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리스분들에게 도시락으로 사랑의 씨앗을 심고 있는 현장
토요일 오전 10시, 도쿄의 한 주방에서 분주한 하루가 시작된다. 칼과 도마, 김이 오르는 밥솥, 반창통들이 분주히 오간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도시락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다. 거리에서 한 주를 버텨낸 사람들에게 건네는 존중이며, 국경을 넘어 이어진 연대의 증거다.
'아이노타네' 사랑의 씨앗이라는 뜻의 이 봉사단체는 2017년, 도쿄의 한 다국적 교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청년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따뜻한 마음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각자 돈을 모아 주먹밥 스무 개를 만들어 거리의 홈리스들을 찾아갔다. 손에서 손을 건네던 그 주먹밥이 이 단체의 첫 씨앗이었다.
씨앗은 금세 싹을 틔웠다. 주먹밥의 수는 늘어났고, 청년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아줌마들이 나셨다.
"도시락은 우리한테 맡겨!"
자연스럽게 역할이 나뉘었다. 매주 토요일, 주로 기혼 여성들로 이루어진 도시락팀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정성껏 도시락을 싼다. 이후 운전이 가능한 아저씨 드라이버와 배식 담당 3-4명이 함께 거리로 나선다.
[무료 도시락이라고 대충 만들지 않는다. 영양 발란스를 맞춰 준비하고 맛은 기본이다!]
나눔이 반복되자 소문이 퍼졌다. '따뜻하고, 맛있는 도시락이 있다.'는 이야기가 홈리스들 사이에 돌기 시작했다. 신주쿠 도청 인근과 요요기 공원 주변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다. 20명 정도이던 숫자는 어느새 250명 안팎이 됐다. 규모가 커지면서 개인의 선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게 됐고, 교회는 구제헌금으로 이 사역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시작했다.
[위/도쿄도청 근처 도시락 배급 모습, 아래/ 요요기공원 근처 도시락 배급 모습]
그럼에도 늘 충분하지는 않다. 준비한 도시락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날이면, 봉사자들은 즉석에서 빵을 사서 나눈다. 줄을 세우고, 서두르지 않고, 가능한 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바라보며 건넨다. '남은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도시락을 나누어 주는 봉사를 하는 일본의 한 청년은 가장 마음이 아플 때가 자신의 앞에서 도시락이 딱 끊겼음을 본 홈리스분의 얼굴을 볼 때라고 말했다. 그 도시락이 먹고 싶어서 한참을 줄을 섰는데 본인 앞사람이 받아간 도시락이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안 순간 너무도 실망스럽고 슬픈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는 도시락 팀에게도 전해 졌고, 그래서 10개, 20개 늘리다 보니 도시락 개수는 어느덧 200개를 훌쩍 넘겼다.
아이노타네가 특별한 이유는 숫자 때문만은 아니다. 이 봉사에는 한국인 재외국민과 일본인 청년들이 함께한다. 과거와 정치, 언어의 경계를 넘어 같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같은 거리에서 도시락을 건넨다. 도움을 받는 이들뿐 아니라, 돕는 이들 또한 이 시간을 통해 서로를 다시 배운다.
국경은 뉴스에서 갈등이 되지만, 부엌에서는 협력이 된다. 역사는 종종 우리를 갈라놓지만, 배고픔 앞에서는 같은 인간이 된다. 아이노타네는 거창한 구호를 외치지 않는다. 그저 매주 토요일, 빠지지 않고 도시락을 만든다. 그 반복이 도시 한 구석을 지탱한다.
사랑은 거대한 선언이 아니라, 밥이 식기 전에 건네는 손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 작은 씨앗은 오늘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