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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데이터·통신·인터넷 환경 대비 팁

by 정민영

2장. 데이터·통신·인터넷 환경 대비 팁


광저우 바이윈공항에 막 도착한 순간, 내 스마트폰 화면에 떠오른 '로밍 연결 실패' 메시지. 그 작은 알림 하나가 갑자기 나를 디지털 고립 상태로 내몰았다. 위챗으로 현지 파트너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연결되지 않고, 평소 사용하던 구글맵도, 지메일도 접속이 안 된다. 중국의 특수한 인터넷 환경에 대해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당황스러웠다. 그 순간 깨달았다. 중국 출장에서 데이터와 통신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것을.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는 핵심 인프라라는 사실을 말이다.


중국 인터넷의 특수성, 만리방화벽의 현실

중국의 인터넷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출장 첫날부터 큰 혼란에 빠진다.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이라 불리는 인터넷 검열 시스템으로 인해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글로벌 서비스가 차단되어 있다. 심지어 카카오톡, 네이버 등 한국 서비스의 대부분도 접근이 안되고 있다. 지메일로 업무 메일을 확인할 수도 없고,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한 자료에 접근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나는 첫 출장에서 이런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큰 곤란을 겪었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구글 드라이브에 있었는데, 현지에서 접근할 수 없어서 급히 한국 사무실에 전화해 이메일로 다시 받아야 했다. 그마저도 지메일이 안 되니까 네이버 메일로 우회해서 받았던 기억이 있다. 이후로는 출장 전에 반드시 모든 중요 자료를 로컬 저장하고, 중국에서 접속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에도 백업해 둔다.

하지만 이런 제약이 무조건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현지 디지털 생태계에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바이두 검색엔진, 위챗, 위보 등 중국 고유의 플랫폼을 사용하면서 현지인들의 디지털 라이프를 체험할 수 있고, 이는 시장 이해에도 큰 도움이 된다.


VPN, 필수인가 위험인가

VPN(가상사설망)은 중국 출장자들 사이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주제다. 기술적으로는 만리방화벽을 우회해서 차단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게 해 주지만, 법적으로는 그레이 존에 있다. 중국 정부는 승인되지 않은 VPN 사용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국인 출장자들의 사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대한 편이다.

그래도 VPN 사용 시에는 몇 가지 주의사항을 지켜야 한다.

첫째, 신뢰할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사용한다. 무료 VPN은 보안이 취약하고 연결이 불안정하다.

둘째, 회사 업무용으로만 사용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콘텐츠 접속은 피한다.

셋째, 중요한 회의나 행사 중에는 사용을 자제한다.

간혹 VPN 연결이 불안정해서 화상회의 중에 연결이 끊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러 VPN 서비스를 테스트해 본 결과, 2-3개의 서로 다른 서비스를 백업용으로 준비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나가 막히면 다른 것으로 바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VPN 없이도 업무를 볼 수 있는 대안책을 항상 준비해 둔다.


로밍 vs 현지 심카드 vs eSIM

중국에서의 모바일 통신 설루션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어서 출장 기간과 목적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국내 통신사 로밍 서비스는 가장 간편하다. 별도 설정 없이 중국 도착과 동시에 사용할 수 있고, 한국 번호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서 업무상 연락받기에 편리하다. 하지만 비용이 가장 비싸다.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하루 수만 원씩 나올 수 있어서 장기 출장에는 부담이 크다.

현지 심카드는 가장 경제적이다. 공항이나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고,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도 한 달에 몇만 원 수준이다. 단점은 한국 번호로 오는 전화나 문자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통신사별로 커버리지가 다르기 때문에 출장 지역을 고려해서 선택해야 한다. 일정이 짧고 빠른 속도를 원한다면 적당하다.

최근에는 eSIM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리적인 심카드 교체 없이 온라인으로 개통할 수 있고, 듀얼심 폰이라면 한국 번호와 중국 번호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가격도 로밍보다 저렴하고 현지 심카드보다는 약간 비싸지만 편의성을 고려하면 합리적이지만 속도가 약간 느릴 수 있다.

나는 보통 단기 출장(3일 이내)에는 로밍을, 중장기 출장(1주일 이상)에는 현지 심카드나 eSIM을 사용한다.

물론 추가로 vpn을 추가하여 많은 용량을 사용할 경우는 와이파이를 이용한다. 중요한 것은 출국 전에 미리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다. 현지 도착해서 급하게 해결하려고 하면 비용도 많이 들고 시간도 낭비된다.


