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실수가 안타깝긴 하지만...
44홈런, 133타점, 타율 .334, 출루율 .405, 장타율 .657, WAR 9.39
올 시즌 어떤 한 선수가 달성한 기록이다. 기록만 놓고보면 가장 유력한 MVP로 봐도 무방하다.
기록의 주인공은 두산 베어스의 김재환.
올시즌 김재환이 두산 베어스 리그 우승의 1등 공신이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특히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데도 불구하고 44홈런을 기록했다. 그리고 김재환은 98년 타이론 우즈에 이어 20년 만에 잠실 홈런왕에 등극했다.
그런데 이런 기록에도 불구하고 김재환이 시즌 MVP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과거 그의 약물 복용 이력 때문이다. 7년 전 복용했던 약물이 이번 시즌 기록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김재환이 올시즌을 치르기 위한 노력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과거 부정행위를 저지른 선수에게 MVP를 준다는 것이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것 같아 기분이 찜찜하다.
이번 시즌의 MVP가 김재환이 된다면 그걸 본 다른 선수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약물 복용 혐의가 있어도 나중에 기록도 받고 명예도 누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도의적인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약물 복용 혐의가 있다 하더라도 1군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경기 기록은 부정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니 약물 복용 전과가 있는 선수들의 기록은 인정해주더라도 시즌 MVP, 월간 MVP, 골든글러브, 올스타전과 같은 투표로 선정되는 타이틀의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약물 복용 선수들이 급증한다고 하면 FA 자격 박탈하고 최저 연봉을 적용하는 등의 더 강력한 제재도 필요할 수 있다.
어찌됐건 올시즌 김재환이 보여준 퍼포먼스와 노력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올시즌 MVP 수상 여부에 대해 팬들의 비난과 조롱이 빗발치더라도 김재환이 불만을 가지진 않았으면 한다. 돈을 주고 경기를 본 팬들은 충분히 불만을 가지고 욕할 자격이 있고 그가 유니폼을 벗는 그날까지 김재환을 비난하는 팬들은 여전히 존재할테니 말이다. 실수였던 고의였던 약물 복용에 대한 비난의 무게를 견디는 것은 그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