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출장지에서의 건강과 위생 관리
광저우 바이윈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시내로 향하던 첫날밤, 나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네온사인들을 바라보며 설렘과 동시에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낯선 도시, 다른 기후, 익숙하지 않은 음식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몸이 이 모든 변화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였다. 출장의 성패는 결국 내 몸의 컨디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절감했다.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중요한 미팅을 잡아도, 몸이 아프면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된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에서 건강을 지키며 최상의 퍼포먼스를 발휘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출장 전문가가 되는 첫 번째 조건이었다.
중국 출장을 떠나기 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건강 상태 점검이다. 평소에 복용하던 약이 있다면 충분한 양을 준비하고, 만성 질환이 있다면 담당 의사와 상담을 받는 것이 필수다. 나는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데, 한 번은 약을 깜빡하고 가지 않아서 현지에서 비슷한 약을 찾느라 큰 고생을 했다. 그 이후로는 출장 기간보다 일주일 더 넉넉하게 약을 챙긴다.
예방접종도 중요하다. A형 간염, B형 간염, 장티푸스 등은 중국 출장 시 권장되는 예방접종이다. 특히 지방 도시나 내륙 지역으로 출장을 간다면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예방접종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리므로 최소 출발 2주 전에는 받아야 한다.
치과 검진도 빼놓을 수 없다. 출장 중 갑자기 치통이 생기면 정말 곤란하다. 언어 장벽 때문에 현지 병원을 이용하기도 어렵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출장 전에 미리 스케일링을 받고 충치가 있다면 치료를 마쳐두는 것이 좋다.
중국 출장 시 가져가야 할 비상약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감기약, 해열진통제, 소화제, 지사제, 변비약, 항히스타민제, 연고류, 밴드, 체온계 등이다. 이 중에서도 소화 관련 약품은 특히 중요하다. 중국 음식은 기름지고 맵기 때문에 한국인의 위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로환을 항상 챙긴다. 한 번 청두 출장에서 마라탕을 먹고 심한 복통을 겪었는데, 정로환 덕분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또한 종합감기약도 필수다. 계절 변화나 에어컨 바람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쉽고, 감기가 오래가면 전체 일정에 영향을 미친다.
약품을 챙길 때는 원래 포장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좋다. 알약만 따로 빼서 가져가면 세관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처방전이나 진료 기록도 함께 가져가면 만약의 경우에 도움이 된다.
중국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물이다. 수돗물은 절대 마시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생수나 시중에서 판매하는 생수만 마신다. 생수를 살 때는 뚜껑이 제대로 밀봉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간혹 가짜 생수가 유통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얼음도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나 식당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는 "不要冰(부야오빙, 얼음 빼고)"라고 말한다. 샐러드나 과일도 조심해야 한다. 생것보다는 익힌 음식을 선택하고, 과일은 껍질을 직접 깎아서 먹는다.
길거리 음식은 가능하면 피한다. 아무리 맛있어 보여도 위생 상태를 보장할 수 없다. 식당을 선택할 때는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 회전율이 높은 곳을 선택한다. 음식이 빨리 소진되는 곳일수록 신선할 가능성이 높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는 점진적으로 적응해 간다. 갑자기 매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마라탕이나 훠궈 같은 음식을 먹을 때는 맵기 정도를 조절해서 주문한다.
중국의 대기오염은 출장자들이 반드시 대비해야 할 문제다. 특히 베이징, 텐진, 시안 등 화북 지역은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높다. 스마트폰 날씨 앱에서 대기질 지수(AQI)를 확인하고, 150 이상이면 외출을 자제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한다.
마스크는 KF94 이상의 고성능 제품을 사용한다. 일반 마스크로는 미세먼지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 마스크를 착용할 때는 코와 입을 완전히 덮고, 얼굴과 마스크 사이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실내에서는 공기청정기를 활용한다. 호텔방에 공기청정기가 없다면 요청해서 설치해 달라고 한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호텔에서 공기청정기를 구비하고 있다. 또한 창문을 열어서 환기하는 것보다는 에어컨의 공기순환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기침이나 가래가 생기면 즉시 약을 복용하고,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을 방문한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은 방치하면 만성화될 수 있다.
손 위생이 가장 기본이다. 손 세정제나 물티슈를 항상 휴대하고, 식사 전후, 화장실 사용 후,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는다. 중국에서는 공중화장실에 비누나 세정제가 없는 경우가 많으므로 개인용을 준비한다.
