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왜 이렇게 고양이가 많을까

개보다 고양이가 많은 나라의 사정

by 정문


일본에 살다 보면 이상할 정도로 고양이를 자주 마주치게 된다. 골목 담벼락 위, 신사 옆 돌계단, 서점 굿즈 코너, 심지어 편의점 캐릭터 상품까지. 일본엔 유난히 고양이가 많다는 말은 이제 감상이 아닌 통계에 가까워졌다. 등록된 애완묘 수가 애완견을 넘어섰다는 기사를 얼마 전 읽었다.

도대체 일본 사람들은 왜 이렇게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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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옆집 고양이 시로 짱 / [왼] 뒷집 고양이 코난 군 / [오] 친구네 고양이 시라스 짱



그 이유는 의외로 최근의 유행이 아니라, 역사, 문화, 생활 방식이 오래도록 빚어낸 결과에 가깝다.

고양이는 처음부터 '문화 동물'이었다. 일본에서 고양이의 출발선은 남달랐다. 헤이안 시대, 고양이는 쥐를 잡기 위해 사찰과 귀족 사회로 들어왔다. 불교 경전을 갉아먹는 쥐를 막는 존재, 다시 말해 지식과 문화를 지키는 동물이었다. 개가 사냥이나 경비처럼 바깥일을 맡았다면, 고양이는 처음부터 실내와 정신세계 가까이에 있던 동물이었던 셈이다.

이 차이는 훗날 반려동물의 이미지에도 고스란히 남는다.


요괴이면서 복덩이인, 수상한 매력

일본에는 바케네코, 네코마타 같은 고양이 요괴 전설이 유독 많다. 밤이 되면 두 발로 서서 춤을 추고, 말을 하고, 인간을 속이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동시에 일본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마네키네코는 또 어떤가. 손을 흔들면서 손님과 복을 불러온다.


고양이는 일본에서 불길함과 길함을 동시에 지닌 존재이다. 이 모순을 일본 문화는 굳이 정리하려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애매함을 자연스럽게 껴안는다. 선과 악, 귀여움과 섬뜩함 사이를 오가는 고양이는 일본식 세계관에 딱 맞는 캐릭터이다.



말을 안 듣는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

고양이는 주인을 기쁘게 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부르면 안 오고, 오고 싶을 때만 오며, 애정 표현도 제멋대로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점이 오히려 매력으로 작용한다.

불완전함과 덧없음을 미로 보는 와비사비(侘び寂び)의 미학 속에서 고양이의 예측 불가능함은 결점이 아니다. 통제되지 않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다. '길들여지지 않음'이 미덕이 되는 문화에서 고양이는 이상적인 동반자다.



좁은 집, 혼자 사는 사람들, 그리고 고양이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일본은 좁은 주거 공간, 아파트 중심의 생활 구조, 그리고 빠르게 늘어난 1인 가구와 고령 사회를 갖고 있다. 산책이 필수인 개보다, 실내에서 조용히 지낼 수 있고 혼자 있는 시간에 강한 고양이가 생활에 잘 맞는다.


고양이는 일본 사회에서 감정적 위안이면서도 부담이 적은 존재다. 늘 함께 하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 일본인이 익숙해하는 거리감이다.



일본인의 인간관계와 닮은 동물

일본식 인간관계의 핵심은 '거리'이다. 과도한 감정 표현을 피하고,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필요할 때만 다가간다.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항상 곁에 있지는 않지만, 같은 공간에 조용히 존재한다.



그래서일까.

항상 충성스럽게 반응하는 개보다, 무심하지만 함께 있는 고양이가 일본인의 심리 구조에 더 잘 들어맞는다.

그래서 일본은 고양이의 나라가 되었다. 고양이는 일본에서 단순한 반려 동물이 아니다. 사찰을 지켜왔고, 요괴가 되었고, 복을 부르며, 혼자 사는 사람 곁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캐릭터가 되고, 굿즈가 되고, 도시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필요 이상으로 다가오지 않고, 그렇다고 완전히 떠나지도 않는 존재.

일본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고양이가 일본을 닮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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