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차:
중국차의 세계로 떠나는 첫걸음

2-3. 차 맛 구별법 (시음법, 향기와 맛의 차이)

by 정민영

2-3. 차 맛 구별법 (시음법, 향기와 맛의 차이)

여러분은 차를 마시면서 어떤 맛을 느끼시나요? 혹시 그저 '차 맛'이라고만 생각하고 계신가요? 차는 와인이나 커피처럼 매우 섬세하고 복합적인 맛과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차의 맛과 향을 제대로 구별할 줄 알게 되면, 차를 마시는 즐거움은 훨씬 깊어집니다. 찻잔 속에서 펼쳐지는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는 것은 마치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아서, 차와 더 깊은 교감을 나누게 해 줍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차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는 **'시음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전문가들만 아는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들을 중심으로 풀어볼 것입니다. 차의 맛과 향을 구별하는 감각을 키우는 것은 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제, 한 잔의 차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찾아볼까요?


시음의 기본: 오감을 활짝 열어라

차를 마실 때는 오감을 모두 활용해야 합니다. 맛은 물론이고, 향, 색, 촉감, 그리고 소리까지 모든 감각이 시음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 시각: 찻잎의 모양과 색깔, 우려낸 찻물의 색을 눈으로 확인합니다. 맑고 투명한지, 탁한지, 어떤 색을 띠는지 관찰해 보세요. • 후각: 차의 향은 차를 우리는 동안, 그리고 찻잔에 담았을 때, 마지막으로 마시고 난 후에도 느껴집니다. 향은 차의 가장 중요한 매력 중 하나입니다. • 촉각: 찻잔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와 차를 마셨을 때 혀끝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을 느껴보세요. • 청각: 찻주전자에 물이 끓는 소리, 뜨거운 물이 찻잎 위로 쏟아지는 소리도 차를 마시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 미각: 차를 한 모금 마셨을 때 느껴지는 떫은맛, 단맛, 신맛, 쓴맛 등 다양한 맛의 조화를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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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시음법: '삼 잔 작법(三盞作法)'

차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시음법 중 '삼 잔 작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세 개의 찻잔을 이용해 찻잎의 모양, 찻물의 색, 그리고 향과 맛을 순서대로 느끼는 방법입니다. 집에서는 이 방법을 간소화하여 나만의 시음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1단계: 눈으로 즐기기 차를 우리는 찻잎을 먼저 눈으로 관찰하세요. 찻잎의 모양이 균일한지, 색깔이 선명한지, 솜털이 얼마나 많은지 등을 봅니다. 그 후, 차를 우려낸 찻물을 작은 잔에 담아 색을 관찰합니다. 맑고 투명한지, 혹은 탁한지, 연한지, 진한지 등을 확인합니다. 찻잎의 품질이 좋을수록 찻물은 맑고 투명합니다.

2단계: 코로 향기 맡기 찻잔에 코를 가까이 대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향을 느껴봅니다. 차의 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건향(乾香)'은 찻잎이 마른 상태에서 나는 향이고, '습향(濕香)'은 차를 우린 후 나는 향입니다. 처음에는 '풀 향', '꽃향' 정도로만 느껴져도 괜찮습니다.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난초 향', '밤 향', '과일 향' 등 더 구체적인 향을 구별할 수 있게 됩니다.

3단계: 입으로 맛 음미하기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바로 삼키지 말고, 입안에서 천천히 굴려가며 맛을 음미합니다. 혀의 각 부분에서 어떤 맛이 느껴지는지 느껴보세요. 혀끝에서 느껴지는 단맛, 혀 옆에서 느껴지는 신맛, 혀 뒤쪽에서 느껴지는 쓴맛과 떫은맛 등 다양한 맛을 느껴봅니다. 차를 마신 후 입안에 남는 여운, 즉 '회감(回甘)' 또한 차 맛을 구별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차의 맛을 구별하는 핵심 키워드

차의 맛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키워드들을 기억해 두면 차의 맛을 더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 떫은맛 (澁味): 차의 떫은맛은 주로 찻잎에 들어있는 카테킨 성분에서 비롯됩니다. 녹차나 풋풋한 생차에서 주로 느껴지며, 떫은맛이 강할수록 차의 신선함이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 단맛 (甘味): 차를 마시고 난 후 입안에 남는 은은한 단맛을 '회감'이라고 합니다. 이 단맛은 차의 품질이 좋을수록 더 길고 깊게 느껴집니다. 홍차나 청차에서 주로 느낄 수 있습니다.

• 쓴맛 (苦味): 쓴맛은 차의 카페인 성분에서 비롯됩니다. 쓴맛이 너무 강하면 찻잎을 너무 오래 우렸거나, 좋지 않은 품질의 찻잎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쓴맛은 차의 풍미를 더 깊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 신맛 (酸味): 차의 신맛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유기산 성분에서 비롯됩니다. 백차나 오래된 흑차에서 주로 느껴지며, 상큼하고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향기의 세계: '차향(茶香)'의 종류

차의 향기는 차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합니다. 처음에는 '좋은 향', '나쁜 향' 정도로만 구별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차에 익숙해지다 보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향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 화향(花香): 난초, 장미, 재스민 등 꽃 향기가 나는 차입니다. 철관음, 기문홍차, 동방미인 등에서 주로 느낄 수 있습니다.