개인 세면용품도 호텔 제공품보다는 평소 사용하던 제품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샴푸, 바디워시, 치약, 칫솔 등을 개인적으로 준비한다. 피부가 민감한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수건도 개인용을 사용한다. 호텔 수건이 완전히 건조되지 않았거나 세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빠른 건조가 가능한 마이크로파이버 수건을 준비하면 편리하다.
옷도 자주 갈아입는다. 중국은 대기오염이 심하고 인구 밀도가 높아서 옷에 냄새나 먼지가 쉽게 붙는다. 속옷이나 양말은 매일 갈아입고, 겉옷도 2-3일에 한 번은 갈아입는다.
출장 중 충분한 수면은 건강 유지의 핵심이다. 중국과 한국의 시차는 1시간밖에 나지 않지만, 환경 변화와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잠자리에 들고, 7-8시간의 수면을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호텔방 환경을 수면에 최적화한다. 온도는 18-20도로 유지하고, 커튼을 완전히 쳐서 빛을 차단한다. 소음이 심하면 귀마개를 사용한다. 개인용 베개나 담요를 가져가는 것도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카페인 섭취는 오후 3시 이후에는 피한다. 중국차에도 카페인이 들어있으므로 주의한다. 술은 수면을 방해하므로 가능하면 자제한다. 비즈니스 술자리가 있더라도 적당량만 마신다.
낮잠은 30분 이내로 제한한다. 너무 오래 자면 밤잠을 방해할 수 있다. 시차 적응을 위해서는 현지 시간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장은 신체적 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도 가져온다. 언어 장벽, 문화 차이, 업무 압박감 등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 있다. 이를 관리하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져서 질병에 걸리기 쉽다.
규칙적인 운동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호텔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거나, 호텔 주변을 산책한다. 객실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요가도 좋다. 하루 20-30분 정도만 투자해도 컨디션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
음악 감상이나 독서도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다.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스마트폰에 저장해 두거나, 전자책을 준비한다. 짧은 시간이라도 업무에서 벗어나 개인적인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연락도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루에 한 번은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안부 전화를 한다. 시차를 고려해서 적절한 시간에 연락한다.
출장 중에도 기본적인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시간 이동과 회의로 인해 운동 부족이 되기 쉽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호텔 선택 시 피트니스센터나 수영장이 있는 곳을 선택한다. 이용료가 별도로 있는지 미리 확인한다. 운동복과 운동화를 준비해 가면 언제든 운동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운동이다. 10층 이하라면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습관화한다. 지하철역에서도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을 이용한다.
미팅 장소까지 가까운 거리라면 걸어서 이동한다. 중국의 대도시들은 걷기 좋게 잘 조성되어 있다. 걸으면서 도시 분위기도 느끼고 운동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객실에서 할 수 있는 운동도 준비한다. 푸시업, 스쿼트, 플랭크 등 도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들이다. 유튜브나 운동 앱을 활용하면 더욱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
아무리 주의해도 출장 중에 몸이 아플 수 있다. 이때 당황하지 말고 체계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이 가벼우면 준비한 비상약으로 우선 대처한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한다. 하루 이틀 지켜본 후 호전되지 않으면 병원을 방문한다.
병원을 방문할 때는 미리 연락해서 진료 시간과 절차를 확인한다. 여권과 해외여행자보험증을 반드시 가져간다. 통역 서비스가 있는지도 문의한다 없다면 번역기나 주변지인 통역의 도움을 받는다.
증상을 설명할 때는 미리 번역 앱을 이용해서 중국어로 준비해 둔다. 언제부터 아팠는지, 어떤 증상인지, 복용한 약이 있는지 등을 정확히 전달한다.
약국에서 약을 살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성분과 용법을 꼼꼼히 확인하고, 알레르기가 있다면 미리 알린다. 가능하면 한국에서 복용하던 것과 같은 성분의 약을 찾는다.
출장 전에 해외여행자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필수다. 보험 가입 시 보장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다. 의료비 보장 한도, 응급실 이용, 처방약 구입, 치과 치료 등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보험증서는 스마트폰과 종이로 모두 준비한다. 응급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 연락처도 저장해 둔다.
병원비를 지불할 때는 영수증을 반드시 받는다. 귀국 후 보험 청구 시 필요하다. 진단서나 처방전도 함께 받아둔다. 중국어로 된 서류는 번역 공증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
보험 청구는 가능한 한 빨리 한다. 대부분의 보험회사가 사고 발생 후 30일 이내 신고를 요구한다. 필요 서류를 미리 확인하고 준비한다.
