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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디, 차이와 사이를 걷다
for Bleisure

2부― 중국 여행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by 정민영


2부― 중국 여행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비행기 바퀴가 중국 땅에 닿던 그 순간, 나는 마음의 준비가 충분했는지 스스로에게 다시 묻곤 한다. 첫 출장 때의 냉랭한 입국 심사의 공기, 현지 공항의 낯선 표지판,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예측불가의 질서. 곧장 바삐 움직여야 하는 일정 속에서도, 나는 매번 이런 생각을 반복했다. “내가 이 땅에서 진짜 알아야 할 건, 업무 뒤에 숨어 있는 그들의 일상, 서툰 한 마디 중국어 너머의 세계 아닐까?” 행선지 주소 하나 제대로 못 알아듣던 당황, 호텔 체크인 카운터에서의 어색한 미소, 시내버스 노선도를 들여다보며 길을 헤맸던 지난날. 그 모든 경험 속에서, 나는 느꼈다. 오로지 일만이 아니라 이 도시, 이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 그리고 내가 정말로 알아야 할 ‘차이’와 ‘기본’이 따로 있음을.


출장 일정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것 또한 많았다. 예를 들어, 중국 거리에선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기보다 앱으로 부르는 게 훨씬 빠르다는 단순한 사실. 길거리 음식 하나를 사 먹을 때도 위챗페이나 알리페이가 없이 곤란을 겪을 수 있다는 점, 심지어 그 유명한 만두집의 맛있는 소스 하나 얻는 법조차 ‘도전정신’이 필요했다. 나는 한밤중 광저우의 작은 골목길에서 위생장갑을 끼고 노포 맛집 그릇을 받아 들었을 때, 비로소 진짜 ‘중국 여행’을 시작했다고 느꼈다. 수많은 보고서 속 데이터, 지도 앱의 따분한 숫자들이 아닌, 몸으로 부딪혀 배우는 생활의 리듬, 느릿하게 흘러가는 만만디의 시간들, 그리고 때론 너무나 신속하게 달려들어야 하는 ‘콰이콰이’의 순간들.


중국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규칙이 많다. 회의실에서 차를 마시는 법, 숟가락을 나누는 타이밍, 심지어 식탁의 자리를 결정하는 순서까지도 일상과 예의의 경계를 만든다. 그러니 외국인의 감각으로 보기엔 별거 아닌 것들이 때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암묵의 벽’이 되기도 한다. 나는 베이징 고궁에서 길을 잃고 동네 노파에게 의지했던 순간, 겉으로는 투박하지만 속정 깊은 현지인의 친절을 마주했고, 광저우 거리마켓에서는 낯선 이의 중얼거림에서 생활의 꽃향기를 느꼈다. 이런 담백한 경험이 쌓일수록, 비즈니스 목적만 가득 품었던 내 여행이 어느새 더 넓고 따뜻한 겹을 두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여행이란 결국, 표면을 넘어서야 비로소 새로워진다. 데이터 비용을 아끼려고 중국 유심 사용을 고집하다가 한국 앱이나 웹이 열리지 않아서 망연자실하기도 했고, 약국 문 앞에서 번역 앱을 흔들며 장기 복용약의 이름을 설명하다 서로 피식 웃기도 했다. 업무 스트레스로 힘들던 날, 현지 전통찻집에서 “좋은 차 한 잔이 고민을 녹인다”던 노상 사장의 말에 뜻밖의 위안을 얻었다. 여행 ‘기본기’를 깔끔히 갖춘다는 게, 단순히 가방을 잘 챙긴다는 말이 아니란 걸, 나는 그런 작은 실패와 깨달음 속에서 배웠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묻는다. “오늘 나는, 그들과 얼마나 닮았고, 또 얼마나 다르게 살아가고 있지?”


중국 비즈니스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회의실 너머의 이 도시를 반드시 걸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나무 늘어진 공원에서 아침 기공체조에 섞여보고, 좁은 골목에서 국수 한 그릇을 시켜 맛보며, 뜨거운 오후에 음료수 하나 건네는 상인과 한두 마디 던져보고, 그렇게 조금씩 일과 생활의 경계가 허물어질 때, 비로소 ‘관계’가 시작된다. 내가 신경 썼던 타인의 미소, 예기치 않은 우정, 소소한 일상 속의 대화—이 모든 것이, 적어도 이 땅을 다시 찾게 하는 가장 큰 힘임을 부정하지 못한다.


그래서, ‘중국 여행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라는 말에는 내 수많은 서툰 경험, 시행착오와 감탄, 그리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배움이 녹아있다. 완벽할 것, 똑똑하게 보일 것보다, 그저 조금 더 겸손하고 유연하게 질문하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체득하는 자세. 그런 태도가 곧 낯선 땅에서 내가 서툴렀던 만큼 더 크게 배울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믿는다.


여정 앞에 선 그대에게. 데이터를 아끼더라도, 마음만큼은 넓고 풍성하게 열어두라 권하고 싶다. 단언컨대, 중요한 것은 “이 정도면 되겠지”가 아니라, “이 정도는 알아야 더 재미있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가 만난 수많은 실패와 깨달음, 당혹스러운 순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얻어낸 작은 소망. 지금 이 자리에서, 낯섦을 즐기는 용기를 담아 당신의 중국 여행이 시작되길 바란다.
이 정도는, 분명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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