• 과일향(果香): 복숭아, 살구, 귤 등 과일 향이 나는 차입니다. 일부 우롱차나 홍차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 숙향(熟香): 묵직하고 달콤한 향으로, 오래된 찻잎이나 숙성된 차에서 나는 향입니다. 보이차, 흑차 등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 청향(靑香): 풋풋하고 상쾌한 풀 내음으로, 녹차나 풋풋한 생차에서 나는 향입니다.

• 훈연향(薰煙香): 소나무 장작불에 쬐어 만든 차에서 나는 향으로, 정산소종과 같은 홍차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 암운(岩韻): 바위에서 자란 차나무의 독특한 향으로, 무이암차(武夷岩茶)인 대홍포에서 느낄 수 있습니다.


나만의 '시음 노트' 만들기

차 맛과 향을 구별하는 감각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시음 노트'를 쓰는 것입니다. 거창한 형식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그저 마신 차의 이름, 날짜, 그리고 그날의 솔직한 느낌을 기록해 보세요. - 시음 노트 작성 예시:

차 이름: 철관음

날짜: 2025년 8월 1일

찻잎 상태: 짙은 초록색, 둥글게 말려 있음

찻물 색: 맑고 투명한 황금색

향기: 처음에는 풋풋한 풀 향, 우릴수록 은은한 난초 향이 느껴짐

맛: 떫은맛은 거의 없고 부드러움, 마시고 난 후 입안에 달콤한 여운이 남음 (회감)

오늘의 한마디: 마치 맑은 숲 속을 걷는 듯한 기분,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렇게 기록을 남기다 보면, 차의 맛과 향을 구별하는 나만의 기준이 생기게 됩니다. 또한, 시간이 지난 후에 노트를 다시 읽어보면, 그 당시의 기분과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경험이 됩니다.


시음 환경의 중요성

차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시음하는 환경도 중요합니다. 조용하고 깨끗한 환경에서 차를 마시면, 차의 섬세한 맛과 향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 조용한 공간: 소음이 없는 조용한 공간에서 차를 마시세요.

• 깨끗한 찻잔: 찻잔에 다른 냄새가 배어있지 않도록 깨끗하게 씻어두세요.

• 온도와 습도: 차의 맛과 향은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너무 덥거나 추운 곳보다는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되는 곳에서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차와 나, 그리고 시음

차를 시음하는 것은 단순히 맛을 평가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자, 차를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시간입니다. 차를 마시는 동안, 찻잎이 우러나고, 향기가 피어나고, 맛이 변하는 과정을 온전히 느껴보세요.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삶의 미묘한 변화들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차 맛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차를 마시고 시음 노트를 쓰면서, 차의 맛과 향을 구별하는 감각이 점점 발달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차 한 잔을 마시며 '이 차는 푸젠성 안계 지역의 철관음이구나' 하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죠. 여러분도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충분히 해낼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 시음으로 감각 깨우기

만약 차 맛 구별 실력을 한 단계 더 높이고 싶다면, '블라인드 시음'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친구나 가족에게 두세 가지 종류의 차를 우려 달라고 부탁한 후, 어떤 차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맛과 향을 비교해 보는 것이죠. 블라인드 시음을 통해 우리는 차의 맛과 향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오직 감각에만 의존하여 차를 평가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차에 대한 이해도를 더욱 높일 수 있습니다.


차 맛 구별, 결국은 경험이다

차 맛 구별은 결국 많은 차를 마셔보는 경험에서 나옵니다.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마셔보고, 그 차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느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녹차, 홍차, 우롱차 등 각 차의 특징을 먼저 익힌 후, 같은 종류의 차라도 생산지나 제조 방식에 따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 보세요. 예를 들어, 용정차와 벽라춘은 모두 녹차이지만, 맛과 향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입니다. 용정차는 맑고 깨끗한 밤 향이 나는 반면, 벽라춘은 화사한 과일 향과 꽃 향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미묘한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차 맛 구별의 진정한 즐거움입니다.


나만의 '최애' 차 찾기

차 맛 구별을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최애' 차를 찾게 됩니다. 어떤 차는 나에게 활력을 주고, 어떤 차는 나에게 위로를 주며, 어떤 차는 나를 평온하게 만들어줍니다. 차를 마시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시간입니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차를 찾는 것은, 나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차를 통해 우리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감정과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차 맛 구별,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차 맛 구별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거창한 전문가가 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차를 마시는 순간에 조금 더 집중하고, 오감을 활짝 열어 차가 주는 모든 것을 느껴보세요. 차의 맛과 향을 구별하는 감각은 마치 근육과 같아서,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좋다', '싫다' 정도의 느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차를 마시는 즐거움은 그 차의 복잡한 맛과 향을 모두 구별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차가 나에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은 여러분이 그 즐거움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차의 맛과 향을 구별하는 시음법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다음 챕터에서는 중국을 대표하는 10가지 명차를 소개하고, 그들의 역사와 특징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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