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회말 푸이그의 쓰리런 홈런으로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운 다저스타디움.
반면 보스턴의 덕아웃은 침묵에 빠지기 시작했다.
2패 뒤 4승으로 우승했던 다저스의 1981년이 재현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때 보스턴의 에이스 투수 크리스 세일이 고함을 치고 의자를 주먹으로 두드리며 동료들을 독려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5년 전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데이빗 오티스가 선수들을 불러모아 결의를 다졌던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YUKp7SPj1Y
세일의 동기부여가 효과가 정말 효과가 있었을까?
흥미롭게도 세일의 고함치는 장면이 로버츠 감독의 투수교체 실패와 맞물려 추격의 단초를 제공하게 되었다. 대타로 나선 미치 모어랜드는 라이언 매드슨의 실투였던 초구 체인지업을 담장 밖으로 넘기며 다저스 홈팬들을 침묵으로 빠뜨렸다. 그리고 스티브 피어스는 8회 켄리 잰슨의 초구를 홈런으로 기록한 뒤 9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는 마에다 켄타를 상대로 싹쓸이 2루타를 쳤다.
https://www.youtube.com/watch?v=F_l57S-QHGE
무엇이 침체된 보스턴 타자들을 일깨웠을까? 정말 세일의 격앙된 그 말들이 영향을 주었을까?
나는 보스턴 타자들의 각성은 전날 이볼디의 투혼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3차전 경기 13회말부터 다저스 타자들을 상대한 네이선 이볼디는 비록 18회말 맥스 먼시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투수진이 남아있지 않았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최종 병기 역할을 해냈다. 타자들은 전날 자신들의 부진 때문에 이볼디를 18회까지 던지게 한 미안함이 있었을 것이고 세일의 덕아웃 연설과 맞물려 집중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3차전 경기를 다저스가 가져가면서 이를 지켜본 대부분의 팬들은 이 경기 결과가 보스턴에게 더 치명상을 입혔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 반대였다. 7시간 20분의 경기 시간 동안 동료애가 끈끈해진 팀은 다저스만이 아니었다. 보스턴도 패했던 3차전 경기 속에서 이볼디의 투혼으로 팀워크가 재정비되었고 우승에 대한 절박함과 간절함이 더 커졌던 것이다.
만약 보스턴 레드삭스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게 된다면 나는 이볼디에게 시리즈 MVP를 선물해주고 싶다. 이볼디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