필수 앱 생태계 구축

중국에서 성공적인 출장을 위해서는 현지 앱 생태계에 적응하는 것이 필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챗(WeChat)이다.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라 결제, 택시 호출, 음식 주문, 호텔 예약까지 모든 것이 가능한 슈퍼앱이다. 출국 전에 미리 가입하고 기본 기능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위챗 가입 시 주의할 점은 중국 내 친구의 인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리 중국에 있는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현지 파트너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가입 후에는 위챗페이 기능을 활성화해서 결제까지 할 수 있게 준비한다.

지도 앱으로는 바이두 맵이나 가오더 맵을 추천 한다. 구글맵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할 수 있더라도 정확도가 떨어진다. 바이두 맵은 중국어 인터페이스지만 번역 기능과 함께 사용하면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교통 앱으로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이 필수다. 중국판 우버라고 생각하면 된다. 택시나 차량 호출이 매우 편리하고, 목적지를 중국어로 입력하지 않아도 지도에서 선택할 수 있어서 언어 장벽을 해결해 준다.

번역 앱도 여러 개 준비해 둔다. 구글 번역기가 가장 정확하지만 VPN 없이는 사용할 수 없으므로, 바이두 번역이나 유도 사전 등 현지 앱도 함께 설치한다. 오프라인 번역 기능이 있는 앱을 선택하면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유용하다.


와이파이 활용 전략

중국에서는 공용 와이파이가 매우 잘 구축되어 있다. 호텔, 카페, 식당, 지하철역, 공항 등 거의 모든 곳에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보안상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공용 와이파이 접속 시에는 중요한 업무를 피하고, 개인정보나 비밀번호 입력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자동 와이파이 접속 기능을 끄고, 수동으로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만 선택해서 접속한다.

많은 공용 와이파이가 휴대폰 번호 인증을 요구한다. 이때 중국 현지 번호가 없으면 접속이 어려울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주변 직원들에게 부탁하면 된다. 다만 위에 기술했지만 글로벌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vpn을 설치해야 한다.

호텔 와이파이나 공공 와이파이는 일반적으로 안전하지만 속도가 느린 경우가 많다. 중요한 화상회의나 대용량 파일 전송이 필요하다면 미리 네트워크 상태를 점검하고, 필요시 유선 인터넷 연결을 요청한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데이터 백업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원드라이브 등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는 중국에서 접속이 어렵거나 속도가 매우 느리다. 따라서 중국 출장 시에는 현지에서 사용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바이두 클라우드(百度网盘)는 중국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로 무료로도 상당한 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 중국어 인터페이스이지만 번역 기능을 활용하면 충분히 사용 가능하다. 텐센트 클라우드나 알리 클라우드도 비즈니스용으로 좋은 선택이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다중 백업 전략이다. 중요한 자료는 로컬 저장(노트북, USB),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 중국 클라우드 서비스에 모두 저장해 둔다.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도 자료에 접근할 수 있다.

특히 프레젠테이션 자료나 계약서 같은 중요 문서는 여러 포맷으로 저장해 둔다. 파워포인트 파일뿐만 아니라 PDF, 이미지 파일로도 저장해 두면 호환성 문제를 피할 수 있다.


화상회의와 원격협업

코로나19 이후 화상회의가 급증하면서 중국 출장 중에도 원격으로 한국 본사나 다른 지역과 회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늘었다. 하지만 중국의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화상회의 플랫폼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줌(Zoom)은 중국에서도 사용 가능하지만 연결이 불안정할 때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는 VPN 없이는 접속이 어렵다. 구글 미트는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따라서 여러 플랫폼을 백업으로 준비하고, 중국 현지 화상회의 서비스도 고려해야 한다.

텐센트 미팅(腾讯会议)이나 딩톡(钉钉) 같은 현지 플랫폼은 중국 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미리 계정을 만들고 사용법을 익혀두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화상회의 품질을 높이려면 네트워크 환경이 좋은 곳을 선택해야 한다. 호텔 비즈니스센터나 코워킹 스페이스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회의 시작 전에 미리 연결 테스트를 해보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전화 회의로 전환할 수 있는 준비도 해둔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중국 출장 시에는 디지털 보안에 특별히 신경 써야 한다. 공용 와이파이를 사용할 때는 VPN을 통해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중요한 업무는 개인 핫스폿을 이용한다.

중국 앱을 사용할 때는 필요 이상의 권한을 주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연락처, 위치정보, 카메라, 마이크 접근 권한은 신중하게 결정한다. 업무상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개인정보 제공을 최소화한다.

