먼시의 홈런이 2회에 나오지 않았다면 류현진이 7회까지 던지기는 쉽지 않았을거란 생각을 했다. 오늘 투구 내용과 경기 양상은 9월 17일(현지 시간) 콜로라도와의 경기와 굉장히 흡사했다. 반면 폴티네비치는 2회 2아웃까지 잘 잡아놓고 작 피더슨을 상대로 2- 1 유리한 카운트에 사구를 허용하면서 다시 한 번 흔들리게 된다. 쉽게 끝낼 이닝을 끝내지 못해 결국 맥스 먼시에게 97마일 패스트볼을 한 가운데에 던지면서 쐐기 홈런을 맞고 조기 강판당하게 되었다.
류현진은 오늘 패스트볼 42개, 커터 23개, 체인지업 17개, 커브 17개, 슬라이더 1개를 던지면서 볼배합을 효과적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실투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늘 허용한 4피안타 중에 라인드라이브 타구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초구 카운트 잡는 공으로 커브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상대 타자들을 당혹시켰다. 정말 오늘 애틀랜타 타자들은 류현진을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오늘 다저스의 소득은 애틀랜타의 리드오프 로날드 아쿠나 jr.를 봉쇄했다는 것이다. 올시즌 데뷔한 아쿠나 jr는 올시즌 가장 강력한 신인왕 후보이면서 리드오프 홈런을 8개 기록(작 피더슨과 함께 공동 1위)하면서 장타력을 과시했었다. 지난 시즌 시카고 컵스의 하비에르 바에즈처럼 다저스가 애틀랜타를 이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막아야 하는 타자가 아쿠나 주니어였다. 즉 시리즈 기간 동안 아쿠나를 신나게 해서는 안되었다. 그리고 아쿠냐 주니어는 삼진 2개, 2루수 팝플라이(유격수 실책으로 출루 후 도루자)로 타선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애틀랜타는 포스트시즌 1차전 9연패의 씁쓸한 기록을 이어갔다.
오늘 경기를 통해 류현진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고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한 몸에 받게 되었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던 뼈아픈 상황과는 180도 반전되었다. 건강한 류현진은 어느 경기에 나서도 특급 활약을 펼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아마 류현진의 가을 본능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요원해보였던 퀄러파잉 오퍼와 FA 대박의 꿈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부상 이후 뚝 끊겼던 광고 계약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보고있나 진라면? 보고있나 시원스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