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올디 Aug 20. 2024

신입사원, 하지만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에이스가 되고 싶은 신입사원

나름 대기업에 합격에서 대기업 뽕에 어깨가 으쓱했었다.

적어도 연수생 신분일 때까지는 그랬다.


부서배치를 받고 본격적으로 회사생활을 시작할 때

나는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신입사원'이 되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신입사원들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자 사건의 중심이었다.

그들은 사수의 적절한 케어를 받으며 사수와 함께 일을 배워나갔다.

그리고 주변 선배들의 따뜻한 격려, 신입사원들끼리의 유대관계 등 회사생활을 밝게 해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지만, 적어도 드라마 속에서의 그것은 성장통처럼 보였다.


하지만 내가 신입사원이 되어보니, 놀랍게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멘토가 정해졌지만, 멘토는 일이 많아 보였다. 항상 바빴고 나에게 관심을 쏟을 시간은 부족했다.

다른 선배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무엇이 그리 바쁜지 항상 바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그런 그들에게 나는 섣불리 말을 걸 수 없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선배나 먼저 배치받은 동기들도 각자 무언가를 하느라 바빴고, 뭔가 알아서 일을 찾아서 하는 것 같았다.

그 속에서 나만 덩그러니 놓인 기분이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나는 관심을 받을만한 신입사원이 아니었다. 특이한 이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외모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부서 어디에나 있고, 지나가다 한 번은 만났을 법한 이력과 외모를 가진 신입사원이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의 나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다. 앞서 말했듯이 신입사원은 그 자체로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만 덩그러니 놓인 기분을 느끼니 당혹스러웠다.

나는 어떻게든 그 기분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다. 내가 생각했던 회사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으니까.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열심히만 하면 내가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에이스'가 아닌 사람들은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할 열정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에이스'를 위한 첫걸음을 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선배들 주변을 기웃거리며 어깨너머로 배웠고, 모르는 것은 철판을 깔고 물어보고 다녔다.

혹여나 업무를 맡게 되면 실수를 한 것이 없는지 살피고 또 살폈다. 그때 당시 내 처음 목표는 온전히 혼자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때는 혼자서 일을 척척 해나가는 것이 '에이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보면 당연하게도 그저 혼자 열심히 한다고 '에이스'가 될 순 없었다. 회사 일은 기본적으로 협동이 중요했고, 신입사원이 혼자서 무언가를 해내기에는 너무 일이 복잡했다.


회사 입사 후 첫 1년 동안 나는 회사 기숙사에서 창 밖 하늘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생각했던 회사 생활과는 너무도 다른 일상에 입사 초기에 바로 번아웃이 와버린 것 같았다.

매주 주말마다 나는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가서 부모님과 친구들, 여자친구를 만났다. 그들이 나를 자랑스러워하고 나에게 회사생활을 물어볼 때마다 힘들지만 더 해봐야겠다고 다짐을 하곤 했었다.


신입 1년 간은 돌이켜보면 방향은 틀렸을지 몰라도 누구보다 열정을 가지고 회사생활을 했던 때였다.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했고, 배운 것은 꼭 내가 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었다. 현장 업무 특성상 신입사원에게 돌아오는 업무는 대부분 보조업무였지만 보조라도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했고, 혹여나 사람이 부족해서 나에게 업무가 돌아올 때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1년을 열심히 해보니 '에이스'는 되지 않았지만 부서 선배들에게 구성원으로 인정을 받는 느낌이었고, 사람들도 나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입사-(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