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나를 위한 지도 만들기: 여행의 목적을 세우는 방법
모든 여행에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만 그 목적이 꼭 거창하거나 명확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왜 이 길을 걷고 싶은가’다. 나를 위한 지도 만들기는 단순히 물리적 경로나 일정표를 짜는 일을 넘어, 내 내면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의 꿈, 불안, 기대를 적어 내려가고 그것들을 정리해 보곤 한다.
지도는 현실의 제약과 딜레마 사이에서 나를 잃지 않게 돕는다. 예를 들어, 여행 중에도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와 예상치 못한 만남이 일어난다. 그럴 때 나의 지도가 명확하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도 목표 설정은 동기 부여와 자기 조절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다. 나는 나에게 맞는 지도를 만들기 위해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보고 싶은가’, ‘어떤 경험을 하고 싶은가’, ‘돌아왔을 때 어떤 나로 남고 싶은가’.
첫 번째 질문은 여행지 선택과 밀접하다. 나는 풍경, 문화, 사람 중 무엇에 더 관심이 있는지 생각한다. 한 번은 한적한 산골 마을에 머물며 자연 속에 스며든 적이 있었다. 그 경험은 나에게 깊은 평온을 선사했다. 두 번째 질문은 내 행동과 태도를 결정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서’,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서’ 혹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쉬기 위해서’ 등 목적에 따라 여행 방식도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돌아온 후의 나는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만의 지도를 구체화하는 데 있어 나는 메모와 그림, 심지어 간단한 다이어그램도 활용한다. 디지털 노매드라면 노션이나 트렐로 같은 도구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시각화는 목표를 명확히 할 뿐 아니라 동기 부여에도 큰 역할을 한다. 또한, 목적을 재점검하는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여행의 중간중간 멈춰서 내 지도를 다시 들여다보고 수정하는 과정은 유연성을 키워 준다.
아울러, 나는 지도 만들기가 준비 단계에 끝나지 않고 여행과 삶 전반에 걸쳐 지속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중 마주하는 경험들이 쌓이면 나의 지도가 풍성해지고, 더 정교해진다. 그때 나는 지도라는 개념을 ‘나 자신과의 대화’로서 확장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지도가 결국 나의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의 첫 번째 장기 여행은 사실, 지도 없는 항해와 같았다. 물론 스마트폰의 지도 앱이 있었지만, 나는 그저 눈에 보이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다. 그 순간의 자유로움은 좋았지만, 며칠이 지나자 묘한 허탈감이 찾아왔다. 나는 그저 낯선 곳에서 시간을 소비하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그게 힐링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목적지 없는 여행은 결국 제자리걸음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종종 “계획 없이 떠나는 여행이 최고”라고 말하지만, 삶을 위한 여행은 달라야 한다. 삶을 바꾸고 싶다면, 여행 또한 의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여행의 목적을 정한다는 것은 단순한 관광 계획을 짜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나를 위한 지도'를 그리는 행위이다. 일반적인 지도가 길을 안내한다면, 이 지도는 나의 성장과 깨달음을 향한 길을 안내한다. 이 지도의 목적지는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내가 얻고 싶은 통찰과 변화이다. 1장에서 우리가 찾았던 ‘떠나고 싶은 진짜 이유’가 바로 이 지도의 출발점이 된다. 내가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에 따라 여행의 형태는 완전히 달라진다.
예를 들어, 나는 비즈니스 네트워킹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을 목적으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그때 나의 지도는 일반적인 여행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중국의 광저우에서 열리는 캔톤 박람회에 수차례 참석했고, 이탈리아의 밀라노에서는 미펠세에 참여했다. 중국의 수많은 크고 작은 도매시장과 공장에서는 현지 장인들과 인터뷰하며 그들의 전통 기술과 현대적 마케팅의 결합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다. 이 모든 활동은 나의 여행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 즉 ‘비즈니스 확장’이라는 목적을 향한 의도적인 걸음이었다. 이처럼 목적이 명확할 때, 여행은 단순히 쉬는 시간을 넘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시간이 된다.
심리학에는 '목표 설정 이론(Goal-Setting Theory)'이라는 것이 있다. 에드윈 록(Edwin Locke)과 게리 라섬(Gary Latham)이 주창한 이 이론은,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했을 때 동기가 부여되고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막연히 쉬고 싶다'는 목표보다는 '낯선 시장에서 현지인들과 가격을 흥정하며 협상 기술을 배우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훨씬 더 큰 동기부여와 성장을 가져온다. 목표가 구체적일수록, 우리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주변의 모든 것을 더 의미 있게 바라보게 된다.
이제 당신의 지도를 그릴 시간이다.
1장에서 찾은 당신의 진짜 이유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목적지를 향한 길을 설계해 보자. 당신의 여행 목적이 무엇이든,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내가 여행지에서 꼭 해보고 싶은 한 가지 활동은 무엇인가?
그 활동을 통해 내가 얻고 싶은 구체적인 지식이나 기술은 무엇인가?
그곳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가?
돌아왔을 때, 여행 전과 비교해 나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었으면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바탕으로 여행의 큰 그림을 그려보자. 예를 들어, ‘내적 평화’가 목적이라면, 매일 아침 조용한 숲길을 걷거나 명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여행지를 택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목적이라면, 창의적인 산업이 발달한 도시나 현지 시장을 탐방하는 일정을 계획할 수 있다. 이렇게 그려진 지도는 단순한 여행 계획표가 아니라, 당신의 삶을 위한 로드맵이 될 것이다. 이 지도를 들고 떠날 때, 비로소 당신의 여행은 의미 있는 성장의 여정으로 거듭날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 지도를 들고 떠나기 위해, 우리가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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