중요한 데이터가 담긴 기기는 항상 휴대하고, 호텔 방이나 차량에 두고 나가지 않는다. 또한 분실이나 도난에 대비해서 원격 잠금이나 데이터 삭제 기능을 미리 설정해 둔다.

회사 기밀 정보는 개인 클라우드 서비스에 저장하지 않고, 회사에서 승인한 보안 설루션만 사용한다. 또한 중국 출장 후에는 보안 검토를 받아 혹시 모를 보안 위협을 점검받는다.


통신비 관리와 최적화

중국 출장의 통신비는 관리하지 않으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출장 전에 명확한 통신비 계획을 세우고, 출장 중에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데이터 사용량을 줄이는 몇 가지 팁이 있다.

첫째, 라이브 커머스나 동영상 스트리밍 대용량 파일 다운로드는 와이파이가 있는 곳에서 vpn을 할 용한다.

둘째, 자동 업데이트나 자동 백업 기능을 끈다.

셋째, 이메일은 필요할 때만 수동으로 확인한다.

음성통화비도 관리가 필요하다. 국제전화 요금이 비싸므로, 가능하면 인터넷 전화를 활용한다. 카카오톡 보이스톡이나 위챗 음성통화를 사용하면 데이터 요금만 부담하면 된다. 일부 통신사는 로밍 신청을 하면 인터넷이 되는 곳에서 음성통화를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현지 업무용으로 별도의 선불폰을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렴한 안드로이드 폰에 현지 심카드를 넣어서 현지 업무 전용으로 사용하고, 개인 폰은 한국 로밍으로 유지한다. 이렇게 하면 통신비를 절약하면서도 업무와 개인용을 분리할 수 있다.


트러블슈팅과 비상대책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현지에서는 예상치 못한 통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를 대비한 트러블슈팅 매뉴얼과 비상대책을 준비해둬야 한다.

네트워크 연결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기기 재부팅을 시도한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네트워크(와이파이 ↔ 모바일 데이터)로 전환해 본다. VPN 사용 시에는 다른 서버로 연결을 시도하거나 VPN을 끄고 직접 연결을 시도한다.

앱이 작동하지 않으면 앱 업데이트를 확인하고, 필요시 재설치한다. 중국은 앱 스토어 접근이 제한될 수 있으니 미리 APK 파일을 백업해 두는 것도 좋다.

완전히 연결이 안 되는 상황에 대비해서 오프라인 설루션도 준비한다. 오프라인 지도, 번역기, 현지 연락처 등을 미리 저장해 둔다. 또한 한국 영사관이나 현지 지원 센터 연락처도 종이에 적어서 별도 보관한다.


현지 IT 환경 이해하기

중국의 IT 환경을 이해하면 더 효율적으로 통신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진 국가 중 하나다. 모바일 결제, 공유 경제, 전자상거래 등이 매우 발달해 있다.

특히 QR코드 사용이 일상화되어 있다. 결제, 메뉴 확인, 앱 다운로드, 와이파이 접속 등 거의 모든 것이 QR코드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QR코드 스캔 기능을 항상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해 둔다.

5G 네트워크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 주요 도시에서는 매우 빠른 모바일 인터넷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 소모가 빠르므로 보조배터리를 반드시 준비한다.

중국의 IT 기업들은 혁신적인 서비스를 빠르게 출시하므로, 새로운 앱이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현지 파트너나 지인을 통해 유용한 앱이나 서비스 정보를 얻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래 대비와 기술 트렌드

중국의 통신과 IT 환경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솔루션에만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

6G 네트워크 개발, AI 기반 번역 서비스 고도화,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 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기술들이 상용화되면 출장 환경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또한 중국과 다른 국가 간의 인터넷 정책 변화도 주시해야 한다.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일부 서비스의 접근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전 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중국 출장 시 데이터·통신 관련 실전 체크리스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출국 전: 로밍 서비스 신청 또는 현지 심카드/eSIM 준비, VPN 서비스 가입 및 테스트, 필수 앱 설치 및 계정 생성, 중요 데이터 백업, 보조배터리 및 충전기 준비

도착 후: 네트워크 연결 확인, 현지 앱 업데이트, 현지 연락처 등록, 와이파이 접속 및 보안 설정

출장 중: 데이터 사용량 모니터링, 정기적 백업 실행, 보안 수칙 준수, 비상 연락망 유지

귀국 후: 데이터 정리, 보안 검토, 사용량 분석, 다음 출장 준비

이런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준비하면 중국에서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디지털 업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지 환경에 적응하려는 열린 자세와 철저한 사전 준비다. 디지털 격차가 비즈니스 격차로 이어지지 않도록, 오늘도 나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배우며 더 나은 출장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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