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취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에디터나 편집샵 오너 같은 남다른 감각을 가진 연사의 북토크에서 ’취향‘에 관한 질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 질문을 하는 이유는 남들에게 인정받는 멋진 취향을 갖고 싶다는 욕망 때문 아닐까?
남들 보기에 근사해 보이는 분야라도 내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노력만으로는 그것을 진정한 취향이나 관심사로 만들기 어렵다. 나에게는 화장품이 그렇다. 화장품 덕후들이 넘치는 이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 지식은 쌓았지만, 그것은 철저히 판매자로서의 시선일뿐 사용자로서의 애정은 아니다. 뷰티 콘텐츠를 소비할 때조차 나는 그것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업무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뿐이다.
그렇지만 야구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래에 비해 취업이 늦어진 이유, 동기들보다 대학원 논문이 허접했던 이유는 다 야구 때문이었다. 삼성 왕조 시절이던 2011년부터 2015년까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야구 중계를 봤던 것 같다. 심지어 오전 11시쯤 시작하는 LA 다저스 중계도 빼놓지 않고 챙겨봤다. 야구를 너무 좋아하는데 이걸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어서 2016년부턴 브런치에 야구 칼럼도 쓰고, 게시글 조회수를 높이고 싶어서 야구 카테고리의 페이스북 페이지도 운영하게 되었다.
심지어 이때가 대학원 다니고 한창 논문 준비하던 시기인데, 페이스북에 올릴 야구 짤들을 구하는데 시간을 쓰느라 논문보는 것은 뒷전이었고 매번 랩미팅때 교수님한테 깨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혼나면서도 멈출 수 없었다. 열심히 짤을 찾아 올리는만큼 페이스북 페이지 구독자 수가 늘고, 늘어난 구독자 수를 레버리지 삼아 브런치 글도 열심히 홍보했다.
야구 게임 사전 예약 게시물과 야구 용품의 쿠팡 파트너스 링크도 올려서 수익을 얻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원생의 본분을 잊은 채 몰두했던 그 ‘한심한 취미 생활’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때 야구에 미치지 않았더라면 브런치에 그만큼 글도 안썼을 것이고,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고민들을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무엇을 좋아하는것보다 중요한건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라 생각한다. 결국 좋아하는 것에 몰입해본 경험이 내 본업을 가꾸기 위한 역량으로 활용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