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은 그대로, "다음 달부터 월세 올립니다"

신주쿠 월세 인상 통보..., 도쿄는 여전히 살 수 있는 도시인가

by 정문

"다음 달부터 임대료가 인상됩니다."


도쿄 신주쿠, 월세로 살고 있는 우리 집 우편함에 통지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정중한 인사말과 늘 신세 지고 있다는 미사여구가 길게 이어졌지만 결국 내용은 간단했다. 다음 달부터 월세가 오른다는 것이었다.


잠시 종이를 내려놓고 창밖을 바라봤다. 퇴근 시간대의 신주쿠 거리는 여전히 붐볐다. 전철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 환하게 켜진 상점 간판,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세계적으로 활기찬 도시 중 하나라는 말이 실감 나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서, 이 도시의 집값과 월세는 조용히 오르고 있다.


신주쿠는 도쿄의 심장부이다. JR 신주쿠역은 하루 이용객이 세계 최다라고 알려진 만큼 수백만 명이 오간다. 여기에 산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 있다. 출퇴근이 편하고, 밤늦게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의 편의성이 있다. 편의점, 식당, 병원, 영화관, 모든 것이 걸어서 해결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살기 원한다. 하지만 그 편리함에는 높은 가격표가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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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도쿄 임대료는 눈에 띄게 올랐다. 부동산 조사기관 자료에 따르면 도쿄 아파트 임대료는 최근 1년 동안 약 15% 상승했다. 이는 일본에서 약 30년 만에 나타난 빠른 상승 속도다. 도쿄 23구의 평균 월세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신주쿠 같은 중심 지역은 상승 속도가 더 빠르다. 부동산 중개 사이트를 열어보면 변화가 쉽게 체감된다. 같은 평수, 같은 구조의 방이 몇 달 사이 수만 엔씩 오른 가격으로 등록 돼 있다.


월세 인상은 통계가 아니라 현실이다. 집주인의 통보서를 다시 펼쳐본다. 금액 자체는 '폭등'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수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타이밍이다. 식료품 가격은 이미 올랐다. 전기요금도 올랐다. 외식비도 체감할 만큼 비싸졌다. 그런데 월급은 그대로다.


최근 일본에서도 실질 임금이 물가 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쿄 세입자 가운데 상당수가 소득의 4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한다는 조사도 있다. 월세 인상 통보는 단순한 계약 조건 변경이 아니라 생활 구조 전체를 흔드는 사건이 된다.


왜 임대로는 오를까. 신주쿠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 들러 최근 시장 상황을 물어보면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건설 자재 가격이 올랐고, 인건비도 상승했다. 신축 건물은 줄어들고 기존 건물 유지 비용은 늘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집값 상승이다. 도쿄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집을 구매하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임대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임대 수요는 늘고 공급은 줄었다. 결과는 단순하다. 임대로 상승이다.


밤이 되면 신주쿠 가부키쵸 거리에는 관광객과 젊은 사람들이 몰린다. 초고층 빌딩 사이로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하지만 도쿄의 또 다른 모습은 조용히 나타난다. 높은 임대로 때문에 교외 지역으로 이사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일부 조사에서는 도쿄 거주 젊은 층 상당수가 지방 이주를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지서, 한 장의 얇은 종이이지만 의미는 가볍지 않다. 이 도시에 계속 남을 것 인가. 조금 더 먼 곳으로 이사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개인적인 고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도쿄 전체가 마주한 문제이기도 하다.


도쿄는 여전히 기회가 많은 도시이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 중심지이고, 문화와 인프라가 집중된 곳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남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선택에는 점점 더 높은 비용이 요구되고 있다.


퇴근 시간 신주쿠 역 앞.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집으로 향한다. 그중에는 월세 인상 통보를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월세 인상에 흥분하여 쓰다 보니..., 사는 지역도 밝히고 일본 거주 24년 차인데 아직도 월세라는... 살짝 부끄러운 사실까지... 오늘 글에 TMI 좀 많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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