중국의 의료 시스템을 미리 이해해 두면 응급 상황에서 도움이 된다. 중국의 병원은 크게 공립병원과 사립병원으로 나뉜다. 공립병원이 더 저렴하지만 대기시간이 길고, 사립병원은 비싸지만 서비스가 더 좋다.
3급 병원(三甲医院)이 가장 높은 수준의 종합병원이다. 베이징의 협화병원, 상하이의 화산병원, 광저우 중의학병원 등이 대표적이다. 응급실은 24시간 운영하지만 평상시에는 예약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국제병원이나 외국인 전용 클리닉도 있다. 언어 소통이 편하고 서비스 수준도 높지만 비용이 매우 비싸다. 베이징의 유나이티드 패밀리 병원, 상하이의 파크웨이 헬스, 광저우 허무지아 의원(广州和睦家医院) 등이 유명하다.
응급상황에서는 120번에 전화한다. 한국의 119번과 같은 응급전화다. 하지만 중국어로만 상담이 가능하므로 현지 지인이나 호텔 직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중국 출장 시기에 따라 건강 관리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봄(3-5월)에는 황사와 꽃가루에 주의한다.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항히스타민제를 준비하고, 마스크를 착용한다. 일교차가 크므로 옷을 여러 벌 준비한다.
여름(6-8월)에는 더위와 습도에 대비한다. 열사병을 예방하기 위해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고, 직사광선을 피한다. 에어컨 때문에 감기에 걸리기 쉬우므로 얇은 겉옷을 준비한다.
가을(9-11월)에는 건조함에 주의한다. 피부와 호흡기가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로션과 립밤을 준비한다. 환절기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 비타민C를 섭취한다.
겨울(12-2월)에는 추위와 스모그에 대비한다. 난방이 잘 되지 않는 곳이 많으므로 따뜻한 옷을 충분히 준비한다. 실내가 건조하므로 가습기를 사용한다.
여성 출장자들은 몇 가지 추가로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생리용품은 평소 사용하던 제품을 충분히 가져간다. 중국 제품과 한국 제품이 다를 수 있고, 급할 때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화장품도 개인용을 준비한다. 중국의 기후와 대기오염으로 인해 피부 트러블이 생기기 쉽다. 클렌징과 보습에 특히 신경 쓴다.
안전을 위해 늦은 시간 혼자 외출하는 것은 피한다. 택시를 탈 때는 차량번호와 기사 정보를 미리 확인한다. 호텔 직원에게 안전한 지역과 주의해야 할 곳에 대해 문의한다.
50대 이상의 고령 출장자들은 더욱 세심한 건강 관리가 필요하다.
만성질환 약물은 여유분을 충분히 준비한다. 처방전과 영문 진단서도 함께 가져간다. 정기적으로 혈압이나 혈당을 체크할 수 있는 기기를 준비한다.
체력적으로 무리하지 않는다. 하루 일정을 여유롭게 잡고,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확보한다. 장거리 이동 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응급 상황에 대비해서 비상 연락처를 여러 곳에 저장해 둔다. 가족, 의사, 보험회사 연락처를 휴대폰과 수첩에 모두 기록한다.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후에도 건강 관리는 계속되어야 한다.
귀국 후 2-3일 동안은 컨디션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발열, 설사, 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한다. 해외 여행력을 의사에게 정확히 알린다.
출장 중 복용한 약물이 있다면 성분과 용법을 기록해 둔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 깊게 관찰한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간 기능, 소화기 기능 등을 중점적으로 체크한다. 출장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환경 변화가 몸에 누적될 수 있다.
건강 관리는 단순히 질병을 예방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최상의 업무 성과를 낼 수 있고, 중국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
완벽한 건강 관리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고 충분히 준비한다면 대부분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건강은 출장 성공의 기본 조건이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출장을 준비하며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중국 땅을 밟을 준비를 한다. 만만디의 여유로움 속에서도 건강만큼은 콰이콰이의 신속함으로 지켜나가면서 말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현재 나 역시 광저우 도매시장에서 라이브 방송 중 넘어져서 병원을 찾아가 보게 되고 현실적인 중국 현지 의료 시스템을 접할 기회가 생겼고 손목 골절이 되어 깁스를 한 생태에서 집필을 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집필 기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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